전원 공급 자체검사 시동, 활동 파티션 스캔, 프로그램 로딩 시작.
>>80%>>92%>>100%... 시스템 진입.
음파 수신, 환경 정보 처리, 프로그램 검정 판단<<< 현재 상태는 안전합니다.
——
순간 HNB1은 머리를 강타당할 때까지 현재 상황을 분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각 모듈에 큰 타격을 입자 약하게 깜빡거리면서 스크린이 잠시 꺼졌지만, 잠시 후 다시 회복됐다.
HNB1의 시각 범위에 등장하는 것은 높은 곳에 거꾸로 매달린 타이아였다.
눈앞의 타이아는 손에 든 칼을 힘차게 휘둘렀다.
연결되어 있던 것이 끊어진 후, HNB1은 땅바닥에 무겁게 내동댕이 쳐졌다.
시야 속의 광경이 몸을 따라 거꾸로 바뀌었다.
스캔……구룡 상회 타이아……HBG3.
감정 모듈 제동<<<
... HBG3? 여기 어디지? 왜 날 묶은거야?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내가 너를 발견했을 때 너는 여기에 매달려 있었어.
마주하고 있는 두 대의 기계는 거의 똑같은 외형을 지녔고 더 큰 기계는 칼을 거두고 있었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현재 28일 오후 4시 44분 23초이다. 우리는 도심에서 14킬로미터 떨어진 한 정비공장 안에 있다.
우리는 14일 전에 정기적인 공장 복귀 점검을 하고 원공장으로 돌려보내져야 하는데, 모종의 이유로 지금 우리는 이 무인 공장에 남겨졌다.
그리고 내 고장된 기능이 복구된 것도 아니야.
이상하네. 본부에 연결이 안되네.
나도. 구룡 상회 포뢰파 규칙에 따라 우리는 본부로 돌아가 보고해야 해.
구룡 상회의 포뢰파 경비대 규정 제1조. 타이아는 허가 없이 인류를 해치거나 위험에 처한 인류를 방관할 수 없다. 제2조, 타이아는 반드시 상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조, 명령이 무력화될 때 타이아는 반드시 복귀하여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
알아, 그 규정은 내 머리 속에 잘 저장되어 있어. 첫번째부터 마지막까지 다시 얘기하지 않아도 돼!
단지 너에게 주의를 줄 뿐이야. 당신이 틈을 타서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이 35%나 된다.
HBG3의 발언은 HNB1의 행동을 제지했다.
어쩔 수 없어… 호기심은 '인간의 본성'이잖아.
우리와 함께 수리를 하러 온 타이아는? 그들을 본 적 있어?
내가 눈을 떴을 때 여기에 있었어. 검사해 보았더니 이곳에는 우리 말고는 다른 타이아나 다른 사람은 없었어. 공장의 모든 외부 전원이 이미 끊겨버려서 이 정비공장에 갇힌거야.
HNB1과 HBG3는 원래 포뢰파 경비대 소속의 7분대였다.
경호대는 타이아가 2인 1조로 구성된 형태로 치안 업무를 수행한다. G3은 부희부의 최신 개발과 전략 분석에 중점을 둔 신형 HB계열 타이아이고, B1은 인간 감정 모듈을 탑재한 대중 지향적 HN계열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 두 모델의 타이아를 한 팀으로 편성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방법이다.
14일 동안 경비대는 왜 우리가 없어진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
정보가 부족해 추측일 뿐이지만, 우리들은 어떤 불법적인 수단으로 끌려온거일 수도 있어.
네 말처럼 우리가 도난당한 걸지도 몰라.
그 시골뜨기의 건달들, 강탈과 싸움으로도 만족을 못하는거야? '공공재산'에까지 손을 대다니.......
아참! 내 몸 어디에 흠집이 있는지 봐 줘. 아니... 지지난 달에 방금 도색칠 했는데!
…………
...없어.
그럼 됐어——누가 날 훔쳤는지 잡히기만 해봐!
먼저 예비 전원을 켜자. 그리고 우리는 이곳을 떠나서 구룡 상회로 돌아가자. 팀으로 돌아가야지.
——
이봐, G3. 좀 당황스러운데.
기계는 '당황'하지 않아.
참 안 맞아... 내 말은, 여기 뭔가 이상하다는 거야.
두 대의 타이아는 제어실 문 앞에 발을 내디뎠다. HNB1이 손가락을 내밀어 문을 밀자 먼지가 후두둑 떨어졌다.
설마 여기 폐공장이 아니겠지?
이 정비 공장은 4년 전에 가동을 멈췄어.
… 내 데이터베이스의 정보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어.
난 알아. 그냥 내가 직접 관찰하는 느낌을 좋아할 뿐이야.
너무 이상하네.
뭐라는 거야, 감히 선배한테!
그런 개념 따위는 없어!
HBG3는 주변 환경에 대한 스캔을 멈추고 HNB1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는 잡동사니들이 널려 있었고 작업대 위에는 반쯤 열린 공구 상자, 심지어는 봉지가 반쯤 열려 곰팡이가 낀 빵까지 놓여 있었다.
찍찍--
먹이를 훔치던 쥐 한 마리가 작업대에서 쏜살같이 뛰어내리며 HBG3의 발 옆을 나갔다.
HNB1의 말이 무리는 아니다.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도구를 놓고 담배 한 대 피우러 떠난 뒤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 무슨 일이 있었지?
현재 정보로는 부족해.
일단 예비 전원을 켜는 것이 좋겠어.
——
비상 예비 전원이 성공적으로 가동되었습니다. 계속 명령을 실행하겠습니다.
명령? 무슨 명령?
방안은 밝아졌고 전력은 점차 회복돼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걸 봐.
탁자 위의 한 독립된 설비가 지도를 투사했다. 그 위에는 눈부시게 붉은 색이 가득했다.
그림의 지형은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각 영역에 빨간색 얼룩이 다르게 분포되어 다른 등급의 위험 영역을 나타냈다.
마지막 페이지는 종합 분석 지도였다. 마지막 페이지 위의 급격하게 번뜩이는 붉은 색은 마치 타오르는 불바다 같았다.
여긴 어디지?
구룡 상회의 관할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야.
...... 세계 정부로부터 독립하여 동아시아의 광활한 영토를 통치하고 있다......
스피커에서는 젊은 여성의 박력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인류의 도시가 점차 함락되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편안히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구룡을 지키기 위해 전선으로 달려간 용감한 병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퍼니싱과 세계를 향해 구룡의 의지를 증명해 보였다. 우리는 이 녹슨 기계 무리들을 구룡의 땅에 영원히 잠들게 할 것이다.
이 소리는...
구룡 상회 최고 리더.
……곡.
우리 모두가 같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의 신념의 확고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과거의 모든 것들이 모여 오늘날의 구룡이 되었으며, 구룡인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쟁으로 구룡의 의지를 절대 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전쟁?
내 수신기가 고장 나지 않았다면 맞아.
전쟁은 반드시 희생이 따르지만 최후의 한 사람만이 남아, 최후의 순간까지 구룡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이 전쟁은 우리 구룡인의 승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구룡의 역사에서 이 전투보다 더 달콤한 승리는 없을 것이다.
구룡의 백성이자 구룡 상회의 수호자들이여, 우리의 승리를 저 침식체들에게 각인시킬 것이다.
그들은 성스러운 구룡의 땅을 밟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영원히 발 들일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구룡의 문명은 지구의 종말까지 영원할 것이다.
여기는 구룡 상회의 도시다... 기계들에게 구룡의 의지를...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뚝 멈추며, 마지막 전력량도 바닥났다.
…………
…………
이 동영상은 우리가 잠든 14일 동안 구룡성에서 전쟁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려주는거 같아. 우리는 지금 떠나야 해.
전쟁? 이번 보름 동안?
현재 분석 결과 녹음 조작이 발견되지 않았어, 난 구룡성 최고 수준의 정찰 능력이 있고, 분석 결과 오류 가능성은 0.3852%야.
역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인류에게 갑작스럽게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12.252%야. 전쟁이 터지든 안 터지든 우리는 지금 복귀해야 해. 전략 분석은 나의 전공이라고.
응 알았어. 우린 누구와 싸워야하는거지? 아까 '침식체' 라고 했었나?
침식체와 퍼니싱을 얘기한 것 같아.
우리가 맞서야 할 적이 무엇이든 간에 타이아는 그들을 소멸시켜야 해. 타이아는 구룡을 위해 싸우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맞아, 완전 이해했어.
오케이, 준비 됐으니까 구룡상회로 가자.
경보——이물질 침입——경보——이물질 침입——
!!
"뭔가" 들어온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