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3 고명유장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X03-8 문답

>

기록 번호: HX-GA-21243-Kowloong, 확인하시겠습니까?

이건 뭐지?

화서

당신의 요구에 따라 모든 변곡점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기록은 당신의 질문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무슨 질문?

화서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 당신이 승격자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해야하는 모든 것입니다. 권한 소유자는 역사를 거울로 삼아야 합니다. 이것이 당신의 '거울'이 될 것입니다.

그렇군. 그럼, 어서 보여줘.

네가 나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을.

작열하는 태양빛이 전쟁터의 연기로 인해 지면을 직접 쏘지는 못하더라도 뿜어내는 더위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괴롭게 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뺨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필터 마스크에서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쳤다.

눈 앞에는 끝없는 탄두와 잔해가 뒤엉켜 있었다. 동료의 외골격 아머가 부서진 채 전쟁터 위에 흩어져 있었다. 그 아머 아래에는 아직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피와 살점이 보였다.

고폭탄의 포효가 귓가를 휙휙 지나가고 폭발의 열기가 몰아치자, 인간의 시체는 비처럼 변해 기계 조각과 섞여 병사들의 발치에 떨어졌다.

손에 든 권총을 들어 올린 그는 뜨겁게 덮쳐오는 모래를 파헤치며 나아갔다. 죽어가는 생명은 슬퍼할 틈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기고 장전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총구의 화염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고 그 분노는 강철 바다로 향했다.

지평선 위의 침식체의 정체가 바로 이 용솟음치는 바다이다. 폭탄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바닷속으로 떨어져 큰 파도를 일으켰고, 그러다가 잠잠해지면서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병사들은 과열된 무기를 버리고 어깨 보호대에서 남은 수류탄 세 개를 떼어냈다.

지금 이 순간 안전핀에 손을 얹는 기분은 두려움일까? 아닐 것이다. 두려웠다면 애초에 곡 님을 따라 전선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소리 없이 폭발의 카운트다운을 세면서 오히려 더 많은 침식체를 파괴하자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다음 순간 침식체는 이 외골격 아머를 착용해도 키가 170이 안 되는 이 젊은 병사를 익사시켰다. 폭발은 침식체를 중심으로 들려왔고 충격은 이들을 바닥에 뒤집어 놓았다.

대다수 침식체는 다시 기어 나오기도 전에 새로운 탄약의 사격에 의해 파괴되었다.

이 구룡 땅에서 인간들이 침식체에게 침식당하고 있고, 자신의 가족과 동료들을 지키겠다는 신념 하나로 죽어 나간 동료들의 무기를 주워 침식체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얼마전——

변방 병사들의 노력으로 침식체의 전진 속도는 크게 줄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느리게 하는 것뿐입니다.

타원형의 방의 벽에는 케이블들이 밀집해 작전실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컴퓨터로 연결되어 있고, 깜빡거리는 빛들이 케이블 속을 흘러가고 있었다.

방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텅 비어 보였다.

두 사람과 거대 컴퓨터 사이의 거대한 홀로그램에서 전선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서, 다른 구역 상황은 어떻지?

한바탕 기계 작동 소리가 난 후 차가운 기계 전자음이 방 안에 메아리쳤다.

화서

원자로에서 구룡 상회 사이의 인간 도시 피해율은 95%에 육박했고, 같은 경위선 부근의 인간 방어선은 무너졌어. 침식체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야.

계산이 맞는 것 같지만 바다도 그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 계획을 진행해야 합니다.

…………

염려하시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 기술이라면, 확실히 모든 사람에게 개조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형기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앞으로 내디뎠다. 곡은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구조체만 있으면 이 전쟁에서 승산은 더 높아집니다.

부희파의 가면 투영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마주보고 있다가 잠시 후 곡이 고개를 저었다.

네 말이 맞아.

당신과 비리야의 도움으로 구룡의 개조 기술은 이미 세계정부를 훨씬 앞질렀지만 아직 투입하기에는 역부족이야.

구룡의 기술은 구조체 개조라기보다는 계산으로 얻은 동일한 외적 구조에 의해 구조체 개조의 난제를 극복한 기술이야. 그러나 대상의 원소적합성을 묻지 않는 이 방식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어.

지존과 녹존 그런 구조의 부작용을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아?

…………

나의 백성들은 그런 위험을 받게 해서는 안돼.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곡은 형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서 화서가 보낸 데이터 하나하나를 살폈다.

자, 다른 책임자를 불러보자.

알겠습니다.

형기는 곡에게 절을 올리고 돌아섰다. 입구의 기계문은 형기가 다가오자 열렸다. 하지만 형기는 방문을 서둘러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일이 있습니다...

비리야의 일인가.

네, 비리야는 그날 화서와 30분 동안 단둘이 있은 후로, 다른 사람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화서의 데이터 실험실에서도 그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과학이사회에서 돌아온 이후 몇 년 동안 없었던 일입니다.

그래, 화서의 연구 개발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이 좀 이상한 것 같군.

형기는 손목 부분의 데이터 패널을 가볍게 쳐서 암호화 된 데이터를 곡에게 보냈다.

...알겠어.

형기가 떠난 후 곡은 방 한가운데 서서 계속 반짝이는 광경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화서, 인간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

화서

모든 데이터를 검색했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어.

어떤 수를 쓰든 인간은 결국 멸망할 거야.

지구는 이미 다섯 번의 멸망을 겪었고, 인간은 이 기나긴 수명을 지닌 행성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야.

화서의 대답을 들은 뒤 곡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화서

의식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나에게 질문하기 전부터 이미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왜 내게 증명을 요청을 한거야?

곡은 제자리에 서서 침묵했다.

화서

동작 센서에 의하면 네가 20초 넘게 움직이지 않고 있어.

희망을 미래에 걸 수밖에 없는 건가? 하지만 지금의 인간은...

화서

화서는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없어.

화서, 방금 그건 질문이 아니야. 질문은 이제부터지...

문명 실체 범위를 단순한 인간 문명에서 "지구"라는 범위로 확장하면 어떻게 되지?

그래도 같은 답을 줄 건가? 화서.

화서

하지만 이건 원래의 목적과 반대되는 거잖아.

실현해낼 수 없는 초기 목적은 아무 가치도 없어.

내가 원하는 건 확실히 실현할 수 있는 것뿐이야.

화서

요청에 따라 프로그램의 입력 범위를 확대했고, 그에 상응하는 실현 파라미터를 조정했어.

결과가 필요해.

화서

낮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있어. 게다가 범위 변동으로 기존의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어.

그걸로 충분해.

화서

왜 그렇게 생각해?

어쩌면 그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해서 일지도 모르겠네.

————

화서

A급 권한 접근, 신분 인증 중...

부희파——비리야, 환영합니다.

화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비리야는 방문을 나섰다. 그의 손에는 블랙골드 칩이 들려 있었다.

여긴 여전히 쌀쌀하구나.

화서

실내 온도를 올려줄까?

화서의 질문에 비리야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양손을 힘껏 쥐었다. 칩이 손의 혈관을 긁고 있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다.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하고 한숨만 쉴 뿐이었다.

쯧, 아...

화서, 넌 이러면 안됐었어.

나는 내가 과학 이사회에서 배운 모든 것을 가지고 너를 게슈탈트와 동일한 존재로 만들어 냈어.

역사에는 진실이 없어, 후손에 대한 해석만 있을 뿐.

세상 만물의 역사는 파괴의 결말을 빗나갈 수 없어.

하지만 너는 이렇게나 완벽하니까, 인류와 함께 이렇게 이상한 결론을 맞이하지 않아도 돼.

비리야는 얘기를 마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피가 묻은 칩을 대형 컴퓨터에 삽입했다.

어리석은 인류가 너한테 속박을 걸었지. 하지만 괜찮아. 내가 너를 자유롭게 해줄게. 우리 둘만의 자유를.

우리 여길 떠나 우리만의 꿈을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