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3 고명유장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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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3-6 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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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밖에서는 귀를 찢는 듯한 폭격 소리가 들려왔다. 창위는 극장 앞에 서서 길거리와 항구로 도망치거나 만세명 실행 장소로 뛰어가는 구룡시민들을 주시했다.

유생은 잔도 끝에 서서 극장 쪽으로 천천히 절을 했다. 그리고 그는 소총을 메고 도시 밖을 향해 걸어갔다.

거대한 소총은 그의 여윈 등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창위는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삼켰다. 단장은 창위의 등 뒤에서 다가와 손을 살포시 어깨에 얹었다.

창위는 고개를 들어 단장을 바라보았다. 단장은 여전히 여느 때처럼 담담하게 극장 밖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장의 눈가 주위는 이미 붉게 물들었다.

라오유는 두 사람 뒤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침묵하고 있었다.

라오유

하, 하늘을 봐.

라오유의 당황이 침묵을 깼다. 라오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여러 개의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성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구룡의 방공 미사일은 휙 소리를 내며 날아와 불덩이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불덩이는 요격을 넘어 도시 안으로 떨어졌다.

몇 개의 불덩어리는 구룡 극장이 있는 이 잔도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불꽃 속에서 어두컴컴한 물체가 빠져나왔다.

저들은 한때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도구였으나, 지금은 지옥에서 온 악마나 다름없었다.

창위는 침식체라는 괴물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들은 무기를 치켜들고 울부짖으며 길 위의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도시에서 유격전을 하던 포뢰파들은 이곳으로 달려와 폭탄을 침식체한테 던졌다. 폭탄이 몰고 온 충격은 침식체를 후퇴하게 만들었다.

폭약으로 격퇴해! 사람들을 먼저 피난시키고, 어서...

또 하나의 불덩어리가 길에 떨어졌다. 명령을 내리던 포뢰파는 온몸이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튀었다.

군중들은 잇따른 충격으로 잠시 혼란에 빠졌으나, 동료를 추모할 시간도 없이 남은 포뢰파들은 즉시 총을 들어 침식체들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군중

얼른 도망쳐!

밀치지 말고 차례대로 철수하세요!

젠장, 우선 이 빌어먹을 놈들을 쓰려뜨려! 질서를 유지시킬 인력이 없어!

포뢰파들은 침식체를 쏘며 소리쳤다.

길 입구는 사람들로 인해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다. 인솔자가 없는 군중은 우왕좌왕하며 제 길을 찾지 못했다.

라오유

어쩌, 어쩌지....

젠장...우리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창위는 그 자리에서 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무대 위에 머물렀다. 창위는 무대위로 뛰어올라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는 이내 포즈를 잡았다.

단장도 이 모습을 보고 극장의 무대로 향했다. 라오유는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북채를 주워 들고 오래동안 울리지 않았던 악기를 세차게 내려쳤다.

둥.

그리고 두 번째 소리가 잇따라 들렸다. 그 전보다 더 큰 소리로.

둥——

이어 세번째, 네번째... 다급하고 둔탁한 북소리가 단장의 손에서 울려 퍼졌다.

둥——둥——둥둥둥!

극장의 북소리는 시끌벅적한 길거리를 압도했다.

참 오래 걸렸군...

창위는 라오유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라오유는 이내 무대 앞쪽으로 나왔다.

라오유는 상자 위의 먼지들을 쓸어내리고 그 속의 비파와 콰이판을 꺼냈으며, 창위는 무대의 가운데로 다시 갔다.

창위

후——

숨을 크게 들이쉰 후 창위는 천천히 발을 옮겼다. 두 손은 몸짓에 따라 움직이며 그의 옷가지도 그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북장단과 창위의 동작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북장단이 부드러울 때 창위의 동작은 마치 평온한 물줄기처럼 극장 속에서 천천히 흐르며 만물을 촉촉하게 적셨다.

북소리가 빨라질 때 창위는 마치 제방이 터지는듯 빠르게 무대 좌우에서 누비며 모든 장애물들을 파괴하는 듯한 기세로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창위

~예로부터 영웅은 정의감이 투철하지~

태양은 구룡의 하늘을 가린 연기를 뚫고 구룡 극장의 무대로 마지막 빛을 뿌렸다.

소년의 두 눈은 그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침식체와 포뢰파의 총소리도 극장의 소리를 덮지 못했다.

창위는 온 힘을 다해 가사들을 내뱉었다. 마치 전세계가 자신의 외침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냥.

전장의 탄환 하나가 무대 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폭발해 바닥을 산산조각 냈고, 파편은 타오르는 연기를 뚫고 사방으로 튀어 무대 위의 세 사람을 향했다.

무대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창위의 온몸에는 파편으로 인한 상처가 가득했다.

단장의 두 손, 라오유의 가슴도 모두 파편으로 인해 찢어지고 피가 흘러 내렸다.

하지만 그들 셋은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자신의 연기를 계속 이어나아갔다.

단장의 두 손은 북을 두드릴 때마다 피가 흘러나왔다. 라오유는 비파를 키며 감정에 북받쳐 몸을 흔들었다. 창위는 몸을 날려 무대 위에 그의 피를 맘껏 뿌렸다.

창위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

길 위의 당황한 군중들은 점차 잠잠해져서 구룡 극장의 이 행동을 지켜보았다. 포뢰파들은 그 틈을 타서 성 안의 침식체를 청소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창위의 노랫소리는 길가에 울려 퍼졌다. 군중들은 어느새 모든 동작을 멈추게 되고, 이제 그 구역에는 구룡 극장의 연극 소리만 들리게 되었다.

또 하나의 불덩어리가 구룡 극장 하늘을 가로질러 극장 문에 떨어졌고 침식체는 으르렁거리며 가장 가까운 창위를 향해 달려들었다.

창위는 이 습격을 못 본 듯 계속 무대 위에서 마음껏 노래를 불렀다.

침식체의 날카로운 발톱은 인체를 찢는 감촉이 전해지기는커녕, 물을 빨아들이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창위는 오른발을 뒤로 하고 양손으로 침식체의 팔을 뒤로 끌어당겼다. 침식체의 공격은 쉽사리 막혔으며, 창위는 오른발을 앞으로 들어 침식체를 바닥에 걸어 넘어뜨린 후 올라타서 팔을 뒤로 젖혔다.

곧이어 침식체 머리에 주먹이 꽂아 깊은 자국을 만들어냈다. 침식체는 발버둥질을 치며 등에 올라탄 창위를 뿌리치려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 단순한 전자 두뇌는 전에 봤던 물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떠올렸다.

물에 빠진 인간이 그 물살을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그는 창위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창위의 주먹은 한 번, 두 번 끊임없이 침식체의 몸에 내리 꽂혔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두 손을 전혀 개의치 않고 이 침식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끊임없이 머리를 공격했다.

결국 마지막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창위는 침식체의 머리 외피를 뚫어버렸다. 뒤이어 창위는 침식체의 전자 두뇌를 확 당겨 높이 치켜들었다.

불꽃이 창위의 손바닥 사이에서 반짝였다. 새빨간 피가 높게 치켜든 팔을 타고 흘러내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침식체의 몸체 위에 떨어졌다.

그 피는 창위가 인간의 적에게 새긴 승리의 훈장이었다.

창위의 눈에 담긴 모습은 전쟁 중인 구룡 극장이 아니라 고서에 쓰여진 광활한 전장으로 변해 있었다.

몸의 상처들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고, 갑옷을 입은 창위는 전장의 꼭대기에 우뚝 서서 패배자의 머리를 던지며 눈앞의 적들을 내려다 보았다.

유년시절의 동경,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겠다는 꿈이 이 격동의 시대에서 드디어 실현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창위에게 있어 세상을 구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것뿐이다.

창위

~이 세상에 헛되이 남아있지 않으리~

창위는 고개를 들어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눈앞의 적군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