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3 고명유장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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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3-4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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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9번 거리... 왕씨 전당포. 여기가 마지막이야.

창위는 한 건물 앞에서 기억과 눈 앞의 건물이 일치하는지 확인한 후 문지방을 넘어 현관문에 발을 들였다.

전당포에서는 한 중년 남자가 카운터 뒤쪽에서 손에 든 판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한 손에는 낡은 엽전 하나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왕 사장? 여기서 사람을 모집한다고 해서 왔는데....

왕 사장

응? 뭔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 온거야.

나이는 문제가 될 게 없지. 나는 뭐든 다 할 수 있으니까.

왕 사장

그럼, 너 기계에 대해서 좀 알고 있나?

엽전으로 탁자를 치던 왕 사장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담담한 얘기였지만 창위의 귀에는 불편하게 들려왔다.

그... 그건.

왕 사장

그러면서 여길 와서 뭘 하려고.

설마 아직도 구룡 상회가 인력을 쓴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난...

왕 사장

아~ 알겠다. 넌 성 남쪽 구시가지 출신이군. 그럼 말이 되지.

됐어. 어서 가. 너 같은 꼬맹이는 쓸모가 없어.

왕 사장은 창위에게 그만 나가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오히려 한 발자국 앞으로 향했다.

아니야.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왕 사장

음? 뭔데? 말해봐.

그러니까.... 노점의...아 맞다. 물건 파는 거!

서비스업이나 오락은 기계가 인간을 모방할 수 있니까 완전히 대체할 수가 있지.

근데 판매는 아니야. 수완이 필요하니까.

더군다나 손님마다 요구하는게 다 다르니까 진심으로 소통해야 돈을 벌 수 있지.

왕 사장

음, 말이 아예 안되는건 아니네!

그럼...

왕 사장

하지만——

왕 사장은 일부러 말끝을 길게 끌며 창위의 말을 끊었다.

왕 사장

사람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면 정보를 알아낼 수 있지. 넌 비록 자신만만하게 말하지만, 너는 말하면서 눈을 4번 두리번거렸어. 그 뜻은 긴장했다는 뜻이지.

기계는 이 정보를 포착해 인간의 감정을 시뮬레이션하고 판매 전략을 조정할 수 있어. 때문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하지만 아직 그런 기계가 나타나지는 않았어.

왕 사장

흥, 넌 모르겠지만.....

왕 사장이 코웃음을 치며 얘기를 계속하려 할 때 창위는 앞으로 한 발자국 나와 탁자 위 엽전을 손으로 눌렀다.

혹시 부희파가 인간 시뮬레이션을 연구하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른다고 얘기하고 싶은 거야?

왕 사장

어? 자네 소식에 밝은 편이군?

전에 극장에 오셨던 어르신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

그런 기계는 우리 같은 일반인이 절대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야.

예전부터 이런 일들은 인간만이 할 수 있었지.

인간을 대신할 기계를 찾는건 전혀 문제될 게 없어, 근데 그 기계가 사람에게 쓰이기 이전에 몸이 아픈 당신을 위해 가게를 대신 봐줄 사람은 정말 필요 없는거야?

왕 사장

내가 아픈 것도 알고 있어?

창위는 엽전을 감쌌던 손을 들며 웃었다.

헤헤. 우리 극장의 첸 형도 같은 병에 걸렸었거든. 사실 첫눈에 의심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확신했어.

왕 사장

눈이 날카롭네.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왕 사장

흠.

왕 사장은 창위의 얘기를 듣고는 코웃음을 쳤다. 그는 몸을 일으켜 가게 문으로 갔다.

왕 사장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주일에 6일 출근, 급여는 네 실적에 달렸다.

그럼....

왕 사장

흥, 내일 첫 출근에 늦지 마.

응!

오천원, 다음에 또 와.

마지막 손님을 보낸 뒤 창위는 가게로 돌아와 방금 받은 소장품을 조심스레 상자에 넣었다.

왕 사장

창위, 퇴근할 준비 해.

응? 이렇게 일찍?

왕 사장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 하지만 방금 이문파의 통지가 도착했거든. 오후 다섯 시 후엔 영업 금지라고.

어떻게 그런?

왕 사장

아마 세계 정부의 그 뉴스 때문이겠지. 무슨 실험이 실패해서 영향이 있다나?

영점 원자로?

왕 사장

그래. 그거. 영향은 무슨, 영업에만 영향 주겠지.

그래서 손님들이 하나같이 그런 표정이었구나.

왕 사장

쩝, 참 나.

참, 축제가 연기 되었다는 통지도 왔어. 네가 얘기했던 극장에서 하겠다던 그 축제 말이다.

뭐? 연기?

왕 사장

당연히 연기됐겠지. 지금 시국에 축제하는 건 정부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지.

음... 그래도 취소가 아니어서 다행인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왕 사장

그러길 바라는 수 밖에. 어서 통금이 사라져야 장사를 할 텐데. 먼저 간다. 청소하고 문 잠가.

응.

왕 사장이 돌아간 후 창위는 카운터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데이터 패널을 꺼내 달력을 봤다.

연기를 했다지만.... 나쁜 일은 아니야.

공연 준비 시간이 더 있으니까. 단장, 좀 만 더 기다려줘...

왕 사장, 오늘은 무슨 일 있어? 오는 길에 포뢰파가 순찰을 돌고 있던데.

왕 사장

온 도시에 계엄령이 내려졌어. 영점 원자로 실험이 실패한 후 바이러스가 발생했대. 로봇이 감염되면 약을 한 것처럼 미쳐버린다고 하더라.

지금 병사들이 성안의 로봇과 생체공학 인간을 회수하고 있어. 그리고 도처에 있었던 기계 경비대도 회수하고 있어. 왜, 그 친위병이랑 타이아 있잖아? 어쨌든 다 없어졌어. 모아서 처리한대.

그래서 옆 동네 유리정 극장도 그렇게 한산했구나. 난 또 축제에서 필살기를 쓰려고 생체공학 인간을 모두 업그레이드 한 줄 알았네.

왕 사장

됐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거나 버려라.

왕 사장은 카운터에서 손바닥만 한 로봇을 꺼냈다. 로봇은 파손된 전자뇌가 한쪽에 축 늘어져 있었고, 온몸에는 둔기에 맞은 흔적이 뚜렷했고 끊어진 선로 여러 개가 기계 몸통 밖에 드러나 있었다.

이건 카운터 청소하는데 쓰이던 로봇 아니야? 왜 이렇게 된거야?

왕 사장

병사들은 이런 작은 로봇은 신경 쓰지 않거든. 흥, 그래도 누가 알아. 감염되면 어떻게 변할지?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가져가. 보기만 해도 거슬린다.

…………

창위는 바닥의 기계 잔해를 주워 들고 전당포 골목의 휴지통으로 향했다.

창위는 휴지통에 기계부품, 전자 단말기, 자동화 운반기 등 흔히 볼 수 있던 기계 용품들이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에게 많은 편의를 주던 도구들이 지금은 모두 파괴돼 어두운 휴지통에 음식물 잔재물 등과 뒤섞여 있었다.

뭐야… 결국 이런 식으로 기계를 이겼네.

고개를 젓고 골목을 나선 창위는 몇몇 패주들이 거리에 장치를 설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왕 사장은 인기척을 듣고 전당포에서 나와 문틀을 짚고 거리를 바라보았다.

왕 사장

구룡 상회... 세상이 변하겠군.

... 그러게.

왕 사장

그러게는 무슨 그러게야. 어린 놈이 세상을 다 아는 척 하고 있어.

아니거든...

왕 사장

받아.

왕 사장은 창위와 말싸움을 끝내고 데이터 카드를 건네며 그의 말을 끊었다.

응? 이번 달 급여는 이미 결산했는데.

짠돌이가 나한테 보너스를 주는거야?

왕 사장

짠돌이라니, 이건 알뜰하다는 거야. 보고 배워둬.

예, 예, 사장님 말이 다 맞습니다~

왕 사장

그만 입 놀리고 빨리 꺼져. 문 닫을 거니까.

재촉하지마! 나도 갈 준비 하고 있다고.

왕 사장은 창위를 밖으로 밀어내면서 짜증을 냈다. 그리고 창위에게 어서 돌아가라고 했다.

창위가 남쪽구역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라타는 것을 본 왕 사장은 그제야 가게 앞으로 돌아왔다.

왕 사장

아마도 이건 내가 인생의 마지막 관대함이 아니었을까.

이 말을 마치고 왕 사장은 가게 앞 세월의 풍파를 겪은 간판을 내리고 전당포 문을 굳게 닫았다.

방송

구룡 상회의 긴급 성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구룡 상회는 여전히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 뭔가 이상이 있으면 즉시 가까운 구룡파에게 알려 주십시오.

대형 기계는 모두 회수 처리됐으니 여러분들은 두려워 마시고 이번 위기를 이성적으로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폐안파 책임자인 단호 어르신의...

…………

…………

창위, 어디로 가려는 거야?

헤헤. 금방 돌아올게.

방송 못 들었냐? 이렇게 많은 일이 있는데 밖으로 싸돌아 다니겠다고.

마지막 장비만 남았거든. 단장은 기다리기만 하면 돼.

지금 이런 상황인데 아직도 축제 생각을 하는 거야?

축제는 중요하지 않아. 난 그냥 구룡 극장이 다시 번창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야.

창위!

창위는 단장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소품을 가지고 극장을 뛰쳐나갔다.

조금만 더...

방송

세계 정부가 퍼니싱에 대한 긴급 성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볼 수 없는 중대 재난인 만큼 과학 이사회는 전면적인 조사에 나섰고, 생명의 별도 적극적으로 치료 방안을 찾고 있지만…

길가에서는 퍼니싱 바이러스에 대한 세계 정부의 실시간 뉴스가 끊임없이 방송되고 있었다. 지금의 구룡 상회는 이미 예전의 번영을 찾아볼 수 없었고, 길거리에는 드문드문 소수의 행인만 방송 근처에 모여있었다.

방송은 구룡 상회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고, 창위는 소품을 들고 잔도 사이를 누볐다.

도착했다.

뭐야! 영업 안하나....

굳게 닫힌 수리점 문을 바라보며 창위는 급해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어제까지만 해도 문이 열려 있었는데.

이런! 이 근처에는 이런 오래된 소품을 고칠 수 있는 다른 가게도 없잖아.

건달A

이 자식. 참 공교롭네.

또 너희들이냐.

자식이라고 부르지 마.

나 지금 기분 나쁘니까 빨리 가라.

건달A

어디서 큰 소리야!

건달B

그거 아냐? 난 기억력이 좋거든, 오늘이 네 제삿날인줄 알아라.

귀찮은 로봇들은 모두 처리됐어. 포뢰파들도 모두 동부 도시 구역에 있지. 이번엔 누가 널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이때 갑작스러운 방송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뚜뚜 거리는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삐——], 다른 사람 도움이 없이도 너희들을 처리할 수 있어.

싸우고 싶은 거 아니야? 어서 덤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