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의 전쟁은 너무 오래 지속된 거 일지도 모른다.
한때 반듯하고 번화했던 도시의 윤곽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연기와 먼지에 뒤덮인 폐허가 되어버렸다.
보루 앞의 마지막 침식체를 베어내고 남은 병사가 중무기를 끌고 가는 모습을 바라본 곡은 살짝 한숨을 돌렸다.
43번째 보루... 6903명째 사람.
그리고 다른 곳은... 구하러 갈 필요는 없겠네.
통신 채널에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빈틈없는 지시와 이를 위한 준비도 충분했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네...
그런다 해도... 이 전투는 구룡에 필요한 거였어.
"인간은 진짜 고통을 받은 후에야 자신이 내려야 할 선택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다"...
...내가 졌어.
말을 마친 곡은 옆을 향해 장창을 휘둘렀다. 검은 기름이 옆의 낡은 참나무 기둥에 튀었다.
형기에 연결해줘.
형기의 암호 통신 채널이 연결되었습니다.
다음 준비를 시작하도록 하자.
이건... 곡의 자료...
곡은 도대체... 어떤 의도로 그런 선택을 내린 걸까...
잠시 망설인 화서는 자료를 출력 포트로 보냈다.
AI는 망설이거나 의심해서는 안 돼.
화서라면 더더욱 가져서는 안 되는 특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