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설비들을 보니 저장 센터인 것 같은데... 저기, 시몬 지휘관!
... 일단 좀 확인할게요.
음... 다이아나, 혹시 이곳의 시스템에 대해 잘 아는 편인가요?
겉핥기식으로 조금 알지.
나도 도울게!
연구동 서버의 안전을 확보하자 시몬은 곧바로 엠베리아와 관련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도움을 제공할 수 없었던 로제타는 방에 남아 생각에 빠졌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숲을 지키는 자들이 탄생했을지 생각했던 것뿐이야.
진짜 그럴지도 모르지.
똑같이 죄인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난 다이아나처럼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는 않았어.
난 그냥 어쩌다가 개조를 받았는데 살아남아서 계속 싸우고 있었던 거지.
끊임없는 전투를 거쳐 정말 강해졌을지도 모르지만, 난 여전히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바꾸지 못했어.
너희를 만나고, 알파를 만나면서, 정말 그게 내 종점이라 생각했어.
근데 난 또 살아남았고 다시 알파와 맞서게 됐지. 그리고 지금은 전투 지원만 적당하게 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이야기 속의 엠베리아와 싸우게 될 줄은 몰랐어.
... 물론 나 자신이 엄청 특별한 존재라는 말은 아니고, 그냥 그런 말버릇에 익숙해져서 그래.
나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자. 만약 이번 기회를 빌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숲을 지키는 자들의 문제도 모두 해결이 되겠지.
우린 그 과거를 진정한 과거로 만들어버리고, 엠베리아의 악몽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잖아.
대외비라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우리가 과거를 진짜 과거로 만들어버릴 수 있게 된다는 거니까.
사실 항로 연합 내부를 보면, 숲을 지키는 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조수"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
그들은 우리가 또 다른 엠베리아가 될까 봐 항상 두려워했고
어떤 이유로 인해 새로운 엠베리아가 나타날까 봐 긴장했지.
개조하면서 우리의 기체에... 절대 거역할 수 없는 코드를 추가했음에도 말이야.
숲을 지키는 자들은 서로 피해를 주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눈보라가 지난 뒤, 마지막으로 남는 건 숲을 지키는 자의 존엄일 테니까."
이건 숲을 지키는 자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말이거든. 뭐... 이 조직의 역사가 엄청 유구한 건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그들은 왜 당신들을 휴머노이드 구조체를 개조한 거죠? 당신들이 두려웠다면 피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퍼니싱은 정말 무시무시한 재앙이니까.
자주 겪는 일은 아니었지만, 항로 연합은 실제로 침식체 무리의 공격을 여러 번 받았어.
"조수"와 대항할 땐, 일반 기계를 이용해도 충분했지, 승산이 없어 보이면 도망치면 그만이고, 어차피 조수는 결국 "썰물"이 되어 물러나는 날이 있거든.
하지만 침식체를 상대할 때, 그런 선택지는 없잖아, 결국 가장 쓸모 있는 건 구조체 밖에 없어...
줄타기와 다름이 없네요... 그렇다면 그 "폭주"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죠?
듣기론 더 인간다운 외관을 만들면 된다고 하던데... 자세한 기술은 상부만 알고 있겠지.
항로 연합은... 그때부터 "엠베리아"라는 악몽에 갇혔고, 사람들은 희망을 품을 엄두도 내지 못했어.
만약 엠베리아를 제거할 수 있으면... 숲을 지키는 자든, 항로 연합이든,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거야.
지휘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건 비겁하다는 걸 알지만, 날 도와 극지의 이 악몽을 끝내줄 수 있을까?
고마워.
응, 그렇긴 하네.
여러분! 엠베리아의 자료를 찾았어요!
기나긴 수색 끝에 시몬이 갑자기 튀어 오르며 이쪽의 대화를 끊었다. 스크린의 기록을 가리키며 엠베리아의 실체를 보여줬다.
이... 이것도 휴머노이드라고 할 수 있을까?
스크린 위에 나타난 건 단순한 이형에 더 가까운 존재였다. 하반신은 칠흑같은 특수 재질로 뒤덮여 있었는데, 그중에 드러난 작은 기계 손과 분해된 기관은 소름 끼칠 정도였다.
검은 하반신의 앞쪽에는 거대한 여성 한 명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이 의식의 바다 매칭을 위해 남겨둔 인간형 변종의 구조라는 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터무니없는 구조로 이루어진 기체는 보는 자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황당하잖아. 폭주가 일어나지 않아도... 자신이 저런 모습으로 변한 걸 본다면...
미쳐버리겠지.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인간답게 만들면 된다"라고 한 거구나. 이건... 엠베리아는 괴물이나 다름없잖아.
그리고 자료에는 숲을 지키는 자들의 기체 구조 또한 엠베리아 기체의 일부를 응용했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다만 그에 맞게 "다운그레이드"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쓸모 있는 정보는 마지막 페이지에 있어.
시몬은 이런 거에 익숙하지 않은지 얼굴이 새파래졌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스크린을 다음 항목으로 넘겼다.
비밀 조항 618항-코드.
위에는 엠베리아에 탑재된 통제 시스템의 원리에 대해 상당히 많은 설명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항목 중 마지막 페이지에 코드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표시되어 있었다.
구형 생체공학 시리즈 개조-드레이크, 그 고래의 울음소리가 코드이다...
아...
코드가... 드레이크의 울음소리라고?
모두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상황을 모르는 시몬만이 누군가가 그에게 설명해주기를 기다렸다.
크앙!!!!!
잠깐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듯 갑자기 바깥에서 생체공학 로봇들을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얼음층이 갈라지면서 희미하게 진동이 전해졌다.
시야 범위 내에 대량의 생체공학 로봇이 상륙하고 있어... 방향을 보니 인간들이 모인 거점이 목표인 것 같아!
이번 목표가 거점일 줄이야...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 해, 지휘관!
네, 최대한 빨리 돌아가 주민들이 머무는 곳을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