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이 공중 정원 수송 비행대를 호출하기 시작할 때, 카무이가 갑자기 눈을 떴다.
...너희들...
카무이가 바닥에서 곧바로 몸을 일으켜 대검을 들고 일행들을 향해 겨누었다.
의식의 바다에 비치는 그림자가 왜 이런 스타일이지?
하지만 어차피 싸워야 하는 거니까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지.
뭔가 이상해.
눈 앞의 카무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카무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카무이는 어디 갔지? 왜 대화를 할 수 없는 거냐고.
...설마...
아마 맞을 거야.
너 카무지, 맞지?
당신들... 그림자가 아니었어?
카무는 대검을 휘둘렀다. 스스로의 모습을 인식했는지 그는 멈칫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잠시 멍하니 있던 카무는 대검을 들어 이쪽을 겨누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그럼 짧게 말해.
그러니까 롤랑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되었단 말이지?
맞아.
제때에 해결하지 않으면 카무이의 의식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아시모프는 그렇게 말했어.
난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 수술대 위에서 음침한 공돌이들 손에 갈기갈기 찢기고 싶지 않아. 그럼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이네.
너희들 말을 들어보니 딱히 신경 쓸 만한 상대는 아닌 것 같던데.
내... 내... 내...가...
카무이인지 카무인지 알 수 없는 구조체가 부르르 떨기 시작했고 대검은 쨍그랑 소리와 함께 모래사장 위에 떨어졌다.
이건...
마치 무언가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듯이, '카무'의 몸은 계속 경직되어 있었다...
——Vegvisir…
지휘관! 조심해!
"카무"의 뻣뻣한 몸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손에 들고 있던 대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카레니나가 제때에 구해주지 않았다면 칼날은 나의 목을 그어버렸을 것이다.
지휘관님!
하... 스읍... 아아아악!
카무이 기체 근처의 퍼니싱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어요. 바로 완충기를 긴급 설치해야 합니다.
——Vegvisir…
——Asgishjalmur!Asgishjalmur!!
쯧, 정상적인 소통은 불가능할 것 같고!
그럼 억지로 할 수 밖에!
카레니나는 바주카를 굴려 공격을 해오는 카무를 쓰러트렸다. 그리고 바주카의 추진력을 이용해 카무를 부드러운 모래 속에 집어넣었다.
리브! 지금이야!
카무가 미처 반응하지 못한 틈을 타 루시아와 리브는 함께 그의 상반신을 꾹 눌렀다. 그는 사지를 마구 움직인 탓에 모래가 날아올랐지만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카무가 잠시 가만히 있는 틈을 타 리브는 이미 준비해 둔 완충기를 카무의 목 뒤에 쑤셔넣었다.
의식의 바다 완충기, 최대 출력!
...아..아아아...
……………………………………
아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완충기로 당신의 출력을 원래의 5% 수준으로 떨어트렸어요. 완충기 효력이 떨어지기 전에 해결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내가 묻고 싶은 건 내가 왜 카무이의 몸을 통제하게 된 거냐는 거야. 그리고 왜 아까는 몸을 통제할 수 없었던 거지?
몸 속의 에너지 제어가 컨트롤을 완전히 상실했어요. 아마 본체의 의식의 바다가 봉쇄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저 혼자 이런 정밀한 점검을 진행할 수 없어요. 공중 정원이라면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일행들은 아시모프를 또 다시 연결한다.
무슨 일이야? 커피 좀 마시러 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나 알려줘!
카무이? 어떻게 깬 거야?
만나서 반갑다고 해야 하나?
인사는 넣어둬. 난 그런거 좋아한 적 없으니까.
아니. 내가 인사를 한 이유는 지금부터 네 의식의 바다를 둘러봐야 할 것 같아서야.
하?!
걱정하지 마. 말 그대로이니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화가 치미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이상하다고 생각된다면 간단하게 설명해 줄 수도 있어.
일단 설명부터 듣고 당신의 단말기를 부숴버릴지 말지 결정하지.
그럼 시작할게.
다들 알다시피 의식의 바다는 구조체가 인간의 의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야.
누가 규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인간의 가상 뇌신경 진열 구조에 공용 컴퓨터 IO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터페이스가 추가 되었지...
음... 잠깐만, 내가 규정한 거지만.... 뭐 이런 디테일은 신경 쓰지 마.
쉽게 말하면 공용 컴퓨터는 존재하지도 않는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는... 뭐 그런 상황인거지.
공용 컴퓨터는 그 문만 기억하고 있으니까.
네가 이사를 하든 가출을 하든, 죽었든, 이어폰을 끼고 헤비메탈을 듣든... 아무튼 그가 너를 찾으려 할 때면 번번이 그에게 '설정'해 둔 그 문을 두드릴 거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네가 일반 구조체와 똑같다면 이 일은 너랑 상관 없었을 거야. 하지만 넌 달라.
비록 다른 신호도 섞이긴 했지만 네 역원 장치의 에코에서 승격 네트워크의 특징 신호를 발견했어.
너는 승격자는 아니지만... 비교적 그에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지.
!!!
[player name] 이(가) 방금 전 설명한 상태에 따라, 난 너처럼 특별한 성질을 가진 승격자를 "수격자"라고 명명했다.
그래, 수격자. 너희들이 묘사한 카무의 "승격 성질"은 롤랑이 "수여"한 거란 걸 판단할 수 있었어.
쉽게 말하면 "승격자" 특유의 성질을 통해 다른 개체에 승격자 속성을 부여한 거지.
예전의 사례와 비교해본 결과, 카무의 상황은 구룡의 수령 '곡'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카무의 출현은 나와 하산 의장님의 추론을 거의 입증한 것 같네. 승격자는 우리가 현재 빈번하게 접촉하고 있는 그 무리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승격자, 심지어는 인류 진영과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는 승격자들이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아, 주제에서 벗어났네. 본론으로 돌아가지.
"카무" 넌 이사를 온 탓에 네 몸에 있는 제어 시스템에 원래 문을 못 찾고 있는 거야.
네가 카무가 맞다면, 내가 읽은 쿠로노 자료에는 카무이를 주인격으로 만들기 위해 네 의식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인터페이스를 카무이에게 넘겼다고 기록되어 있어.
그러니까 네 의식은 이 몸의 대부분 인터페이스를 관리할 권리가 없다는 거야.
행동 인터페이스는 모든 전기 신호를 다 받아들이지만 에너지처럼 추가 플러그인으로 인증을 받고 제어해야 하는 것들은...
메인 통제자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자아 봉쇄상태에 돌입했을 때 메인 통제자가 아닌 의식은 에너지 체계를 통제할 수 없어.
해결방법을 말해.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 점검을 받고, 너와 카무이를 완전히 분리하여 의식을 또 다른 기체에 옮겨야 해.
…………
물론, 알 수 없는 암능 영향 때문에 철저히 분리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
하지만, 이는 적어도 우리에게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벌어줄 수 있겠지.
[player name], 출발하기 전에 내가 너에게 준 기술 원형이 있었지?
그것은 내가 구룡 야항선에서 가져온 "항쇄"의 샘플을 본 뒤 만들어낸 것으로서, 원격 연결 선실을 목걸이 크기로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지.
왜? 이 정도의 소형화가 이상한가? 얼른 내놔.
얼른 착용해, 그 다음에 설명할 거야.
만우절이랑 비슷한 거라고 보면 돼.
하지만 난 모든 데이터를 SOC으로 만들었고 예술 협회에 부탁해 외각을 만들었지.
그리고 차단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같은 출력 조건에서 의식에 대한 압박을 원래의 0.27%로 줄인 거야.
마지막으로 디테일을 보충해 마무리했지.
그래. 신호를 받았어. 카무, 최대한 [player name] 한테 붙어 봐.
?
카무는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리브, 완충기 유효기간은 얼마나 남았지?
10분 뒤 효과가 떨이지기 시작합니다.
충분해. 인터페이스를 하나 만드는 것뿐이니까.
좋아, 지금부터 접속한다.
?
미리 경고하는데 좀 간지러울 거야.
...접속 성공이야.
응? 시각 인터페이스가 왜 이러지...?
됐어. 신경 쓰지 마.
카무, 네 에너지 출력은 아마 정상 수치로 돌아왔을 거야. 음... 한번 움직여봐.
아, 너를 잊고 있었네. 두려워할 필요 없어.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카무의 의식의 바다의 배경이야. 다시 말하자면, 네가 보고 있는 것은 카무의 '인지'라는 거지.
수격자를 위해 시각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건 너무 번거러워. 어차피 네가 아니라 카무가 싸울 거니까 네 시각 인터페이스는 의식의 바다에 접속했어.
어쨌든 에너지와 전술 조절 권한만 있으면 되니까 최대한 심플하게 하려고 노력했어.
수격자는 완전히 다른 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완전한 인터페이스를 만드려면 시간이 더 걸릴 거야. 기체도 가지고 와서 니콜라의 뜻에 따라 다시 설정해야 할 거고.
움직여 봤어. 다 정상이야.
적어도... 기술적인 실력은 뛰어나네.
좋아! 디테일적인 부분은 신경쓰지 마. [player name] 에게 시각을 보조할 수 있는 신호 참조를 제공해 줄게. 롤랑 쪽으로 가봐.
너희들과 꽤 먼 곳에서 그자의 신호 특징이 발견됐어. 너희들이 꽤 "걱정"되는 것 같은데.
……
미리 말하는데 난 아직 당신을 완전히 믿지 않아.
하지만 카무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내 절반을 잠시 당신한테 맡겨두지.
아이고, 이게 누구야?
나쁜 아이가 이런 방식으로 "선별"에서 살아남았을 줄은 몰랐는데.
그거 알아? 대부분 구조체들은 결국 "선별"이 부여하는 분노와 절망을 자신이 추구하던 것으로 생각해.
물론 거기까지 가려면 이미 자신의 영혼과는 작별한 거나 마찬가지지.
내가 나쁜 아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카무이를 어떻게 복원해야 하는지 알려줘.
하... "진짜 주인 인격"이 바라는 게 겨우 이정도야? 역겹네.
카무이라는 환영이 너한테 허황된 달콤함이라도 준 건가?
네가 무슨 헛소리를 하든 상관없어.
나 스스로를 이 구식 몸뚱아리에 집어놓은 건 내가 원하는 걸 뱉어내게 하기 위해서야.
넌 날 잘못 건드렸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루게 해주지.
알겠어?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 하하하!
이런 말을 하다니.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시련"을 피한 것 같네.
인간도 좋고 너처럼 인간 취급을 받을 자격도 없는 물건도 좋아! 다 똑같아!
승격 네트워크가 너희들을 선택했음에도 너희들은 항상 승격 네트워크를 실망시켰지!
좋아. 시작하지.
나쁜 아이는 재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으니까.
나쁜 아이를 "인간"으로 교육하지 않는다면 이 선생님의 문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