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가 열렸어요!
롤랑 이 자식, 게이트에 고압 전기 장치를 연결하다니...
아까 바로 파괴했거나 넘어갔다면 전부 다 타버렸을 거야.
Bravo,brava(좋아, 좋다고.)
모두가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음에도 롤랑은 여유롭게 박수나 치고 있었다.
... 볼만한 팀워크였어. 이걸 찍어 면역시대로 가져간다면 분명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
이봐, 안즐거워? "첫번째 단계"를 통과했잖아.
비록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막을 거야.
롤랑이 손을 들고 뭔가 말하려던 순간, 그의 뒤에 있던 남자가 빠른 속도로 침식체의 제압을 물리치고 유원지 안으로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리브의 응급처치를 받았다지만 손상 상태의 구조체가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모든 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침식체들이 나왔던 경로를 따라 놀이동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 그래.
역시 "쇼메"는 바보라니까.
하지만 괜찮아. 나쁜 아이는 언젠가 벌을 받게 될 테니까. 황금시대에서는 이런 걸 "참교육"이라고 했다지?
하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너희들을 혼내주는 거야.
아, 그래. 생각났어. 날 여러 번이나 이겼었지.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혼내주려고 온 게 아니야.
?
이봐! 거기 대검을 든 자식!
날 부르는 거야?
그래, 착하지. 넌 항상 착한 아이였어.
... 내가 네 말을 들을 거란 생각따윈 버려.
음...
그게 무슨 표정이지?
오해하지 마. 너한테 한 말 아니니까. 잘못된 표정 짓지 말라고.
난 "너"한테 한 말인데.
하?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카무이! 피해!
눈치챈 거야? 너무 늦었다고?
——Anzus——
롤랑은 아주 가볍게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를 내뱉었다. 겨우 입술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통신 채널에서 그가 뱉은 이 단어는 사운드 트랙에서 계속 진동했고 음 하나하나가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상 신호는 구조체들을 교란시켰지만 그들은 여전히 손에 든 무기를 꽉 쥐고 있었다.
카무이를 제외하고 말이다.
뭐... 라... 고...
아직도 안 일어날 거야? 잠만 자는 나쁜 아이는 키가 안 자란다고.
——Anzus——
롤랑은 방금 전 단어를 중복했다. 두 배에 가까운 신호가 채널 사이에서 진동하고 퍼지고 늘어지더니 끔찍한 고함으로 변했다.
이..게.. 무슨...
이게 무슨 음성 신호지? 악성 소프트웨어와 비슷한 히든 코드를 발견했어!
더 이상 듣지 마! 안 그럼...
대검이 먼저고 그 다음은... 사람이였다.
카무이는 일행들 앞에서 바로 쓰러져버렸다.
카무이!!
알겠습니다!
리는 방아쇠를 당겨 쌍권총의 탄창에 담긴 총탄을 전부 사용했다. 공격에 롤랑은 뒤로 살짝 물러섰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루시아와 크롬이 카무이를 부축한 채 도망쳤다.
갑자기 일어난 연쇄 폭발을 겨우 피하고 일행들은 롤랑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쥐새끼들 주제에 참 도망은 잘 간단 말이야.
하지만 너희들이 가장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닐걸?
카무이! 카무이!
……
카무이는 눈을 뜬 상태였다. 얼굴만 보면 너무나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꼿꼿이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크롬과 루시아의 부축을 받을 때도 마치 나무토막처럼 꼿꼿이 선 상태를 유지했다.
크롬은 고개를 돌리더니 지휘관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아시모프에게 접속해 보라고 하세요. 저랑 리브는 아무것도 스캔해내지 못했어요.
진작부터 감시하고 있었어. 내가 게이트웨이로 사용할 수 있는 보조형 기체가 필요해.
제가 할게요.
카무이의 쇄골 부분에 비상용 데이터 연결 인터페이스가 있어. 거기에 네 역원 장치를 연결해.
카무이의 두터운 장갑 때문에 쇄골을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결국은 찾아냈다.
카무이의 데이터 연결 인터페이스에 접속했어요.
좋아. 이제부터 내가 일할 시간이군.
……
큰일이네. 지금은 "카무이"한테 이상이 생긴 게 아니야.
이 자식의 의식은 의식의 바다에 아예 갇혀버린 상태야.
쉽게 말하면 지금 의식의 바다 인터페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물리적으로든, 소프트웨어 방면으로든 전부 Stand Alone(고립) 상태야.
카무이의 의식도 신체의 부품에 접속할 수 없으니 기체의 움직임도 의식이 갇히기 전 순간에서 멈춰버린 거지.
모르겠어. 구룡 순환 도시에서 얻은 "화서"가 저들에게 뭔가를 준 것 같아...
공중 정원으로 돌아와 응급처치를 받지 않는다면 카무이의 기체를 움직일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의식 자체의 안정성도 떨어질 거야.
쯧, 파오스의 과학 이론 훈련 프로그램에서 배운 적 없어?
의식이 장기적으로 봉쇄되어 기체와 접촉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 언젠가 의식의 안정성은 자아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떨어질 거야. 그럼 자아소멸이 시작될 거라고.
큰일이네요. 얼른 운송기를 불러야겠어요.
크롬이 공중 정원 수송 비행대를 호출하기 시작할 때, 카무이가 갑자기 눈을 떴다.
...너희들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