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하---
대장, 어서 와서 봐봐! 모래사장이야! 홀로그램 필름에서 봤던 거랑 똑같은 모래사장이라고!
하... 저 멀리 있는 건 뭐지? 썬베드인가?
이 세상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거대한 건축물은 모래사장과 바닷물을 감싸고 있었다. 주위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살짝 짭쪼름하고 비릿한 바닷바람과 가끔씩 파도 때문에 얼굴에 튀는 바닷물이, 공중 정원이 준비한 홀로그램 영상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부드러운 모래도 체중 때문에 천천히 전투화에 밀려들어갔고 발등을 간지렵혔다.
이게 바로 세리카 씨가 말한 휴가인 건가요... 왠지 기대되는데요.
모래사장과 바닷바람...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풍경이네요...
하암...
음... 왜 피곤함이 느껴지는 거지?
음... 아마 인간 모의 감각기관의 자동반응일 거예요. 지휘관님, 센서를 좀 꺼도 될까요?
여기까지 왔는데 편히 쉬어요, 루시아.
모든 걸 읽힌 소녀처럼 루시아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과 같은 전투가 또 일어날까 봐 그러는 것뿐이야.
그렇긴 하죠... 헤!
루시아가 말을 하는 동안 리브는 천천히 루시아의 뒤에 있는 해변로 가서 루시아의 등에 바닷물을 뿌렸다.
아! 리브, 뭐 하는 거야!
황금시대의 "송끄란"을 따라하는 거잖아요. 루시아도 같이 해요.
두 소녀는 바로 얕은 물가에 몸을 담그고 서로를 향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돌아가서 관절에 소금이 끼었다고 수리를 받는다 해도 내 원망은 하지 말길 바랄게. 난 말렸으니까...
?
휴... 좋을 대로 하세요.
그렇게 루시아와 리브를 선두로 나나미, 소피아와 아이라도 물싸움에 참여했다.
카레니나는 마지막에 참여했지만 전적은 가장 뛰어났다.
카레니나의 바주카가 물을 뿜을 거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
…………
오늘 이 날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간걸까...
아주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싸워왔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난 옆을 돌아보았다.
카무이는 대신위를 서핑보드로 사용하려는 것 같았다.
크롬은 카무이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 효과는 없어보였다.
그것 봐. 그런 게 물에 뜰 리가 없잖아.
그런데 리브랑 루시아는...?
지휘관님.
모래사장에 꽤 오랫동안 누워계셨는데. 감기라도 들면 어쩌시려고요?
날씨도 쾌적하니 괜찮을 것 같네요.
... 그래요.
옆에서 모래알이 마찰하고 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아와 리브가 내 옆에 앉으면서 내는 소리인 것 같았다.
지휘관님.
정말 언젠가 퍼니싱과의 전투가 끝난다면...
지휘관님과 저희는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전쟁이요...?
마음이 착잡하네요.
하지만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싸우든
전 영원히 지휘관님의 칼날이 될 거예요.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아요.
언젠가 더 이상 싸우지 않는 날을 위해 싸우는 거겠죠.
그럼 지휘관님, 언젠가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 어떤 삶을 살길 원하세요?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퍼니싱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침식체들의 위협이 사라지면...
황금시대 데이터에서 말하던 "쇼핑몰", "여름방학", "겨울방학", "SNS" 같은 것들도 다시 나타나겠죠?
... 지휘관님은 어떤 삶을 선택하실 건가요?
"공부"를 하실 거예요? 아니면 "일"을 하실 거예요? 아이라 말이 맞다면 지휘관님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신 것 같은데요!
아이라가 그렇게 말한데는 이유가 있겠죠.
저도 지휘관님이 붓을 들고 어떤 풍경을 그려낼지 궁금해요.
홀로그램이나 체감 시뮬레이션이 없던 시대의 사람들은 그림을 그려 특정 순간을 간직한다고 해요.
지휘관님이라면... "그림의 내용"을 기대하실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예전엔 "미래"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맞아요.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미래... 라?
모르겠어.
적어도 파오스의 교사 입에서는 "미래"에 대한 그 어떤 답안도 들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과 수많은 희생을 겪은 후에야 공중 정원은 반격 시대의 나팔을 불 수 있었다.
최후의 승리를 위해, 공중 정원과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인간의 불씨이자 제물이 될 것이었고, 이것은 대대로 이어질 것이었다.
퍼니싱이 더 이상 인간의 위협이 될 수 없을 때, 우리의 희생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었다.
그 이후의 일은 의장도 교사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루시아가 말한 것들은 "미래"의 일보다는 "과거"의 일 같았다.
우리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황금시대",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지휘관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 아시죠?
?
무슨 재밌는 일이요?
난 설명하지 않았고, 루시아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나 눈치가 있는 건 아니었다.
지휘관~ 무슨 얘기해?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 봐봐. 지휘관도 괜찮다잖아!
그게 이유가 되나... 저도 대화 내용이 뭔지 궁금하긴 했습니다만.
다른 사람들도 이쪽으로 끌리는 듯, 몰려들기 시작했다.
승리 후의 일이요? 확실히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소피아도 없어.
그래도 퍼니싱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오셀럼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아딜레 사람도 자밀라가 말한 것처럼, 다시 풀이 우거진 곳을 선택할 수도 있을 거고...
조상들처럼 벽돌과 기왓장으로 집을 만들고, 모두가 밥 먹을 수 있게 될 거야.
정말 미래가 이렇게 좋을까?
아니, 난 지휘관의 말을 믿어.
왜 다들 여기에 모여있어요?
미래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어요.
미래? 그게 뭡니까?
형은 역시 둔하다니까. 퍼니싱의 위협이 없어진 후의 일을 말하고 있는 거잖아!
누가 당신의 형이래요? 퍼니싱의 위협이 없어진 후예요?
우리의 최종 목적인 것 맞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본 적이 없는 것도 사실이네요.
맞네요. 구조체인 우리는 자연 수명과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이론상 모두가 그때까지 살 수 있어요. 한 분만 빼고...
한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 기분이 들었다.
뭐라도 말해보자.
모두의 표정이 다시 밝아질 수 있도록.
에이! 지휘관이 우리랑 얼마나 많은 것을 겪었는데!
난 무조건 지휘관을 믿어!
맞아요. 지상에서의 전투는 아직 순조로워요. 적어도 안전 구역을 세우는 건 환상이 아니니까요.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 후의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죠.
미래에 대한 주제라면, 황금시대 데이터베이스를 제일 잘 아는 제가 가장 할 말이 많다고 생각돼요.
哦?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빨리 말해봐! 퍼니싱 위기가 해결되면, 셀 수 없이 많은 게임을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건... 가능할 것 같아요.
황금시대의 게임 업계 생산 능력을 고려한다면, 카무이는 셀 수 없이 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정비 부대가 셀 수 없이 많은 건물을 지어야 하는 거잖아. 갑자기 기대가 확 줄어드네.
카무이, 넌 좀 진지해지면 안 돼?
리는요? 그때가 되면, 리는 무엇을 하고 싶나요?
저요? 전 한 번도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굳이 말하자면, 머레이가 공중 정원의 일을 그만했으면 좋겠네요. 이제 위험한 일은 멀리했으면 좋겠네요.
아니에요. 사실 전 그렇게 할 생각이 없어요. 공중 정원에서 일하는 자체가 머레이의 개인적인 의지이니깐요.
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퍼니싱 위기가 없어질 때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큰 도전이에요.
그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볼까요?
지휘관님도 같이 생각해 보시겠어요?
잠, 잠깐만요.
모두 리에게 황금시대의 이상한 직업들을 대입해보며 수다 떨기 시작했다.
성격으로만 보면, 리는 의사가 잘 어울리겠죠?
어떤 의사던지, 전문적인 의료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퍼니싱 위기가 없어지면, "의과대학"도 다시 세워지겠죠.
구조체를 학생으로 받을지 모르겠네요.
전투 자료를 로딩하는 것처럼, 지식을 의식의 바다에 바로 "입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지만, 교실에서 다 같이 브리핑을 듣는 것처럼, 유용한 지식을 듣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건 효율이 너무 낮아요.
음, 그럼, 리가 하고 싶은 건, 지금처럼 전투와 관련이 있는 직업을 갖고 싶나요?
<달 아래서 춤추는 생선 장수>의 카스딜로스처럼 쌍권총잡이가 되고 싶은 건가요?
그 직업은 "불법"이에요.
위기가 없어지고, 질서가 바로잡히면, 법률도 다시 만들어지겠죠.
위험한 건 더 이상하고 싶지 않아요.
……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의외로 잘 맞을 것 같아요.
맞아요. 옛날 수영 선수들은 몸의 유체역학까지 고려했다고 하더라고요.
리가 고려해볼 만 한 일인 것 같은데요.
……
바로 그때...
누구야!
거기 서!
크롬이 순간적으로 손에 낫을 펼친 후, 어딘가를 향해 내던졌다. 카레니나는 직접 바주카를 메고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 방향을 향해 쐈다.
전원 10미터 단위로 수색망을 펼친 후 앞으로 나아갔다.
지휘관님, 여길 보십시오.
리가 가리킨 바닥에는 다량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고, 발자국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는 이상한 모래 먼지로 감싼 젤 상태의 물질이 있었다.
리브는 허리를 굽혀, 젤 상태의 물질을 스캔해 성분을 확인했다.
순환액으로 확인되는데, 좀 이상해요. 이런 순환액은 면역 시대의 초기 구조체가 쓰던 거예요.
하지만, 순환액에 다른 성분의 물질을 많이 넣어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의 50% 정도의 성능을 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것 같아요.
지휘관님, 추적할까요?
적이든 아군이든 내버려 둘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