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순환도로
공중 정원
넓은 거리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기념일 때문인지, 평소에는 엄숙하고 진지했던 구역이 오늘은 유난히 밝고 즐거워 보였다.
비앙카와 나란히 군사 공항 선실 입구를 나선 지휘관은 숙소로 향하는 수송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그 시나리오의 마지막은... 그렇게 끝났어요.
거기까진 쓰지 않았어요, 그땐 아직 정하지 못했거든요.
실은 몇 달 전에 써놓은 시나리오인데, 지휘관님께서 예술 협회의 이벤트를 언급하지 않으셨다면, 저도 계속 잊고 있었을 거예요.
방금 공중 정원을 대표할 수 있는 사진이라고 하셨죠...
비앙카는 무빙워크의 손잡이를 잡은 채, 창밖의 별하늘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비앙카는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거두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바로 저를 모델로 한 캐릭터예요.
주인공은 부대의 군복을 벗고 전역한 뒤, 지구에서 다시 공중 정원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함선에서 내리면서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이곳은 자신이 알고 있던 곳과 완전히 다르고, 마치 처음 와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죠.
그런데 놀랍게도, 주인공이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한 건,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었어요.
맞아요. 그래서 주인공은 공중 정원 곳곳을 돌아다니게 되었어요. 숙소 근처를 산책하고, 상업 거리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보고, 예술 협회에서 공연을 보고...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오랫동안 머물렀던 이 거대한 구조물을 바라보곤 했어요. 하지만 주인공이 마지막에 머물 장소를 끝내 써내지 못했어요.
사실 저도 공중 정원의 어떤 장소가 시나리오를 끝낼 수 있는 완성된 느낌을 주는지... 그리고 주인공이 새로운 삶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기에 적합한 곳이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비앙카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지휘관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금 전까지 들었던 시나리오를 떠올려봤다.
...
띵!
마침 그때, 비앙카가 시나리오에 직접 써놓은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문이 열렸다.
오랜 세월 복무하던 군인이 군장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
좋아요.
상업 거리
공중 정원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 한가운데서, 비앙카는 손에 든 낯선 모양의 음식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걸... 꼭 먹어야 하나요?
그때 당시엔 그냥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썼어요. 음식의 관점에서 주인공의 모습을...
으윽!
영화관
공중 정원
지휘관은 손에 든 영화표의 제목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커뮤니티에서 거듭 강조되던 "진짜 엄청 지루해서 두 시간 잤어요"라는 감상평이 달린 예술 영화가 맞았다. 그걸 본 지휘관은 저도 모르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비앙카는 아무렇지 않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장면이잖아요.
어떤 관점이든 보는 건 마찬가지예요.
[player name]님도 이쪽을 봐주세요.
플랫폼
공중 정원
비앙카와 함께, 모든 신분을 내려놓은 이들처럼 시나리오의 경로를 따라 공중 정원의 여러 장소를 걸었다.
각본에 나온 곳, 나오지 않은 곳을 모두 한 바퀴 둘러봤다. 그렇게 시간은 카메라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흘러갔다.
비앙카가 마지막 사진을 넘겼을 무렵, 어느새 한밤중의 플랫폼 입구에 와 있었다.
지휘관은 비앙카를 등지고 서서 플랫폼의 운행 정보를 올려보고 있었다.
지휘관은 방금 사 온 따뜻한 음료를 비앙카에게 건넨 뒤, 그녀 옆에 기대어 함께 앉았다.
다음 시나리오에선 지휘관님이 그 음식을 먹는 걸로 설정해야겠어요.
다음에는 덜 지루한 영화를 골라야겠어요.
비앙카는 웃으며 다시 사진들을 넘겨보았다.
여기가 적당한 것 같아요.
비앙카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카메라를 정면으로 향했다.
주인공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았다고요.
찰칵!
카메라의 화면이 정지됐다.
플랫폼 맞은편의 거대한 광고판 유리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둘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비쳤다.
이내 흐릿한 윤곽이 흔들리며, 카메라를 들고 있던 그림자가 손을 내리더니 천천히 다른 그림자의 어깨에 기대었다.
찾았어요. 그녀의 공중 정원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