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이벤트 스토리 / 달콤한 속삭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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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달콤한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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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리 회랑의 어느 상점 앞에 선홍빛의 장미가 활짝 피어 있었고, 그 화려한 색채의 곁을 보니, 빨간 머리를 한 여성 구조체가 서 있었다.

지휘관이 구도를 잡으려던 순간, 장미꽃 옆엔 어느새 텅 비어있었다.

길을 잃은 거야? 내가 미아 방송이라도 해줄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돌아보니 베라는 가까운 레스토랑 테라스의 파라솔 아래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구도는 다 잡았어? 그럼, 얼른 임무부터 끝내.

지휘관은 카메라를 든 채, 몸이 굳어버린 듯 눈만 깜빡였다.

왜 그래? 나를 너무 오래 쳐다봐서 안구건조증이라도 걸린 거야?

베라가 자리를 옮길 기미가 없자 지휘관이 먼저 파라솔 아래로 다가가 카메라를 내보였다.

예술 협회가 내준 과제 따위에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임무"나 얼른 끝내.

적의 목을 베는 순간을 기념으로 남기는 촬영이라면 상관없어. 전후 평가 회의에서 그걸 보여주면, 자리나 차지하고 있는 쓰레기들이 기절초풍하겠지?

하지만 기념사진이나 찍는 이런 이벤트에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어, 그렇지 않아도 바쁘니까.

내 일정을 캐묻는 거야? 참나...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니까 이번만큼은 봐줄게.

그렇게 파고들고 싶다면...

난 하찮은 일로 사진을 남기는 습관도 없고, 사진을 기념품으로 만드는 취미도 없거든.

군사학교를 다녔으면 군부의 보안 규정쯤은 알고 있을 텐데?

쿠로노 쪽은 말할 것도 없어. 기체 외형이 의식의 바다 편차와 무관했다면, 쿠로노는 휘하 구조체들을 전부 식별하지 못하게 코팅해 버렸을 거야.

베라는 남의 일인 양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감았다. 인공 태양 빛이 닿지 않는 그늘 속에서도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어스름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상관없어. 나도 그런 쪽엔 관심 없으니까.

사진이라는 건 언제나 왜곡될 수 있고, 유효 기간이 정해져있어.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그 순간에만 머물러 있는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칠 뿐이야.

베라가 살짝 차가운 손끝을 내밀어 지휘관의 미간에서 시작해 코끝과 입술의 윤곽을 따라 내려가더니 가장 취약한 목 옆에서 멈췄다. 그 피부 아래에서는 경동맥이 생명의 박동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아름다움을 위해 흔적을 남긴다...

흔적을 남기는 방법은 아주 많아, 꼬마 지휘관. 굳이 꽃이나 무지개일 필요는 없어.

베라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자, 구조체가 시뮬레이션한 숨결이 너무나 생생하게 지휘관의 목덜미에 닿았다.

예를 들면... 상처도 일종의 흔적이지.

원하는 흔적을 좀 더 남겨 줄까?

베라는 몸을 바로 세우더니 지휘관을 빤히 바라보다가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화법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황금시대 세일즈맨한테서?

됐어. 카메라를 이리 줘 봐.

눈 깜짝할 사이에 카메라는 베라의 손에 쥐어졌고, 그녀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더니,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린 채, 검은 렌즈를 지휘관이 있는 쪽으로 돌렸다.

왜? 꽃이나 무지개가 없으면 덜 아름답게 느껴져서 그래?

카메라 뒤로 삐져나온 베라의 눈이 즐거움에 찡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회전 스크린을 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휘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좁은 뷰파인더 안에 같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거리를 좁혔다.

곧 셔터 소리가 울렸다. 버튼을 빨리 눌러서 카메라 초점이 제대로 맞았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베라는 조금 전에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고, 손은 여전히 지휘관의 허리에 얹힌 채 뜨거운 온기를 전하고 있었다.

음... 렌즈 왜곡이네. 내가 말했지? 사진은 왜곡된다고. 사진 속 모습이 실제보다 더 멍청해 보일 줄은 몰랐네.

감히 내 시각 모듈의 정밀도를 의심하는 거야?

그렇다면 너의 미적 기준에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겠네.

베라는 잠시 침묵한 채 액정 화면을 뚫어버릴 기세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손가락을 빠르게 몇 번 움직였다.

음~ 그래도 쓸 만한 부분은 있네.

지휘관의 뛰어난 동체 시력 덕분에, 조금 전 그녀의 동작이 사진을 다른 단말기로 전송한 뒤 로컬 데이터는 삭제하는 명령이라는 걸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면, 이건 전부 실패작이잖아. 이런 위험한 정보가 돌아다니도록 둘 순 없어. 전투 보안은 군인이 가장 먼저 배우는 수업이라는 걸 잊은 거야?

가자, 임무를 계속해야지? 어떤 "아름다운 흔적"을 남길지 기대되는걸, 꼬마 지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