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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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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타비 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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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햇살이 시간의 경계를 희미하게 녹여내고, 귓가에는 하루 종일 이어지는 매미 소리가 여름 끝자락의 몽롱함까지 함께 실어 날랐다.

그녀와 "컨스텔레이션"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약속 장소가 워낙 넓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

여기야.

소리를 따라 위를 올려다보자, 소녀는 "처음 봤을 때처럼" 멀리서 미소 짓고 있었다.

너무 멀리, 천막 속에 스며들 만큼 멀어서, 저 파란 하늘로 날아가 버릴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제타비

헉헉!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하늘 끝의 찬란함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햇볕에 데워진 따뜻한 공기가 얼굴 위로 포근하게 내려앉았다.

하늘이 선택한 자?

어머, 제타비한테 반했구나?

소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응. 그래야 우리 하늘이 선택한 자의 당황하는 얼굴을 잘 볼 수 있거든.

그리고 높은 곳에서 찍어야, 이 "카메라"라는 걸로 멋진 장면을 더 잘 담을 수 있고.

기념품 가게에서 빌린 황금시대 골동품이야. 영화 촬영 전용이라더라고. 덕분에 제타비도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지.

반신반의하며 제타비가 내민 검은 원통형 금속 물체를 받아들었다. 제타비는 지휘관 옆에 바싹 붙어 서서, 뿌듯한 표정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 배우들의 연기는 어설펐고, 조연으로 등장한 소형 로봇들은 정신없이 고개만 까딱대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들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영화 자체는 엉성했다. 밋밋하고 더딘 전개에, 평소 같았으면 망설임 없이 정지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배경은 컨스텔레이션이었다. 지겹도록 봐온 풍경인데도, 그녀의 카메라에 담긴 세상은 어딘가 낯설었다.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맑았고, 거대한 천막은 강렬하고도 몽환적인 빛을 쏟아냈다.

사람과 사물, 풍경과 빛. 분명 바로 옆에 있는 장면인데도 이상할 만큼 멀게 느껴졌다.

이전 장면의 여운 속에서 시간이 뚝 끊기듯 멈췄다. 그리고 장면이 전환되면서 오래된 것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피어났다.

어때?

어느새 영화는 끝나 있었고, 제타비가 자랑스럽게 카메라를 받아 갔다.

그냥 특별 데이트 데이에 즐기는 소소한 취미랄까? 모처럼 너랑 단둘이 공중 정원을 빠져나왔는데, 마침 오늘이 구룡의 특별 데이트 데이잖아.

견우랑 직녀가 1년에 딱 한 번 만나는 그날이래!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날 만나는 사람이랑 보내는 시간이 왠지 모르게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평생 기억에 남기고 싶어질걸!

제타비는 오늘을 기록할 거야. 영화로 남기고 싶어.

근데, 너도 눈치챘겠지만... 이 영화엔 아직 주인공이 없어.

맞아. 그러니까... 대답해 줘.

뭐라고?

제타비의 표정이 갑자기 묘하게 변하더니, 성큼 다가와 두 손을 "다정하게" 지휘관의 목에 올렸다.

사랑하는 하늘이 선택한 자, 내가 말했었나? 제타비가 가고 싶은 데는 컨스텔레이션뿐만이 아니야...

설산, 화산, 고공, 심해... 어떤 곳들은 인간에게 조금 "위험할지도" 몰라. 물론 제타비가 널 지켜줄게. 다만 과정이 조금 짜릿할 수도 있지.

지금 대답해 준다면, 제타비는 더더욱 컨스텔레이션 남고 싶어질 거야. 하늘이 선택한 자랑 평화롭고 조용한 특별 데이트 데이를 보내고 싶거든~

자, 어때, 대답해 줄래? YES or YES?

착하네.

제타비는 순식간에 지휘관의 목을 감싸안고, 다정하게 얼굴을 비벼왔다.

햇살은 그녀의 피부를 뜨겁게 달구고, 따뜻한 숨결이 둘 사이를 부드럽게 맴돌았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제타비는 지휘관의 향기를 가볍게 들이마시고는 몸을 뗐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야지.

제타비는 장난스럽게 윙크하며, 자기 몸만 한 카메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촬영 모드에 들어서자, 엉뚱하던 소녀는 장난기를 거두고, 오롯이 화면 속 피사체와 구도를 탐색하는 데 집중했다.

어째서 제타비는 특별 데이트 데이에 있었던 일을 꼭 기억하고 싶어 했을까? 지휘관은 방금 보았던 그녀의 영화를 떠올렸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을 담기 위해 소녀는 애쓰고 있었다.

그 화면들은 언제나 눈부신 아름다움과, 곧 사라질 듯한 쓸쓸함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여기 있는 모든 건, 겉보기엔 단단해 보여도... 사실은 아주 쉽게 부서져.

무너진 행렬, 끝없는 윤회... 그 모든 기억은 생명에 대한 제타비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지만, 대신 아름다운 풍경을 기억하려는 집착을 남겼다.

특별 데이트 데이도 마찬가지였다.

제타비는 커다란 카메라를 통해 세상 모든 것을 담으려는 듯했고, 지휘관의 손을 꼭 잡으려 했다...

모든 게, 답을 알려주는 듯했다.

응?

촬영에 몰두하던 소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선택한 자, 뭔 소리야? 제타비가 카메라를 들지 않으면 완벽한 영화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특별 데이트 데이 같은 특별한 날에, 세상에 하나뿐인 하늘이 선택한 자를 제타비 곁으로 보내줬잖아. 그러니까 오늘만큼은 제타비가 꼭...

하지만 오늘 있는 것들이, 내일은 사라질 수도 있어... 지금 이 순간을 꼭 붙잡아야 해.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팔이 단단히 지휘관을 감싸안았다. 포근한 품에 안긴 듯한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됐어, 그만! 언제까지 말할 셈이야?

제타비가 바라는 미래는 아주아주 길어. 한번 뱉은 말 절대 못 물러. 알았어?

안 한다고 해도 소용없어.

그럼, 사랑하는 하늘이 선택한 자, 우리 뭐부터 같이 찍어볼까?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황금시대 때도 퇴물 취급받던 이 카메라를 대체 어디다 쓰려는 건지...

액자에 풍경만 담으란 법은 없잖아. 사람도 담을 수 있고, 그 사람의 "마음"도 담을 수 있지. 하지만, 내가 틀린 걸 수도 있고.

"이건 우리 둘의 영화"라고, 그 바보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거든.

소녀의 입가에 비웃음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래도 전 잘 모르겠네요...

잃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그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아직은 너무 어려서 그래, 조금 더 각성된 다음 알게 될 거야~

제타비는 작은 로봇 사장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는, 빌렸던 카메라를 카운터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벼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