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는지 여러 번 확인한 인간은, 예고장을 들고 풍차 탑 꼭대기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건 범죄 예고장이었다. 그 예고장을 바라보자, 귓가에 그녀의 노랫소리가 환청처럼 맴돌았다.
풍차 탑이 무너진다, 무너진다, 무너진다~ 풍차 탑이 무너진다, 무너진다, 무너진다~{226|153|170}
존경하는 지휘관님...
엘리너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펜을 놀려 글을 써 내려갔다.
지휘관님은 지금쯤 컨스텔레이션의 달콤하고 평화롭고, 또 무해하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축제에 흠뻑 빠져 계시겠죠?
하! 재미없네! 차라리 내가 아주 자극적이게 간을 제대로 쳐줄까?
컨스텔레이션 풍차 탑 꼭대기에 폭탄을 설치했어요. 탑 전체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만큼 강력한 녀석으로요.
한번 상상해 보세요. 컨스텔레이션 하늘 위에 울려 퍼지던 즐거운 웃음소리들이, 한 번의 굉음과 함께 비명과 통곡으로 바뀌는 모습을요.
생각만 해도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후후... 그 녀석이 이 모든 걸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만 하진 않겠지?
저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아시겠죠? 맞아요. 폭탄과 가장 가까운 바로 그곳이에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적어도 풍차 탑이 무너질 때, 우린 함께 떨어질 테니까요.
어차피...
"평생 추락해 본 적 없는 자는,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추락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는 법이니까요."
입술을 움직이며, 인간은 서명된 이름을 조용히 되뇌었다.
풍차 탑의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상승하는 동안, 인간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곧 마주하게 될 상황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은 폭탄의 존재를 알게 되자마자 공중 정원에 알렸다. 컨스텔레이션 측에서는 특수팀을 파견해 폭탄 제거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예고장에 "엘리너"라고 서명한 승격자가 정말로 폭탄을 설치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예측불허한 성격을 고려하면, 우선 그녀의 "게임 규칙"을 어기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띵. 엘리베이터는 마침내 풍차 탑 최고층에 도착했다.
제식 권총을 꺼내 든 인간은 완전무장한 채, 경계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위험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인간은 이 승격자와의 재회를 수없이 상상했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마주한 광경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익숙한 모습의 승격자는 손발이 묶인 채, 의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예고장의 그 폭탄이, 그녀의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와 여러 번 전투를 치른 경험이 없었다면, 인간은 폭탄과 함께 묶여 있는 그녀를 불행한 처지에 놓인 가련한 여인으로 여겼을 것이다.
약속대로 모습을 드러낸 인간을 보자, 의자에 묶여 있던 여성은 몸부림을 쳤다. 그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로 연약해 보였다.
지휘관님, 지휘관님, 제 부름에 "이렇게" 한달음에 와주시다니, 정말 감격스럽네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꼴이 이래서... 손발이 묶여 일어나 인사도 못 드리겠네요. 죄송해요.
하지만 여성 승격자의 예의와 선의는 차갑게 외면당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휘관의 총구가 정확히 그녀를 겨눴다.
아무리 단단한 밧줄이라도, 그녀에게는 그저 머리카락 한 올 끊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어쩌면 "연약한 여성"의 모습을 완벽히 연출하기 위해, 스스로 이 가느다란 밧줄에 몸을 맡긴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을 보시고도, 지휘관님께서는 여전히 제가 무슨 속셈이라도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다른 승격자들과 사이좋게 지낼 타입으로 보이시나요?
꼼짝도 못 하는 제게 여전히 총을 겨누시다니...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하... 제가 지휘관님께 그렇게 살벌한 인상을 남겼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글쎄요? 어차피 제가 뭐라고 하든, 지휘관님께선 직접 확인해 보실 거잖아요?
승격자의 말대로, 인간은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인 박스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간단해요. 이 폭탄의 카운트다운 장치는 제 생명과 연결되어 있어요. 지휘관님께서 방아쇠를 당겨 저를 죽이시면, 카운트다운도 멈출 거예요.
엘리너는 여전히 의자에 묶여 있었지만,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술에 취한 것처럼, 붉은 기운이 그녀의 뺨을 타고 번졌다.
믿고 안 믿고는 지휘관님 자유죠. 자, 이제 선택하세요.
저를 구하실 건가요? 아니면 저를 죽이실 건가요?
총을 든 인간이 침묵하자, 승격자는 더욱 환하게 웃으며 인간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듯, 연기를 시작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제가 한번 맞춰볼까요? "그녀를 구해야 하나? 하지만 이 저주받은 폭탄이 컨스텔레이션의 무고한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데, 그녀를 제거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틀렸나요? 아니면 좀 더 강렬한 충동이 있나요? 예를 들면 "그녀를 죽여! 그녀는 승격자이자 인류의 적이야! 그녀를 죽이기만 하면, 이 무시무시한 폭탄의 위협은 순식간에 사라질 거야." 이렇게요.
어때요, 맞았나요?
하지만 눈앞의 인간은 지겹다는 듯 제식 권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승격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 폭탄의 타이머 장치로 주의를 돌렸다.
이렇게 간단한 걸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께서 굳이 두 번이나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그 반대인걸요. 제 목숨을 정말 소중히 여기기에, 이렇게 지휘관님께 맡긴 거죠.
전 그저 폭탄에 위협받는 가련한 여인을 연기하며, 정의로운 지휘관님의 "구원"을 기다릴 뿐이에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께선 생명의 무게를 정확히 판단하실 수 있다고 믿어요. 설령 그것이... 적의 생명일지라도요.
인간은 무언가 확신한 듯, 잡고 있던 제식 권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승격자를 묶고 있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
정말 놀라운 선택이네요. 그게 최종 결정인가요?
다리의 속박이 풀리자마자 승격자는 곧바로 다리를 꼬았다. 손을 풀어주려던 인간은 그녀의 날카로운 발끝에 턱이 베일 뻔했다.
"구할 수 있으면 모두 구한다"라... 점점 더 마음에 드네요. 어쩌면 우리, 꼭 적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요?
인간은 0을 향해 달려가는 카운트다운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폭탄 해체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으셨다니...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실지, 기대하게 되잖아요. 이젠 그냥 고군분투하게 두는 게 미안할 정도라니까요.
제가 가짜 비밀 열쇠를 알려주면 어쩌시려고요?
인간은 복잡하게 얽힌 폭탄의 배선에서 시선을 떼고, 승격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의문의 승격자와 컨스텔레이션 특별 데이트 데이 축제 중 탑에서 동반 추락!" 이런 거요?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유머 감각이라니, 정말 부럽네요. 하지만 안심하세요. 저도 열심히 노력한 당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애초에 부족했던 시간은 대립하는 두 명이 협력한다고 해서 더 늘어나지는 않았다. 폭탄의 카운트다운은 여전히 그들의 암호 해독 진행도를 앞서고 있었다.
아이고... 보아하니, 우리의 노력도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폭발까지 남은 시간은 30초. 두 명이 암호 해독을 완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지휘관님께서는 답을 알고 계신 거 아니었나요?
인간은 승격자의 얼굴에 떠오른 신비로운 미소를 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에 떠오르던 답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카운트다운은 이제 10초 남았다. 9, 8, 7, 6, 5...
인간이 폭탄을 탑 밖으로 던진 순간, 예상했던 참혹한 폭발 대신 화려한 보라색 불꽃이 마치 조롱하듯 하늘을 수놓았다.
하하하! 하하하하...
인간의 등 뒤에서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인간이 뒤돌아 "적"과 함께 이 화려한 "불꽃"을 나누려는 순간, 그 신비로운 승격자는 자취를 감추고 없어졌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의 환호 속, 바닥에 널브러진 밧줄만이 그녀의 완벽한 탈출을 증명했다. 허공에는 화약 냄새와 그녀가 남기고 간 위험한 향기만이 감돌았다.
승격자의 향기가 스며든 의자 위에는 그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예고장과 동일한 규격의 메모였다.
<i>정말이지, 저는 지휘관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활활 타오르는 듯한 기운이 정말 좋아요.</i>
<i>하지만 마지막에 폭탄이 불꽃으로 변하는 장면은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너무 뻔하잖아요. </i>
<i>게다가 그 화약 냄새가 지휘관님만의 독특한 향기를 가려버려서 아쉬웠어요.</i>
<i>이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은 아닐 거예요. 그때까지 지휘관님의 찬란한 불꽃이 사라지지 않도록, 소중히 다루겠다고 약속해 주세요.</i>
<i>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꼭 지휘관님의 향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겠죠?</i>
메모의 왼쪽 아래에는 위험한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는 보라색 입술 자국이 찍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