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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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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 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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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스텔레이션

지하 리듬 게임 오락실

지하 리듬 게임 오락실

손가락이 화면 속 "음표"를 따라 춤추듯 빠르게 움직이자, 경쾌한 타격음이 귓가에 연달아 울려 퍼졌다. 음악이 끝나갈 무렵, 지휘관은 모든 집중력을 모아 마지막 몇 개의 결정적 음표를 정확히 눌러냈다. Perfect!

음악이 점점 잦아들며 결산 화면이 나타나자, 지휘관은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클리어했어?

분홍 머리 구조체는 게임이 끝난 것을 눈치챈 듯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의자 위에서 빙빙 돌던 그녀는 어느새 삐걱거리는 바퀴 소리와 함께 지휘관에게 다가왔다.

어디 보자... 점수가 꽤 높네. 난이도가 만만치 않은 곡인데, 첫 도전치고는 아주 잘했는데?

테디베어가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뭔가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응?

테디베어는 눈을 깜빡이며 순진한 얼굴로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성격을 잘 아는 지휘관은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지휘관은 테디베어와 함께 축제에 몇 번 참가한 적이 있었지만, 매번 어김없이 테디베어의 놀림감이 되곤 했다. 비록 이번 특별 데이트 데이에 리듬 게임 오락실까지 끌려온 이후로는 아직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얌전히 있을 리는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테디베어가 뭔가 엄청난 장난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에휴... 지휘관, 네 눈엔 난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않게 보이는 거야?

로봇들이 황금시대 게임기를 복원해서 이 리듬 게임 오락실을 열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네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꼭 데리고 오고 싶었거든.

곡 고를 때도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아? 너무 어려우면 포기할까 봐, 너무 쉬우면 또 재미없을까 봐... 고심 끝에 겨우 네게 딱 맞는 곡을 찾았다고.

근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심지어 날 의심하고 있다니... 지휘관, 좀 서운하네...

맞아.

소중한 기념일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보내면 아깝잖아?

근데... 내가 준비한 "기념일 서프라이즈"를 이렇게까지 기대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그럼... 나랑 내기해 볼래?

테디베어는 말하며 옆의 기계를 가볍게 두드렸다.

네가 방금 그 곡에서 세운 기록을 깰 수 있는지 한번 내기해 볼까? 성공하면 네가 이기는 거고, 실패하면 내가 이기는 거야.

승자는 원하는 걸 하나 마음껏 부탁할 수 있고, 패자는 그걸 무조건 들어줘야 해. 어때, 지휘관? 내 계획을 모두 알아낼 좋은 기회야.

그리고 공정성을 위해, 네가 도전하는 동안 난 절대 방해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테디베어는 잔꾀가 많지만, 약속만큼은 꼭 지키는 성격이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한 걸 보면, 몰래 기계를 해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기록을 깨는 거라... 솔직히 이길 가능성이 꽤 높아 보였다. 이 곡은 이미 한 번 플레이해 보았으니, 방금보다 더 집중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망설여? 설마 겁난 거야?

지휘관은 겁이 난 것이 아니라, 테디베어가 왜 자신에게 불리한 내기를 제안했는지 의문이 든 것이었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걸까? 혹시 판세를 뒤집을 비장의 수라도 숨겨둔 걸까?

테디베어의 속셈이 뭔지 알아내기 위해, 지휘관은 이 내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은 다시 게임기 앞에 섰다. 스크린에는 방금의 결산 화면이 떠 있었고, "다시 도전"을 누르기만 하면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될 터였다.

테디베어는 한 손으로 뺨을 괸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지휘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말기조차 꺼내지 않은 걸 보면, 정말로 장난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잠깐만, 지휘관.

"다시 도전"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테디베어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별건 아니고,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지휘관, 이 곡 방금 한 번 들어봤잖아. 어땠어?

방금은 음표에만 집중하느라 곡에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하지만 구룡 특유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편곡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점이 인상 깊었다. 드럼 비트 또한 강렬하고 뚜렷해서 리듬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다.

곡 마지막 부분에 보컬이 있는데, 혹시 들었어?

보컬... 그러고 보니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소리가 아주 작았고, 마침 음표가 가장 많이 쏟아지던 구간이라, 뭐라고 불렀는지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

당연하지. 내가 만든 곡인데.

사실 전에 시간 날 때 너에게 특별 데이트 데이 선물로 주려고 이 곡을 만들어 두었거든. 근데 방금 리듬 게임 곡을 고를 때 갑자기 이 곡이 떠오른 거야.

그래서 전에 만든 프로그램으로 이 곡을 리듬 게임용 악보로 바꾸고, 단말기를 통해 이 기계에 업로드했지. 음, 방금 재밌게 하는 걸 보니, 효과가 꽤 괜찮은 것 같네.

사실 이 곡을 만들 때,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구룡의 노래 가사를 소개하는 글을 봤거든. 그중 몇 구절이 꽤 재미있는 것 같아서, 내 목소리로 편곡해 멜로디에 살짝 섞어봤어.

그러니까... 이 곡에 너에게 전하고 싶은 내 속마음이 담겨 있다고.

테디베어의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을 본 지휘관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분홍 머리의 구조체는 어느새 화면 속 "다시 도전" 버튼을 눌러버리고 말았다.

집중해서 잘 느껴봐~ 지휘관!

스테이지 초기 화면으로 전환되자, 은은한 멜로디와 함께 음표들이 정해진 궤도를 따라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휘관은 재빠르게 반응해 음표를 정확히 눌렀고, 화면에는 Perfect 문자가 연달아 나타났다.

도전이 시작된 이상, 지휘관은 일단 집중해서 기록을 갱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곡 시작 부분의 음표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테디베어의 말이 자꾸 떠올라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멜로디에 신경이 쓰였다.

그 멜로디는 부드럽고도 은은했다. 편종과 풍령 소리가 어우러진 듯한 맑은 음색이 전자음 비트와 절묘하게 섞여 들며, "테디베어" 특유의 특별 데이트 데이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226|153|170}~{226|153|170}~

옆에서 눈을 살짝 감고 미소를 띤 테디베어는 박자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곡 중반부에 접어들자, 음표들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화려한 빛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미 악보 흐름을 파악한 지휘관은 박자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고, 이내 그 특별한 보컬이 들려왔다.

보컬

오작교 등불 아래 그리움이 피어나고,붓 들어 악보에 마음을 새기네.

그 목소리는 부드럽고 맑았다. 은은한 불빛이 드리운 오작교 옆 창가에 앉은 소녀가 가슴 속의 애정과 간절한 기대를 악보에 살며시 담아내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보컬

천 마디 말을 가슴에 머금고,한 마디로 담아서 들려주고 싶네.

노래에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화면 속 소녀는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더니, 이내 결심한 듯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하지만 이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드러났다. 가장 중요한 보컬 파트의 볼륨이 너무 작아, 다른 멜로디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화면에는 빽빽한 음표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보컬에 집중하려니 플레이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았고, 고득점을 노리려니 타격음에 보컬이 묻혀버리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어느 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노래에 담긴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할까, 아니면 이 내기의 승부에 온전히 집중해야 할까?

승부도 중요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노랫말에 담긴 그녀의 진심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휘관은 손끝의 속도를 살짝 늦추며, 곧 다가올 결정적인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 특별한 목소리가 막 들려오려던 찰나, 뒤에서 불쑥 나타난 작고 부드러운 손이 지휘관의 귀를 막아버렸다.

결국 지휘관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게임은 몇 번의 실수 효과음과 함께 허무하게 끝이 났고, 화면에 나타난 최종 점수 역시 이전 기록을 넘지 못했다.

역시 안 되겠어. 너무 성급한 것 같아. 중요한 마음을 이렇게 허투루 전하기 싫어.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원래는 다 준비해 뒀단 말이야. 근데 방금 네 진지한 모습을 보고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어. 이렇게 중요한 마음을 시끄러운 오락실 한가운데서, 미리 녹음해 둔 목소리로 전하는 건... 너무 성의 없어 보이잖아.

네가 속도를 늦춘 그 순간부터, 이 내기는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지. 이 곡의 주요 득점 구간이 다 그 부분에 몰려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 지휘관. 약속대로 작은 부탁 하나 들어줘.

특별한 말은 그에 어울리는 특별한 분위기가 필요하지. 대관람차, 수족관, 영화관... 뭐든 좋으니, 나랑 함께 그런 설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그때가 되면, 네가 미처 듣지 못한 그 말을... 직접 들려줄게. 어때?

그녀의 마음이 소중하긴 하지만, 노래는 나중에도 충분히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이 내기, 그리고 패자가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그 부탁이 더 신경 쓰였다. 지휘관은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여 마지막 음표를 정확히 눌렀다.

마침내 결산 화면에 새로운 기록이 달성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역시 지휘관은 정말 단호하네. 내 서프라이즈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다니, 내가 졌어. 축하해. 이제 나한테 원하는 걸 마음껏 "부탁"해 봐. 아니면, 생각할 시간이라도 좀 줘?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방금 겪은 일로 인해 지휘관은 무엇을 "부탁"해야 할지 이미 마음속에 답을 정해 두었다. 이런 말은 역시 직접 듣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테디베어의 얼굴에는 담담하면서도 살짝 의기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마치 모든 것이 그녀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조차 그녀가 계획한 시나리오의 일부인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이지. 근데 지휘관, 잠깐 준비할 시간을 줄 수 있어?

특별한 말은 그에 어울리는 특별한 분위기가 필요하지. 대관람차, 수족관, 영화관... 뭐든 좋으니, 나랑 함께 그런 설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그때가 되면, 다시 들려줄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