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깃들었지만, 컨스텔레이션의 거리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거리의 수많은 인공조명이 하나둘 켜지면서, 모든 것을 화려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로 감쌌다.
인간 맞은편의 인어는 한 가판대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빛에 비친 그녀의 옆모습은 마치 한 폭의 정물화처럼 보였다.
그 가판대에는 "소원 등"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고, 아래에 종이 등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어? [player name]?!
어... 언제 왔어? 아, 내가 넋 놓고 있는 거 다 봤겠네. 창피해...
소원 등, 의미: 아름다운 소원을 담을 수 있는 특정 문화용품입니다. 용도: 소원 등에 소원을 적거나 그려, 촛불의 열기로 하늘로 띄워 보냅니다.
특별 데이트 데이 한정 체험 이벤트입니다. 2인 1조로만 참여 가능하며, 문구 세트가 증정됩니다. 두 분의 아름다운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가판대 뒤에 서 있던 로봇이 능숙하게 손님을 끄는 멘트를 쏟아내며, 커다란 소원 등 "선물 박스"를 건넸다.
인간의 격려하는 미소를 보며, 라미아는 조심스럽게 인간의 의사를 물었다.
그러니까, [player name]... 나랑 같이 소원을 빌어볼래?
여긴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조금 더 조용한 데로 가서 소원 빌까?
인어는 조용히 인간 곁으로 다가와 북적이는 거리를 함께 지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요한 강이 눈앞에 나타났다. 방금까지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저 멀리 사라졌고, 물기를 머금은 밤바람이 얼굴을 부드럽게 스쳤다.
여기가 좋겠다. 강바람도 시원하고.
그럼, 소원 등에 소원을 적어볼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곳에 있었지만, 라미아는 눈앞의 등롱을 진지하게 바라볼 뿐, 좀처럼 붓을 들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
다음 기체 점검 때 머리 색을 바꿔 달라고 할까? 안 돼, 이런 사소한 일을 소원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잖아.
그럼 더 똑똑하고, 더 예쁘고, 더 강해지게 해달라고 빌까? 근데 그런 모습이 상상이 안 가...
[player name]와(과) 같이 재미있는 일도 많이 하고 싶은데... 공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아, 이것도 순서를 정해야 하나?
히익! 안 돼... 소원이 이렇게 많은데, 글씨로 쓰든 그림으로 그리든, 이 작은 소원 등 하나로는 어림도 없잖아!
아, 어... 어떡하지...
라미아는 고개를 떨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어? 이렇게... 말이야?
무슨 의도인지는 몰랐지만, 라미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인간의 말대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뭐 하는 거야? 앗, 장난치면 안 돼!
인간은 인어의 손을 꽉 잡았고, 둘의 거리는 한층 더 가까워졌다.
눈을 꼭 감고 있는 라미아의 볼에는 속눈썹 그림자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인간이 정말 장난을 칠까 봐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음, 그렇다면... 머릿속에 제일 먼저 스치는 장면은...
아...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눈을 뜬 라미아는 뭔가 결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인간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라미아의 뺨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라미아는 당황하며 소원 등을 들어 자기 얼굴을 가렸다.
[player name]... 훔쳐보기 없기야! 너, 너도 네 소원이나 진지하게 생각하라고!
다, 다 쓰고 나면 서로 바꿔 볼까?
얇은 등불 종이 너머로 맞은편 라미아의 진지한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진 듯했다.
부드러운 밤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멀리서 거리의 떠들썩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인간은 눈앞의 소원 등으로 시선을 돌린 후, 마음속 생각을 한 줄의 글로 적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player name], 지금 바꿔도 돼?
맞은편의 인어는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소원 등을 조심스레 돌려 방금 완성한 면을 인간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귀여운 인형들과 예쁜 디저트가 놓인 방 안에는 물고기 꼬리를 가진 소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 옆에는 아주 익숙한 "인간"이 서 있었다.
글자가 하나도 없었지만, 서툰 그림만으로도 그녀의 "소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player name]은(는) 뭘 썼어?
히익, 너, 너 정말... 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다, 다른 걸 쓸 줄 알았는데...
라미아는 인간이 소원 등에 쓴 구절을 보고, 기쁨과 수줍음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인어는 어색하게 몸을 돌렸지만, 간간이 고개를 돌려 인간을 힐끔 훔쳐보았다. 마치 인간이 자신에게 정말 관심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긍정의 대답을 얻은 라미아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의 수줍음은 온데간데없고, 밤하늘 아래 그녀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아 맞다. 깜빡할 뻔했네! 가판대 주인이 소원 등을 하늘로 띄워야 소원이 이뤄진다고 했잖아.
라미아는 허둥지둥 소원 등에 초를 고정하고 불을 붙였다. 흔들리는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자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라미아가 소원 등을 살며시 들어 올리자, 춤추는 불빛 속에서 그 그림이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player name], 같이 소원 등을 날리자.
소원을 담은 소원 등은 밤하늘로 떠올라 서서히 멀어져 가며, 이윽고 반짝이는 별하늘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 아래서 바라보는 인어의 얼굴에는 기대에 찬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인간은 라미아와 함께 강가에 앉아 이 고요한 따뜻함을 만끽했다. 둘 사이에 아무 말도 없었지만, 인간은 라미아의 기체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밤이 깊어지자 라미아는 피곤한 듯, 어느새 얌전한 고양이처럼 인간의 무릎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었다.
시간이 흐르자 라미아의 잔잔한 숨소리만이 들렸다. 그 숨소리는 점점 느려졌고, 곧 깊은 잠에 든 듯했다.
인간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라미아가 더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녀는 이 움직임에 깨어나지 않았고, 잠결에 작게 중얼거렸다.
[player name]... 방 커튼... 어떤 색이 좋아...?
가능하다면, 난...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