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 구역이 인기가 많을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펀치력 측정기 앞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황금시대 이전의 게임기가 여전히 이렇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에 감탄하던 중, 인간은 붐비는 군중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빨간 짧은 머리를 발견했다.
컨스텔레이션에서 공중 정원 구조체가 벌인 파괴 행위에 강력히 항의합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인파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보니, 엄청난 힘에 찌그러져 버린 펀치력 측정기가 보였다. 그 옆에서는 화가 잔뜩 난 가게 주인이 태평한 표정의 녹티스에게 폭언을 퍼붓고 있었다.
파괴라니, 무슨 소리야! 너희가 가져다 놓은 이 황금시대 골동품이 질이 나빠서 이렇게 된 거잖아. 이 몸이 힘을 제대로 주지도 않았는데 벌써 망가졌다고.
불만: 궤변입니다! 이건 명백한 궤면입니다! 요구사항 전달: 구조체 녹티스는 손상에 대한 수리 비용을 배상해야 합니다!
궤면? 무슨 면이야? 맛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수리는 무슨! 이 몸이 그런 걸 할 줄 알겠냐고? 그냥 반대쪽에서 똑같이 한 방 더 치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녹티스가 "주먹으로 수리"하겠다는 생각이 실제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아, 인간은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player name]? 지휘관! 때마침 잘 왔어!
구세주라도 만난 듯 녹티스는 인간의 손을 잡아끌더니, 마치 대단한 인물이라도 소개할 것처럼 폼을 잡았다.
(작은 목소리로) 지휘관, 제발 좀 도와줘. 난 수리 같은 건 진짜 하나도 모른다고!
가판대 주인, 이분 모르나? 이분이 바로 [player name](이)야.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자, 인간 영웅이지. 수리는 물론이고, 못 하는 게 없다고!
시각 센서 식별 완료, [player name] 신분 확인. 요구사항 전달: 공중 정원은 컨스텔레이션의 손실을 배상해야 합니다.
그럼 이렇게 하자! [player name]이(가) 여기 상황을 해결해 주면, 이 몸이 기가 막힌 곳으로 데려가 주지. 네가 평생 구경도 못 해봤을 그런 곳으로!
인간은 단말기를 뒤적이며 몇 번 연락을 주고받더니, 결국 정비 부대 대원들이 뒤처리를 떠맡게 되었다.
수리 인원의 연락처를 로봇 가판대 주인에게 전달하며 녹티스의 펀치력 측정기 파손 사건은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사과의 뜻으로 그는 인간에게 라지 사이즈의 생과일주스 한 잔을 건넸다.
해결됐어? 역시 이런 일은 너만 할 수 있다니까. 받아, 이건 네 거야.
헤헤! 이 몸이 직접 찾은 곳이야. 지휘관이 상상도 못 할 만큼 멋지고 특별한 곳이지!
지상에서 수백 미터 높이의 풍차 탑 꼭대기, 녹티스는 이상한 윙슈트를 입고 뽐내듯 인간 앞에 서 있었다.
어때? 처음 보지?
뭐야, 이것도 알고 있다니... 이 몸이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는지 알아?
설마, 너 이미 해본 적이 있는 거야? 이 몸보다 더 빠르다니, 대체 파오스에서는 뭘 가르치는 거냐고!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라고? 이 몸은 뭔가 특공 잠입 작전 수단인 줄 알았는데... 근데 뭐, [player name]이(가) 안 해봤다면, 이 몸이 직접 "사치스러운 익스트림 레크리에이션"을 체험시켜 주지.
[player name]이(가) 내 비행 기술을 의심하실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뒀지. 이걸 보고 마음 놓으라고.
실력을 증명하듯, 녹티스는 단말기를 꺼내 자신의 비행 영상까지 보여줬다. 화면 속 녹티스는 마치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었다.
녹티스는 능숙하게 지휘관을 자신의 앞에 고정시켰다. 평소엔 덜렁대던 그도 이번만큼은 고정 장치를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고, 비행 도중 주의 사항까지 "진지하게" 설명해 주었다.
[player name], 준비됐어? 이제 이 몸과 함께 하늘을 정복하러 가볼까?
컨스텔레이션의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도시 중심의 높은 탑 위에서 한 마리의 "새"가 하늘로 뛰어든 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오호! [player name], 느낌 어때?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이 행성의 중력이 여전히 탯줄처럼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을 느꼈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불안하게 뛰는 심장 소리와 함께 이성이 곧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녹티스가 튼튼한 팔다리로 윙슈트를 펼치자, 인간과 구조체는 마치 하늘을 나는 새가 된 듯했다.
고공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 모든 감각들 사이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껴진 것은 등 뒤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였다.
[player name], 아래 보지 말고 앞을 봐! 지휘관, 넌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고!
녹티스의 말이 곧 날아가 버릴 것 같던 인간의 정신을 붙잡았고, 인간은 마침내 지시에 따라 앞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시야가 닿는 곳에, 상처로 뒤덮인 행성이 우아한 곡선을 자랑하고 있었다. 연푸른 하늘과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활강하는 동안 지평선 너머로 새로운 풍경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그 장엄한 광경에 곤두섰던 신경이 완전히 풀렸다.
하지만 저 아래 컨스텔레이션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문득 인간은 녹티스가 미리 말하지 않은 문제가 떠올랐다.
뭐?
다행히 착륙 지점이 컨스텔레이션에서 그리 멀지는 않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둘에게는 교통수단이 없었다.
[player name], 어땠어? 내가 장담하는데, 이번 축제에서 이것보다 더 짜릿한 건 없었을 거야!
그럼 지금은 더 짜릿한 시상식 시간이야!
녹티스는 어디선가 아주 허술한 증서를 꺼내 인간에게 건넸다. 그 증서에는 [player name]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미리 준비해 둔 게 분명했다.
이 몸이 직접 수여하는 황금시대 이후 최초의 윙슈트 비행 증서야.
지휘관이 분명 "이 풍경이 최고의 선물이야." 같은 말을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 몸한테는 그런 건 안 통해!
이제 이 세상에서 비행 증서를 가진 건 우리 둘뿐이야. 다음에도 꼭 같이 비행하자!
왜?
뭐? 이 몸도 잘 모른다고! 그... 그냥 빨리 돌아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