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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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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 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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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스텔레이션의 축제에서 청소년 육성 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시 문화 나눔회를 개최했다. 최근 시를 배우고 있는 에코는 이 나눔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님으로 초대받았다.

황혼이 저물 무렵, 햇살이 아이들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로 가득한 교실 안으로 듬성듬성 스며들었다.

먼 옛날, 구룡에 한 시인이 있었어요. 그는 특별 데이트 데이에 태어나, 같은 특별 데이트 데이에 세상을 떠났죠... 이렇게 낭만적인 날에 태어나고 죽었지만, 그가 유명해진 건 낭만적인 시 때문은 아니었어요.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시는 사라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었어요. 그리고 무너진 강산과 고향의 비바람도 담겨 있었죠...

소녀는 교실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수업을 이어갔고, 빼곡히 적힌 교안을 간간이 내려다보곤 했다.

에코가 정성껏 준비한 수업에 푹 빠진 아이들은,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와 맨 뒷자리의 빈자리에 앉은 인간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강단 위의 에코는 이 뜻밖의 "학생"이 들어온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지휘관님...?

인간의 신호에 에코는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이 시가 무슨 시인지 아는 친구 있나요?

아이들은 그렇게 오래된 시를 알 리 없었고, 에코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순간,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모르나요?

소녀는 살짝 초조한 눈빛으로 멍하니 있는 아이들을 훑어보다가, 결국 도움을 구하듯 맨 뒷자리의 인간을 바라보았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인간이 마침내 입을 열어 학생처럼 에코의 질문에 답했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아이들을 위해, 그 시의 가장 유명한 구절을 두 구절을 읊어주었다.

네...! 좋아요! 아주 훌륭한 답이네요. 나중에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하나 붙여줄게요!

이내 "대단하다!"는 소리가 아이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고, 에코는 분위기를 살려준 인간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아이들의 감탄에 확신과 용기를 얻은 그녀는 수업을 다음 부분으로 이끌었다.

여러분, "달"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재였다는 걸 알고 있나요? 황금시대 이전, 대서양 경제 공동체의 한 시인은 달과 바다의 거리를 시로 가늠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북극 항로의 시인은 고요하고 깊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달에게 왜 도망가느냐고 나무라기도 했죠...

맨 뒷자리의 인간은 입술만 움직이고 소리 없이 소녀가 풀이하는 시구를 따라 읊조렸다. 소녀는 이 모습을 눈여겨보며,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역사와 시에 담긴 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종종 한 편의 시나, 한 사람을 만날 순간을 기다리곤 해요. 그리고 때로는 시가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반대로 한 사람 때문에 시가 생각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오래된 시는 세상에 별처럼 많아요.

그 별빛들이 우리 눈앞에 떨어지는 순간, 그때가 바로 우리가 진정으로 시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저의 시 문화 수업 나눔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예요.

때마침 종소리가 울렸다. 아무리 아름다운 시구절이나 훌륭한 수업도 종소리만큼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짐을 챙기며 교실을 나설 채비를 했다.

강단 위의 에코는 긴장이 풀린 듯 길게 한숨을 내쉬고, 미소로 아이들을 배웅했다. 마지막 아이가 교실을 나가자, 교실에는 소녀 선생님과 맨 뒷자리의 인간 "학생"만 남았다.

네. 정말 오랫동안 준비하고, 혼자서도 많이 연습했어요. 그래도 막상 하려니 긴장되더라고요.

지휘관님은 왜 축제에 안 가시고 제 수업을 들으러 오셨어요?

지휘관님께서 좋게 봐주셔도... 선생님이 되기엔 아직 배울 게 너무 많아요.

지휘관님도 참... 농담은 그만하시고, 교실 정리나 좀 도와주세요.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요.

저무는 황혼 속에서, 소녀의 얼굴에 스친 붉은 기운이 유독 아름답게 빛났다.

둘이 교실의 책상과 의자를 정리할 즈음, 달은 이미 나뭇가지 위로 떠올랐다. 맑은 달빛이 창문으로 스며들어 오후 햇살이 머물던 자리를 채웠고, 둘은 자연스럽게 창밖의 밝은 달을 올려다보았다.

와, 지휘관님, 저 달 좀 보세요... 정말 밝아요.

달빛에 이끌린 듯, 소녀는 재빨리 교실 밖으로 향했다. 인간은 문과 창문을 잠그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그녀를 뒤따랐다.

가로등 아래에 다다르자, 노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을 발견한 에코는 노트를 덮고, 나란히 휴게실로 향했다.

컨스텔레이션에서 마련한 휴게실로 향하며, 둘은 반드시 지나야 하는 인공 강변을 한가로이 걸었다.

비록 보름달은 아니었지만, 티 없이 맑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고, 밝은 달빛이 강물 위로 온전히 쏟아져 내렸다.

오후 수업 때 보니까, 지휘관님께서 시를 참 많이 알고 계신 것 같던데요.

그래서 시 한 편을 준비했는데, 한번 맞춰보시겠어요?

네, 맞아요. 컨스텔레이션의 특별 데이트 데이 축제인 만큼, 구룡의 시를 특별히 더 준비했거든요. 그중에서도 이 시가 지금의 풍경과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달에 관한 시예요. 드넓은 우주와 그 앞에서 한없이 작은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죠.

시에서는 이렇게 묘사해요. 달이 떠오를 때는 강물은 물론 온 세상이 환한 달빛으로 가득해지지만, 달이 저물 무렵에는 강가의 나뭇가지들이 그 달빛을 흩뜨려 놓고, 오직 몇몇 사람만이 드문드문 비치는 달빛 속을 헤치며 돌아간다고 해요.

이 시에서 달은 사랑과도 관련이 있어요.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더욱 단단해져, 허무함에 맞서는 인간의 방패가 되어주는 그런 사랑이요.

소녀는 낮에 아이들을 가르칠 때처럼 시구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 설명했다. 인간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에코는 자신의 노트를 급히 훑어보더니, 인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시구를 읊으려던 찰나, 소녀가 검지로 인간의 입술을 막았다. 멀지 않은 호수에는 맑은 달빛이 쏟아져 내려 물결이 아스라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장면은 마치 둘의 마음속에 떠오른 시구절이 현실로 드러난 듯했다.

에코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읊지 못한 시구에 지금과 같은 장면이 있다는 것을 인간은 알고 있었다.

둘은 같은 달빛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서로의 눈빛에 어린 달빛이 대신 응답을 해주었다.

달빛이 정말 아름답네요.

인간은 에코의 눈동자 속에서 그녀를 사로잡은 달빛을 보았다. 마치 시 속 달빛이 천 년의 시간을 넘어 지금 이 순간 둘을 비추는 것만 같았다.

황홀한 달빛 속에서, 누군가는 눈앞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생각보다 말이 먼저 흘러나왔다.

또 누군가는 옆 사람과 마음이 통한 듯, 말이 생각보다 먼저 나왔다.

달빛을 따라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