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이벤트 스토리 / 별의 이야기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함영 별의 이야기

>

컨스텔레이션의 중심 거리를 느긋하게 걷던 중, 멀리서 박수와 환호성이 들려왔다. 인간과 구조체 할 것 없이 모두가 발길을 멈추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붐비는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자, 청록빛의 우아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가운데, 눈앞의 여인이 보여주는 완벽한 춤사위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정말 [player name] 님이시군요.

춤이 끝났음에도, 그 여운은 공기 중에 맴도는 듯했다. 유려한 동작은 등불과 달빛이 어우러진 무대 위에서 마치 은은한 빛을 두른 듯했고, 부드러운 움직임 속엔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축제의 소음마저 아득한 배경음악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초록빛을 띤 기계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조금 부끄러워하는 듯 이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 고요함을 방해할까 두려운 듯, 인파는 어느새 서서히 흩어졌고, 다만 그 아름다움에 여전히 제자리에 못 박힌 채로 있었다.

오셨군요.

오늘이 특별 데이트 데이라서요. 예전에 구룡에 있을 때 자주 듣던 "만남"과 "기다림"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방금 그 춤을 만들어봤어요. 제 춤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리고 제 춤 실력도 조금은 나아졌을까요?

마치 조심스러운 고백 같기도, 조심스레 지휘관의 반응을 살피는 듯하기도 했다. 함영은 두 손을 앞에 모으고 조용히 인간을 바라보았다.

떠들썩한 순간에도, 침묵에도 나름의 운율이 있는 법이죠. 오늘 컨스텔레이션 중심가에서는 구룡의 음악 공연이 있다는데... 저와 함께 보러 가주시겠어요?

공기 중에는 단향목의 은은한 향과 설탕 공예 가판대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냄새가 뒤섞여, 특별 데이트 데이 축제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잔잔히 들려오는 악기 소리가 귓가를 감싸며, 구룡의 전통적인 선율이 점점 두 사람의 손목에 닿듯 가까워졌다. 숨결이 음률과 함께 얽혀들어, 어느새 등불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청록빛 로봇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비록 로봇의 몸이지만, 이런 선율과 아름다움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 곡의 이름은 <작교선>이에요.

구룡의 전설에 따르면, 오늘 같은 날 까마귀와 까치가 다리를 놓아, 은하수 너머로 헤어져 있던 연인이 달빛 아래 다시 만난다고 해요.

기나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연인의 만남은 너무나 짧고, 꿈에서 깨어난 뒤에는 아쉬움만이 남았다고 해요. 그래서 이 곡에는 "후회를 남기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죠.

마치... 아, 저 혼자 너무 떠들었네요. [player name] 님, 지루하진 않으셨나요?

함영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이마를 타고 흐른 머리카락이 그녀의 붉어진 뺨을 가렸다.

지휘관님, 혹시... 이 <작교선>에 맞춰, 저와 함께 춤춰 주시겠어요?

함영은 살짝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가볍게 저었다.

지휘관님을 곤란하게 할 생각 없어요. 그저 함께 걷는 간단한 스텝 몇 가지일 뿐이에요. 복잡한 기교보다, 마음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자, 제 손을 잡아 주세요. 긴장하지 마시고, 제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세요...

함영은 우아하게 손을 내밀어 손바닥을 위로 향하며, 부드럽지만 확고하게 초대를 건넸다.

깊은숨을 들이쉬고, 지휘관은 조심스럽게 함영의 차가운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예상치 못한 든든함과 안정감이 전해져 와,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졌다.

첫 번째 스텝은, 왼발 앞으로 가볍게... 네, 바로 그렇게요. 제 어깨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따라오세요.

익숙하지 않은 곡조에 몇 번이고 실수를 할 뻔했지만, 함영은 언제나 티 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맞춰 주었다. 마치 봄바람이 꽃잎을 받쳐주는 것처럼, 점점 묘한 리듬감이 몸에 스며들었다.

함영의 맑고 빛나는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시야 속에서 등롱의 빛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퍼져 나가고, 주위 공기가 조금씩 따뜻해지는 듯했다. 어느새 그들 주위로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모여들고 있었다.

좋아요. 이제, 작게 한 바퀴 돌아볼까요? 보이지 않는 실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셨죠? 춤이란 결국, 동작 속에 스며든 신뢰와 호흡이에요.

몇 번의 빠른 회전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자, 함영은 우아하게 자세를 마무리하며 인사를 했다.

어느새 주위는 관객들로 가득했고, 곡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이 꿈결처럼 느껴졌다.

함영은 얼굴에 붉은 기운을 띠며, 문득 지휘관과 눈이 마주쳤다.

지휘관님과 함께 춤을 춘다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네요.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떠들썩한 소리가 축제가 아직 한창임을 알려주었다. 지휘관은 저 멀리 빛나는 풍경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은은한 등불 아래 서 있는 함영을 바라보았다.

함영은 망설임 없이 지휘관의 손을 잡았고, 그들은 함께 등불이 수놓은 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쩌면 이렇게 나란히 걷는 것이야말로 가장 오래 이어지는 "스텝"일지도 몰라요. 오늘은 정말 아쉬울 게 없는 하루네요.

고마워요, 지휘관님. 특별 데이트 데이 축제,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