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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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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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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달이 높이 떠오르고,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컨스텔레이션의 거리를 스치는 밤바람에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대나무 그림자 앞, 긴 머리의 소녀가 파란 편지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달빛 아래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폭포처럼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가볍게 흩날리며 은은한 아이리스 향이 퍼졌다.

[player name] 님, 오셨군요.

세레나는 눈앞의 사람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짓고는, 손에 든 편지지를 붓 옆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휘자님께서 이렇게 와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지휘자님, 특별 데이트 데이 소원을 빌 수 있는 시간이 아직 3시간이나 남았어요. 혹시 직녀성에 전하고 싶은 소원이 있으신가요?

지휘관은 그제야 세레나 앞 탁자 위에 크고 작은 소원 편지지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편지지 하나하나에는 아름다운 필체로 쓴 글귀가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아, 이것들은 그냥 연습 삼아 써 본 거예요.

혹시... 이 시구들이 궁금하신 건가요?

그럼... 많이 부족하지만, 한번 읊어드릴게요.

세레나는 얼굴을 붉히며 편지지 하나를 집어 들고, 살짝 숨을 들이쉬었다.

세레나

가을바람에 밤은 깊어 가고

고개 숙여 은하수 한 줌 떠 올리네.

물결이 일렁이는 오작교 아래서,

그대 오기만을 기다리네.

다 읊고 난 세레나는 긴장한 모습으로 편지지를 내려놓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지휘자님, 어떠셨나요?

아니에요. 이건 그냥 습작일 뿐이에요.

제가 걸어두고 싶은 건... 지휘자님과 함께 쓴 소원이에요.

세레나가 고개를 살짝 숙이자,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녀의 뜨겁게 달아오른 반쪽 얼굴을 가렸다.

전설에 따르면, 특별 데이트 데이에 소원을 적어 대나무에 걸어두면, 까치가 그 소원을 직녀에게 전해준다고 해요.

그리고 하늘의 직녀는 대나무에 걸린 소원 중에서 가장 높이 달린 소원 하나를 골라, 그날 밤에 이뤄준다고 해요.

하지만 직녀가 꼭 제 소원을 이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휘자님과 함께하는 이 순간 자체가 저에겐 소중한 추억이니까요.

지휘관의 손을 잡은 세레나는 고개를 들어 대나무 그림자 사이로 끝없이 펼쳐진 별하늘을 바라보았다.

기념일을 지휘자님과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제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는걸요.

그 말씀은...

순간, 세레나의 체온이 살짝 올랐다. 그녀의 가슴속에서 빨라진 고동이 기체 적합자의 의식의 바다 파동 주파수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세레나는 그저 손끝에 힘을 주어, 옆에 있는 인간의 손을 더욱 꽉 잡았을 뿐이다.

지휘자님께서 시간을 내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더 피곤하게 해드릴 순 없어요.

네, 알겠어요... 사실 지휘자님께서 이뤄주셨으면 하는 소원이 하나 있어요.

소녀는 용기를 내어 탁자 위의 긴 비단을 집어 들었다.

사실, 특별 데이트 데이와 관련된 또 다른 전설이 있어요. 둘이 함께 비단에 소원 백 개를 적어 가장 높은 나무에 걸어두면, 직녀가 매년 특별 데이트 데이마다 그 소원을 하나씩 이루어준다고 해요.

그래서 말인데요... 지휘자님과 함께 이 비단에 우리의 소원 백 개를 채워가도 될까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고 매끄러운 비단을 지휘관의 손에 건넸다.

혹시 바로 떠오르는 소원이 없으시다면, 함께 미래를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함께할... 아주, 아주 먼 미래의 모습을요.

소녀의 진심 어린 한마디 한마디에는 깊은 그리움이 스며 있었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어떤 꿈을 이루게 될지, 함께 상상해 보는 거예요.

아주 먼 훗날, 전쟁이 끝나거나 지구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우리는 분명 오늘처럼 함께 새로운 꿈을 꾸고 있을 거예요.

"지휘자님과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충분히 행복해요.

네...

긴 머리의 소녀는 말없이 지휘관을 꼭 껴안았다. 지휘관은 세레나 마음속의 상상과 설렘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여름밤의 바람이 다시 스쳐 지나가며, 멀리서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컨스텔레이션의 밤하늘에는 만화경처럼 찬란한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찬란한 불꽃에 비친 세레나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시간이 영원히 멈춘 것만 같았다.

소녀는 지휘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그 마음에 답했다.

아름답네요...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도... 이렇게 수많은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가요.

불꽃에 비친 세레나의 미소는 눈부시게 빛났다.

저의 처음이자, 유일한... 지휘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