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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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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위 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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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임시로 마련된 공연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긴 옷을 걸치고, 가면을 쓴 이야기꾼이 무대 위에 앉아 억양을 살려가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지난 이야기에서, 부잣집 도련님아가씨이(가) 가문의 뜻을 거역하고, 무관의 젊은 무사와 함께 도망가기로 약속했었죠...

달빛 한 점 없는 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높은 담장을 넘어 도성으로 몰래 떠나려 했으나, 이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있던 나리께서 부하를 보내 쫓게 했다는데...

이야기꾼이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치고 탁자 위의 나무토막을 한 번 내리치자, 전통적인 검은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무대 뒤에서 줄지어 등장해 각자의 무술 자세를 취했다.

와, 이 공연 몰입감 장난 아니다. 무술 배우들까지 나오네...

당연하지. 앞자리를 잡으려고 오늘 아침 얼마나 일찍 일어났는데!

아, 얘기하다가 재밌는 장면 놓치겠다.

지휘관과 창위가 다시 무대로 시선을 돌렸을 때, 무장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어느새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석 앞에 서 있었다.

가련한 도련님아가씨와(과) 무사는 저택을 떠나 몇 리도 가지 못해 나리가 보낸 호위 무사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으니, 결국 새장에 갇힌 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갑자기 지휘관과 창위의 손목을 삼밧줄로 묶어 무대 위로 끌고 올라갔다.

어? 이런 전개는 처음 보는데?

하지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둘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둘을 에워쌌다. 그 사이 뒤에서는 이야기꾼의 해설이 계속 이어졌다.

무사의 두 팔이 묶이니 이는 마치 용의 발톱을 뽑아버린 격! 아무리 천 가지 무공을 익혔다 해도 이제는 무용지물이 되었지요...

하앗!

지휘관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창위가 검은 옷을 입은 사람 한 명을 냅다 걷어찼다.

뒤를 돌아보니, 창위는 이미 무릎을 살짝 굽힌 채,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미안, 그냥 잡혀만 있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아서 말이야.

너희들, 가진 무공을 있는 대로 다 써봐!

창위의 돌발 행동에 지휘관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곧 지루함을 떨치듯 자리에서 일어나, 창위와 함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과 맞섰다.

오호? 호위 무사들이 방심한 틈을 타 무사가 드디어 저항할 기회를 잡았네요. 방금 발차기를 날린 무사는 온 힘을 다해 반격하려는 모양입니다...

갑자기 반항하기 시작한 창위를 본 이야기꾼도 이 뜻밖의 전개에 흥분한 듯했다.

하나, 둘, 셋, 넷...

아, 됐어. 인원 세는 것도 귀찮네. 몇 명이든 상관없으니까 다 같이 덤벼!

의기양양하게 허리를 펴고 있는 검은 머리 소년의 붉은 눈동자에는 흥분한 전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무장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마치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난 듯 주먹을 맞잡고는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이내 공연장은 북새통이 되었다. 주먹과 발이 부딪히는 소리, 이야기꾼의 흥분된 해설, 구경꾼들의 함성이 뒤섞여 공연장은 활기가 넘쳤다.

구경꾼들

옳지, 잘한다! 젊은이, 저놈들 한 방 제대로 먹여줘!

결국 이 격전은 창위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난 뒤, 무술 배우들이 모두 창위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랜만에 이렇게 신나게 싸워봤다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컨스텔레이션에서 특별 출연을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묶여 있었던 창위는 얼굴에 상처가 나고 말았다. 이내 둘은 길가 벤치에 앉아 방금 산 약으로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앗, 좀 살살해. 아프다고!

잠깐, 순환액이 새어 나오잖아. 빨리 막아 줘!

지휘관이 상처를 꼼꼼히 소독하고, 빨간 순환액이 묻은 솜을 쓰레기통에 버리자, 창위는 쑥스러운 듯 코를 살짝 긁적였다.

공연에 너무 몰입했나 봐...

근데 한번 상상해 봐.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눈앞에서 붙잡혀 가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어?

게다가 이 공연은 내가 보자고 한 거잖아.

네 앞에서 그냥 맞고만 있으면, 너무... 콜록콜록!

갑자기 말을 멈춘 창위는 괜히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등 뒤로 넘기며 기지개를 켰다.

아... 오늘 밤 참 좋다. 바람도 시원하고,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야.

아니야, 다 했어.

창위는 "다 했어"라는 세 글자에 유독 힘을 주어 말했다.

하아... [player name], 넌 진짜 눈치가 없어.

검은 머리 소년은 일어나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투정으로 지휘관의 이마를 톡 찔렀다.

휴, 밤은 아직 길고...

은은한 달빛 아래, 창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길게 묶은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흩날렸고, 곧 창위는 조용히 지휘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player name],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