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인류의 이상과 거대한 욕망을 담기 위해 태어난 컨스텔레이션은 오늘 밤도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품에 안은 채, 일상의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연인들의 속삭임도,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거냥? 살 생각 없으면 비켜주라냥! 장사에 방해된다냥!
윽!
고양이 가판대 맞은편, 구조체의 후드 아래에 감춰진 눈은 위험하게 가늘어져 있었다. 뺨을 거칠게 문지르며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이빨을 드러낸 사나운 개와 같았다.
야옹! 왜 이렇게 으르렁거리냥! 완전 나쁜 개다냥!
도발당한 고양이 가판대 주인은 순식간에 털을 곤두세웠고, 맞은편의 구조체 역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날 듯, 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인간을 보자, 카무의 찌푸렸던 눈썹이 천천히 풀어졌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고집스럽고 냉랭하게 굳어있었지만, 눈빛에 서려 있던 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언제 왔어? 몰래 구경하고 있었던 거야? 윽!
갑작스러운 고통에 카무는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늘 거만했던 눈썹이 다시 찌푸려졌고, 그는 다시 한번 왼쪽 뺨을 세게 문질렀다.
지금 조정 중이야! 그 빌어먹을 민감도 테스트 덕분에 왼쪽 입가의 압전 센서가 갑자기 고장 나 버렸어.
이제는 자극이 없어도, 약한 압력 신호까지 박동 통증으로 인식돼. 젠장, 이런 바보 같은 테스트도 있나...
아무튼 지금은 건드리기만 해도 자체 적응 시간이 계속 늘어나. 게다가 그 신입 정비 엔지니어는 그냥 딴 거라도 하면서 주의를 돌리라는 말이나 하고 있고.
카무는 작은 소리로 대답하면서도 여전히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가판대에는 이미 예약된 로봇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있었고, 수정과 보석으로 가득한 진열 접시에는 다양한 장식품들이 빛나고 있었다.
둘의 망설임을 눈치챈 고양이는 꼬리로 [지원자] 팻말을 탕탕 두드렸다.
내 가판대에서 하룻밤 지원자로 일하면 기념품 하나 골라 가도 된다냥.
자원자... 못할 건 없지. [player name], 난 여기 남아서 지원자 할 거야! 너도 같이 남을래?
입양자들이 하나둘 와서 자신들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데려갔다. 하지만 통증 때문이었는지, 카무의 손님맞이 표정은 결코 친절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손님에게 줄 비상 전원을 가지러 몸을 돌리자, 인간은 또다시 구조체가 짜증스럽게 얼굴을 문지르는 것을 발견했다.
알았어!
하지만 인간이 입양자 정보를 등록한 후 다시 고개를 돌리자, 카무가 괴로워하며 아픈 왼쪽 뺨을 주먹으로 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윽... 알았다고!
구조체는 고통을 참으며 짜증에 밴 목소리로 대충 대답하고는, 자학하듯 왼쪽 뺨을 세게 문질렀다. 차라리 그냥 주먹으로 한 방 때리고 싶은 듯 보였다.
윽!
구조체는 잠시 망설이더니, 정말로 반쯤 몸을 숙여 인간에게 왼쪽 뺨을 내밀었다. 카무가 진짜 허락할 줄 몰랐던 인간은 놀란 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카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카무가 눈을 내리깔자, 구조체의 따뜻한 숨결이 인간의 차가운 손끝에 닿았다. 그 순간, 피부의 미세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심장에 모여들어 귓가에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이 시끄러운 소리가 로봇의 공회전 소리인지, 아니면 심장 박동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인간은 잠시 망설이다가, 카무의 뺨에 손을 대고 살짝 문질러주었다.
...
네가 만지나 내가 만지나 뭐가 다른데?
카무가 불만스럽게 고개를 돌렸지만, 저항하는 몸짓에 전혀 힘이 실려있지 않아, 인간의 형식적인 손길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정말 귀찮아 죽겠네...
알았어!
시간이 흐르면서 로봇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하나둘 입양되어 떠났다. 고양이 가판대 주인도 대놓고 땡땡이를 치며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결국 가판대에는 고르고 남은 장식품들만 예쁜 돌들 사이에 흩어져 있었다.
음... 괜찮아. 넌 먼저 주변 좀 둘러봐. 나, 난 좀 골라볼게.
잠시 후, 고양이 가판대의 불이 꺼지며 하루 영업이 마무리되었음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희미한 달빛 아래로 카무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전술 주머니에서 준비해 온 깜짝 선물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player name], 선물이야.
카무가 신중하게 전술 주머니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정교한 귀걸이를 보여줬다.
유려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은 딱 카무 다운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달랐던 점이 있다면, 고양이 가판대에서 가장 영롱하게 빛나던 캣츠아이 보석이 귀걸이에 박혀 있다는 것이었다.
어... 네 눈동자와 닮았다고 생각했거든.
위험천만한 나날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신경 써본 적이 없었다.
오늘 밤 컨스텔레이션의 모든 별빛이 카무의 눈에 담겨 그 어떤 보석보다 찬란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진심이 담긴 눈동자도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 듯했다.
이런 이유로 그가 치통을 참아가며, 고양이 가판대에서 묵묵히 밤을 지새웠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다.
이 와중에 치통을 걱정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카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듯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곧이어 고개를 돌려 인간의 시선을 피하더니, 거칠게 말을 이었다.
아직 좀 불편하니까, 한 번 더 문질러 줘...
구조체가 성급히 오른쪽 뺨을 내미는 바람에, 머리에 쓴 후드가 살짝 미끄러져 내렸다. 왼쪽 뺨으로 손을 뻗으려던 인간은 이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고, 이내 방향을 바꿔 카무의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후드를 바로 씌워주었다.
어? 그랬나? 잘 모르겠는데. 뭐, 이제 안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저 빌어먹을 조정! 진짜 귀찮아 죽겠네!
카무는 아무렇지 않은 척 몸을 일으켜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구조체의 뛰어난 근육 제어 능력을 오로지 표정을 감추는 데만 쓰는 듯했다. 인간도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휘황찬란한 불빛 속으로 함께 걸어갔다.
가판대의 동물들은 모두 주인을 찾아 새집으로 갔다. 텅 비어버린 진열 접시에서 가장 예쁜 캣츠아이 보석은 이미 사라졌고, 남은 몇 개의 장식용 수정만이 저희끼리 소곤거리듯 바싹 붙어 반짝일 뿐이었다.
고양이 가판대 주인은 여전히 배를 드러낸 채, 가게에 늘어져 있었다. 연인들의 속삭임이 끊임없이 귀에 들려왔지만, 친칠라 고양이는 이미 익숙한 듯, 느릿하게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했다.
흥흥, 인간은 참 나쁘다냥. 나쁜 개다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