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이벤트 스토리 / 별의 이야기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루나 별의 이야기

>

컨스텔레이션 동쪽 구역에 특별 데이트 데이 장식이 예쁘게 꾸며져 있다고 한다. 궁금하기도 했고, 루나 역시 "관심이 있다"라고 했기에, 함께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둘이 동쪽 구역을 돌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빗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보슬비가 내려 온 거리를 촉촉이 적셨다.

당분간은 그치지 않을 것 같네.

단말기로 확인해 보니, 이 비는 최소 30분 더 지속될 예정이었다.

루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처마 밑에 조용히 서서, 흐릿한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이 많아졌네.

거리를 돌아다니던 관광객들이 비를 피하려고 이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특별한 신분을 가진 루나는 사람들 사이에 오래 있다간 불필요한 관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원래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비 오는 날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 관광객들을 위해 이벤트 주최 측에서 우산을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지휘관이 단말기로 스태프와 연락해 위치를 공유하자, 곧바로 우산이 도착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분명 두 명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었다.

네? 우산 두 개가 필요하셨나요? 죄송해요. "우산 함께 쓰기" 코너인 줄 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지금 바로 가져다드릴게요.

괜찮아.

스태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루나는 접이식 우산을 받아들었다. 이내 작은 "펑"하는 소리와 함께 우산이 펼쳐졌다.

이 우산은 분명 기념일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것처럼 보였다. 얇고 고운 기름종이 같은 재질 위로, 짝을 이뤄 날아가는 까치들이 그려져 있었다.

루나가 우산 손잡이를 건네왔다.

[player name], 가자.

우산 아래 공간은 생각보다 좁았다. 둘은 어깨가 살짝 닿아야 겨우 비를 피할 수 있었다.

굵어진 빗줄기 속에서 주변 풍경이 흐릿하게 보였다.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는 멀어졌고, 규칙적이고 잔잔한 빗소리만 남았다.

녹슬 위험을 무릅쓰고 인공강우를 감행한 로봇들의 마음도 이제는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지금 이 분위기는 확실히 어떤 사람에게는 로맨틱하게 느껴질 만했다. 하지만 루나가 전에 비에 대해 보였던 태도를 생각하면...

좋아하진 않아. 비에 젖는 느낌이 싫거든.

루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방랑 생활을 하던 시절의 비 오던 차갑고 습한 날들이 여전히 그녀에게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공중에 떠 있던 루나가 갑자기 멈춰 섰다. 지휘관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맑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루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냥 걸을래.

괜찮아.

루나는 젖은 석판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러자 고여 있던 물웅덩이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듯 발끝을 중심으로 물결을 일으키며 흩어지더니, 이내 사라져 마른 땅만 남았다.

퍼니싱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지 마.

대행자로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둘은 계속 나란히 앞으로 나아갔지만, 지휘관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계속 옆을 향하고 있었다.

평소에 루나는 늘 높이 떠 있어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높이가 미묘하게 달라져 왠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빗소리가 점점 더 거세졌다. 주변의 소음은 빗줄기에 묻혀버린 듯했고, 온 세상에 우산 아래의 작고 고요한 공간만이 남아 있는 듯했다.

잠시 걷다가 루나가 다시 멈춰 섰다.

...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표정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불만과 어색함이 서려 있었다.

[player name], 어깨 좀 조심해.

루나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제야 깨달았다. 루나가 비에 젖지 않도록 무의식중에 우산을 계속 그녀 쪽으로 기울인 탓에, 지휘관의 한쪽 어깨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지휘관이 우산을 자신 쪽으로 옮기는 순간, 문득 루나가 전에 멈춰 서서 자신을 바라보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망설이던 표정이 지금의 모습과 어딘가 모르게 비슷해 보였다.

루나는 직접 대답하지 않고, 인정한 듯 시선을 살짝 돌렸다.

그때 그녀는 이미 우산이 기울어진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자신이 공중에 떠 있어서 우산이 둘을 다 가리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정말... 왜 비 맞고 있는 것도 몰라? 바보.

그녀는 체념한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휘관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발끝에서 선명한 통증이 느껴졌다. 고개를 내려다보니 루나가 발끝으로 자신의 발을 밟고 있었다.

...

아무 표정 없는 루나는 능력으로 "비를 피하라는" 제안을 거절하고 있는 듯싶었다.

그럴 수밖에 없겠네.

그녀는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대답하며 지휘관 쪽으로 살짝 몸을 옮겼다. 좁디좁은 우산 아래에서 둘은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워졌다.

빗방울이 우산에 쏟아지며 후드득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멀리 보이는 거리 풍경은 빗줄기 너머로 점점 흐려졌고, 우산 아래의 작은 공간은 세상과 단절된 듯 한층 더 고요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루나는 천천히 입을 열어 원래 화제로 돌아갔다.

비 맞는 느낌은 진짜 별로야. 빗물엔 미세먼지도 많고...

루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녀의 시선은 우산 밖의 흐릿한 빗속 풍경과, 너무 가까이 있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우산 아래의 이 작은 공간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중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근데 비 오는 날도 가끔은 나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