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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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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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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을 줄 알았어. 과학 이사회를 떠나자마자 곧장 찾아왔지.

등 뒤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예상대로 붉은 실루엣이 눈앞에 서 있었다.

반쯤은 끝났지. 특별 데이트 데이 전에 중요한 건 다 끝냈어.

남은 생활 모듈은 천천히 최적화해야 하니까, 한꺼번에 다 설정해 둘 순 없어... 이 기체는 워낙 전투에만 치중되어 있어서 말이지.

베라는 흥미롭다는 듯 갑자기 팔짱을 꼈다.

그건 그렇고, 네가 그렇게 졸라대던 미각 모듈 업그레이드를 먼저 끝냈어.

이런 고감도 센서를 장착한 건 최근 몇 년 중 제일 사치스러운 일이었어. 네가 후원해 준 덕분이야. 네 호의 잘 받았어.

그래서,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인간은 뒤로 손을 뻗어 형형색색의 쿠폰들을 꺼냈다.

오? 지금 바로 내 미각 기능 등급을 평가해 보려고?

베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으로 쿠폰 뭉치를 가볍게 튕겼다.

좋아. 오늘은 기분이 괜찮으니까, 함께해 주지.

인간은 베라를 가장 가까운 가판대로 데려가, 시식권으로 전통 과자가 담긴 작은 상자를 받았다. 베라는 그중 두 개를 입에 집어넣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

(오물오물.)

꽤 담백한 편인데... 미각 모듈이 맛을 증폭시켰나 보네.

부드러운 반죽으로 만든 전통적인 구룡식 과자야. 하나는 절인 노른자 맛이고, 다른 하나는 달콤한 치즈 맛이야. 특별할 건 없어. 단맛은 내 취향이 아니거든.

인간이 튀김 간식 한 봉지를 건넸다.

신맛이 강하네. 어떤 절임... 아니, 김치 맛 감자칩인가? 사관학교 다닐 때 이런 맛을 먹어본 기억이 있어.

몇 봉지 더 사. 나중에 케르베로스에 가져가게.

베라는 말하며 시선을 옆 음료 가판대로 돌렸다. 로봇 가판대 주인은 그녀의 익숙한 눈빛에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덜덜 떨며 구석으로 움츠러들었다.

거기, 커피 있나?

네... 하지만 블랙커피밖에 없어요...

그걸로 줘. 설탕은 절대 넣지 말고.

가판대 주인이 허둥지둥 건넨 종이컵을 받아 든 베라는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 역시 쓴 커피가 좋아. 정신이 번쩍 드는군. 방금 그 밍밍한 것들보단 내 취향이야.

혀뿌리를 자극하는 익숙한 쓴맛에, 베라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인간은 "최신 전해질 음료 전시회" 가판대를 보다가, 베라가 흥미를 보일 만한 것을 발견했다.

바닷물 맛 전해질 음료? 정말 상상력이 대단하네. 어디 한번 맛볼까?

맛만 본다면서도, 베라는 망설임 없이 뚜껑을 따서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그러고는 멈칫했다.

...

베라는 말없이 입가를 닦았다.

푸하. 구조체가 되기 전엔 바다는 구경도 못 해봤는데, 그 뒤로 질릴 만큼 헤엄쳤거든? 그런데 오늘에서야 그 맛을 알게 됐네.

이런 맛이었구나... 흠, 짜고 떫고, 짠맛이 너무 강해서 쓴맛처럼 느껴질 정도야.

...

베라는 뭔가 떠오른 듯,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퍼니싱 폭발 전에는 식사를 그저 에너지 보충을 위한 임무로만 여겼어. 하지만 구조체가 되고 나서는 맛을 느낄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말았지. 이것도 어쩌면 일종의 벌이었을지도 몰라.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 정말 오랜만에 다시 느껴보는군.

하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야.

베라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인간의 눈을 바라보았다.

넌 진짜 짜증 나고 골치 아픈 놈인데...

이번만큼은 정말 고마워.

베라는 갑자기 손을 뻗어 인간의 목을 감싸더니, 귀 끝에 입술을 살짝 갖다 댔다.

사실 궁금한 맛이 하나 더 있거든.

날카로운 송곳니가 귓바퀴를 스치더니, 곧바로 세게 깨물었다.

가는 핏줄기가 베라의 치아 사이로 흘러내렸다.

비릿하고 짭짤한 맛... 역시 바닷물이랑 좀 비슷하네.

괜찮아. 이 거리엔 아직 맛볼 게 많으니까, 네가 원하는 만큼 테스트해도 돼. 끝까지 함께해 줄게.

꼬마 지휘관, 이제 네 남은 시간도 공평하게 나한테 바쳐야 할 텐데, 이의 없지?

오? 제법 날카로운데?

베라는 귓불의 이빨 자국을 쓰다듬으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보아하니 너도 이런 기발한 맛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럼 이제부터는 내가 함께해 줄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