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분위기로 들뜬 컨스텔레이션 서쪽, 그중에서도 유독 북적이는 벼룩 시장은 평소 말없이 일하던 로봇들까지 가판대를 펼쳐놓고, 모아두었거나 직접 만든 온갖 잡동사니를 팔고 있었다.
원래는 신기한 물건을 찾아 구경이나 하려던 참이었는데, 인파 속에서 뜻밖의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알파는 한 가판대 앞에 서서, 물건 하나를 집어 들고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가판대 주인과 짧게 몇 마디를 나누더니, 망설임 없이 값을 치르고는 그것을 작은 가방에 넣었다.
인파에 떠밀려 잠시 시야가 가려졌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 알파는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막 그녀를 찾아 나서려던 순간, 등 뒤로 서늘한 손가락 하나가 툭 하고 닿았다.
움직이지 마.
익숙하면서도 차갑게 들리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알파는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더니, 턱짓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따라오라는 뜻이었다.
그녀를 따라 시장 가장자리로 걸음을 옮기자, 소란은 거짓말처럼 멀어지고, 인적도 드물어졌다.
등에 닿아있던 손가락이 드디어 떨어졌고, 돌아보자 알파가 들고 있는 고양이 발바닥 자국이 찍힌 하얀 천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증정품.
간결하게 설명을 덧붙이더니, 지휘관의 호기심을 눈치챘는지 가방을 건네주었다.
가방 안을 들여다보니 고양이 사료 몇 통과 접이식 고양이 집, 그리고 낱개 포장된 거즈와 약품 등이 들어 있었다.
지나가다 반려동물 용품점이 보이길래 샀어. 마침 잘 됐다, 뭐 빠진 거 있는지 네가 좀 봐줘.
가방을 받아 안을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준비가 완벽했다. 먹이부터 생활용품, 응급 처치 키트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 말에 알파가 아주 희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응. 요즘은 아예 맛 들였어. 매일 아침 눈만 뜨면 달려들어.
알파가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은빛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흘러내렸다. 그 끝에 물든 붉은색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대체 뭐가 그렇게 좋다고 저러는지.
시선이 저도 모르게 그 붉은빛에 끌렸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살짝 집었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운 동작에 알파도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휘관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고, 나지막이 코웃음을 쳤다.
고양이보다 네가 더하네.
가방 속 물건들을 떠올려 보니, 먹을 것과 용품은 다 있는데, 정작 녀석의 에너지를 빼줄 장난감이 없었다. 문제의 원인이 "머리카락 사냥"이라면, 대체할 놀잇감을 주면 해결될 일이다.
지휘관은 다시 벼룩 시장을 뒤져, 한참 만에 적당한 재료를 찾아냈다.
가벼운 긴 막대, 부드러운 깃털 몇 개를 간단히 조립하자, 고양이라면 절대 참을 수 없는 장난감이 완성됐다.
눈앞에 내민 완성품을 보며 알파의 눈빛이 의심으로 가득 찼다.
이게 진짜 효과가 있어?
그냥 눈앞에서 흔들기만 하면 되는 건가?
시범을 보이기 위해 그녀의 눈앞에서 장난감을 살살 흔들었다. 회색 깃털이 공중에서 나방처럼 불규칙한 궤적을 그렸다.
알파는 자세를 낮추고 깃털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드아이는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궤적을 따라 기민하게 움직였다.
사용법은 간단하군.
그러더니,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깃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몸이 먼저 반응하며, 그녀의 손이 닿기 직전 손목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깃털은 그녀의 손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솟아올랐고, 알파의 손은 허공에서 멈칫했다.
...
알파는 자신의 손끝과 멀어지는 깃털을 번갈아 보더니, 별다른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유치하게 굴지 마.
알파는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엔 조금 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했다.
그러나, 깃털은 또다시 그녀의 손길을 교묘히 피했다.
쳇...
알파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작게 혀를 찼다. 그러다 마침내 날카로운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세 번은 안 참아.
알파는 시선을 돌려 세 번째로 깃털을 향해 손을 뻗었다.
[player name]!
낮게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알파는 눈앞의 "사냥감"을 포기하고, 대신 장난감을 잡고 있던 손목을 정확히 붙잡았다.
저항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균형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팔은 이미 뒤로 꺾인 채로 알파에게 제압당해 있었다. 관절 근처에서 느껴지는 압력은 그녀의 경고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었다.
너 요즘 너무 대담해진 거 아니야?
순간, 정적이 흘렀다.
곧, 팔을 조이던 힘이 풀리며, 알파가 손을 놓았다.
다음엔 봐주지 않아.
그녀는 문제의 "고양이 낚싯대"를 홱 낚아채더니, 곧장 가판대 주인에게 걸어가 시원하게 값을 치렀다.
필요한 건 샀으니까, 난 이제 간다.
그러고 보니 알파는 고양이 물건만 잔뜩 샀을 뿐, 정작 자기 것은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관심 없어.
단호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알파의 시선이 지휘관을 향해 멈춰 섰다. 오드아이 속에 지휘관의 모습이 또렷하게 담겨 있었다.
아니, 정정하지. 갖고 싶은 "기념품"이 하나 있긴 해.
걱정 마. 돈으로 살 생각 없으니까.
이번에 지휘관의 손목을 잡는 그녀의 손길은, 조금 전과는 달리 부드러웠다.
가자.
질문은 받지 않아. 핑계도 소용없어. 오늘 남은 시간은 그냥 날 따라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