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시장에서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아이고, 손님! 이 순한 얼굴이 어디 사기꾼으로 보입니까?
이거, 저기 006 부대에서도 극찬한 물건이에요! 사 가면 절대 후회 안 한다니까요.
오... 진짜?
카무이는 눈앞의 로봇이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에 살짝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금빛 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뭘 고민하십니까! 바로 포장해 드릴게요!
[player name]?
어머, 이런 우연이! 지휘관도 뭐 사러 왔어?
위장 도구 좀 사려고. 예전에 우리 구룡 야항선에 잠입했던 거 기억나? 그때 내가 치마 입었잖아.
잊을 수 없지.
임무는 어찌어찌 성공했는데, 윗분들이 과정이 영 마음에 안 드셨나 봐. 그 뒤로는 위장 잠입 임무를 아예 안 주더라고.
뭐, 괜찮아. 그냥 더 다양한 임무를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은 것뿐이야. 기술 하나라도 더 익히면 손해 볼 건 없잖아.
칭찬은 고맙지만, 하지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순 없지. 나도 성장하고 싶어. 예를 들어, 세 개의 대신위를 동시에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세 개나 휘두르면 슈퍼 회오리라도 될 것 같은데.
아무튼 다시 위장 임무를 받으려면, 오늘부터 위장 실력을 갈고닦아야지. 첫걸음은 당연히 위장 도구를 사는 거고.
카무이는 허리에 손을 얹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방금 상인이 포장하려던 고철 덩어리를 뽐내듯 보여주었다.
뭐, 뭐라고요?! 근거 없이 사람을 모함하지 마세요!
지휘관이 쏘아붙이자 로봇 사장은 금세 꼬리를 내렸다.
정의로운 행동에 감사드립니다.
재수 없어!
시끄러운 논쟁 소리에 시장 경비원까지 출동했고, 로봇 사장은 곧바로 끌려갔다.
하... 속을 뻔했네. 난 진짜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펜이 레이저 검으로 변하고 그런 건 줄 알았지.
어쩔 수 없지. [player name], 같이 다른 가게로 가볼까?
이왕 만났는데 같이 다니자! 내가 또 속으면 안 되잖아. 응?
카무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player name], 봐봐, 이 초미니 스커트 어때? 다음 위장 잠입 작전 때 이거 입으면 딱일 것 같은데?
어이쿠, 손님! 장난이라도 그런 말 마세요! 저 손님이 저거 입는 순간, 이 치마는 사이즈가 안 맞아서 터져버릴 거라고요!
사장은 서둘러 손을 뻗어 황급히 치마를 낚아챘다.
그 짧은 치마에 하얗고 굵직한 허벅지가 드러난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 등골이 싸늘해졌다.
절대 안 돼.
너무하네.
카무이가 잔뜩 풀 죽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여장은 안 하는 게 낫다. 공중 정원에는 여성 구조체도 많은데, 굳이 남자 구조체를 여장시킬 필요는 없다.
그럼 이 넥타이는 어때? 목에 딱 매니까 엄청 똑똑해 보이지 않아? 이 정도면 대학교수로 위장해도 문제없겠는데!
카무이는 다른 가게에서 넥타이를 집어 들고 목에 걸어보며 우쭐대듯 말했다.
흠흠, 이제 X 값이 뭔지 알겠어!
어... 그게...
현실의 위장은 RPG가 아니라, 아이템만 착용하면 능력이 올라가는 건 아니었다.
그렇네. 누가 진짜 뭐 물어보면 바로 들통나겠다.
그럼 요리사는 어때? 이 앞치마, 방어력 꽤 괜찮아 보이지 않아?
넥타이를 부정당한 카무이는 곧바로 앞치마로 관심을 돌렸다.
영화에서 보면 주방에서 싸우는 장면 자주 나오잖아. 앞치마 방어력이 높으면, 임무 성공률도 높아지지 않을까?
카무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영화에서 본 어설픈 "쿵후" 자세를 취하며 씩 웃었다.
[player name], 너 표정 보니까 이것도 영 아닌가 보네. 그럼 아예 어린이로 위장하는 건 어때? 나 모래성 쌓는 건 자신 있는데!
어, 음...
연이은 부정에 카무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생각났다. 나한테 딱 맞는 위장이 있어!
위로의 말을 건네려던 찰나, 카무이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밝은 표정으로 지휘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의 꾸밈없고 뜨거운 그 눈빛에서 도무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바로 [player name]의 수행원이 되는 거야!
생각해 봐! 난 말만 하면 실수하고, 뭘 하려고 하면 바로 티 나잖아. 하지만 수행원은 오직 "상급자 경호"에만 집중하면 돼! 지휘관을 지키는 일이라면, 이 구역에서 내가 최고잖아!
[player name]을(를) 보호하는 건 정말 자신 있거든. 헤헤.
돌아가면 위에 얘기해서, 다음 위장 잠입 작전 때 [player name] 너랑 나를 한 팀으로 묶어달라고 해야겠다. [player name]은(는) 앞에서 나서고, 나는 뒤에서 [player name]을(를) 보호하는 거야. 완벽하지 않아?
알지, 일정 관리도 하잖아! 영화에서 많이 봤어. 자, [player name], 일단 이거부터 써봐!
카무이는 옆에서 특별 데이트 데이 장식이 달린 모자를 집어 들고, 지휘관 머리에 가볍게 씌웠다.
위장 훈련, 이제부터 우리는 특별 데이트 데이 축제에 온 대장과 수행원이 되는 거야, [player name].
오~ 모자 잘 어울리는데! 부티 좔좔 흐르는구만, "대장"!
갑작스러운 "대장"이라는 호칭에 당황해서 뭐라 할 틈도 없었다. 카무이는 머리 위 모자를 고쳐 씌워주더니, 지휘관의 손목을 덥석 잡고 가게 밖으로 이끌었다.
대장, 오늘 일정은 내가 다 짜놨어. 먼저 저 앞에 있는 가판대부터 가보자. 방금 지나가면서 보니까 재밌어 보이더라!
첫 번째 목적지로 출발하자, 대장.
이렇게 요란한 수행원이라면, 위장이고 뭐고 바로 들통날 것 같긴 한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