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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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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카 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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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스텔레이션의 오후, 바람에는 나른한 기운이 감돌았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었고, 시장은 한산했다. 로봇들은 자신들만 이해할 수 있는 나사 관련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런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약속 장소로 향하자, 햇빛을 받으며 서 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녀는 거리의 난간에 기댄 채 먼 곳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햇살을 머금은 금발은 나른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익숙한 발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두 시선이 마주쳤다.

오셨군요. 지휘관님.

아니요, 괜찮아요. 약속 시간까지 아직 3분이나 남은걸요. 저도 방금 도착했어요.

아니요. 저도 방금 왔어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의 주제곡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화면이 사라지자, 스크린도 어두워졌다.

비앙카는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주변 조명이 켜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려 인간을 보니, 인간은 여전히 변함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가요.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텅 빈 극장을 나섰다. 비앙카는 영화를 볼 때마다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습관이 있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리로 나서자, 주변 시장의 북적이는 소리가 다시금 귓가를 메웠다.

조금 전에 본 영화, 지휘관님은 어떠셨어요?

그렇죠? 저도 이 영화 정말 좋아해요.

평범하게 느껴지셨나요? 전개에 아쉬움은 있지만, 작품의 매력을 가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이 작품이 좋았거든요.

특히 빛과 그림자의 변화가 정말 흥미로웠어요. 촬영 감독이 과거의 유명한 기법을 사용한 것 같아요.

여러 개의 조명과 조명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에게 닿는 빛이 더 부드럽고 복잡한 변화를 만들어낸...

비앙카는 인간이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멈췄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너무 흥분해서 혼자 떠들었네요.

그냥 영화 애호가로서, 가끔 영화 제작에 대해 알아보는 정도예요.

둘은 천천히 시장을 거닐며, 로봇들이 거래하는 기묘한 물건들을 구경했다.

부서진 철 조각들로 용접해 만든 담요에... 시속 120km까지 낼 수 있는 휠체어...

저건 뭐죠?

노점의 어떤 상품에 눈길이 쏠렸다.

<어바웃 러브 앤 타임>이라는 영화의 소장용 DVD 세트네요.

가판대 뒤쪽 선반에 네모난 검은 금속 상자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비닐 포장 너머로 보이는 포스터에는 한 연인이 빗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소리를 들은 로봇 가판대 주인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았다.

드디어... 쿨럭... 드디어 알아보는 손님이 나타났군요.

이 소장용 DVD 세트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번 로봇들이 주최한 축제에서는 가판대마다 규칙이 제각각이었다. 구매하려면 100미터를 전력 질주해 기준 속도를 충족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모든 게 가판대 주인 마음대로였다.

진정한 영화팬만이 구매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영화 관련 문제를 내겠습니다. 정답을 맞히면 인정해드리죠!

비앙카는 고개를 돌려 지휘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휘관님, 같이 해요.

좋아요. 그럼, 첫 번째 규칙은 뭔가요?

그건 바로, "파이트 클럽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다."입니다.

비앙카의 눈빛에 미소가 스치며, 그녀 역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떠올린 듯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대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답입니다. 이 정도 수준은 어렵지 않나 보네요.

영화 <해가 뜨기 전>에서, 남녀 주인공이 음반 가게에서 들었던 노래의 첫 가사는 무엇인가요?

비앙카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기억을 더듬었다.

얼마 전, 비앙카와 인간은 예술 협회의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머릿속에 스치는 장면을 떠올리며, 비앙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네."

그리고 문득,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인간이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이 떠올랐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딴 곳을 볼 때, 그 사람이 날 쳐다보는 게 좋아."

아니에요, 그냥 이 영화의 또 다른 대사가 떠올라서요.

이 정도 난이도의 문제도 맞히다니...

로봇 가판대 주인은 철로 된 머리를 긁적이며, 자극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 서로 다른 영화 속 사랑에 관한 대사 3개를 말씀해 주세요.

중복은 안 됩니다.

비앙카는 살짝 숨을 들이마시며, 빠르게 뛰는 코어를 진정시켰다.

제가 먼저 할까요?

"당신과 나, 그리고 온 세상이 산산조각 난다 해도, 난 당신을 사랑해요."

-영화 <바람과 함께 없어지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담긴 눈길을 인간에게 건넸다.

이제 지휘관님 차례예요.

"당신은 내 몸과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어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말을 다 끝내기 전에, 비앙카는 이미 이 대사가 어떤 영화에서 나온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남은 대사를 이어갔다.

-<오만, 그리고 편견>

돌아가는 길에서 비앙카는 손에 든 디스크 세트를 바라보았다.

지휘관님, 혹시... 이 모든 상황을 미리 계획하신 건가요?

얼마 전 함께 본 <해가 뜨기 전>에서 나온 문제를 내다니, 너무 뻔했잖아요.

하지만, 덕분에 우리 둘 다 맞혔잖아요. 안 그래요?

오늘 밤, 이 영화 같이 보실래요?

저녁노을 속에서, 그녀는 손에 든 디스크를 흔들며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