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이벤트 스토리 / 별의 이야기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리브 별의 이야기

>

기념일 때문인지 컨스텔레이션 거리의 행인은 평소보다 최소 두 배는 많아 보였다. 인간, 구조체, 로봇 할 것 없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도시는 활기가 넘쳤다.

북적이는 인파에 시야가 가려졌지만,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인간은 그 익숙한 분홍빛 실루엣을 단번에 찾아냈다.

그녀는 얌전히 거리의 긴 벤치에 앉아 있었다. 부드러운 긴 생머리와 피부에 햇빛이 비치자, 마치 투명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투명함은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더 눈에 띄었다.

지휘관님, 오셨군요.

리브 앞에 다가가자, 그녀의 무릎 위에 두 가지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는 소형 스캔 렌즈와 출력구가 달린 장치였고, 다른 하나는 은색 체인과 빈 배지 받침대 등 재료가 들어있는 연분홍색 천 가방이었다.

오는 길에 한 가게에서 특별 데이트 데이 추첨 이벤트를 하더라고요. 지나가는 관광객 누구든 한 번씩 무료로 뽑을 수 있다길래, 궁금해서 그냥 해봤는데 운 좋게 2등에 당첨됐어요.

이게 바로 그 상품이에요. 점장님 말씀으로는, 이 "기념품 제작기"가 인물 특징과 주변 풍경을 결합해서, 아바타 캐릭터가 그려진 배지를 그 자리에서 만들 수 있대요.

샘플도 봤는데, 배지 위의 캐릭터들이 정말 귀엽더라고요.

제작기를 들고 있는 리브의 눈빛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그리고 지휘관님, 그 로봇 점장님이 이건 특별 데이트 데이 버전이라 둘이서 같이 만들기에 딱 좋다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한번 해보실래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도시는 부드러운 햇살에 잠긴 듯했다. 거리에는 리본과 등롱이 바람에 흔들리고, 광장에서는 웃음소리와 음악이 울려 퍼졌다. 형형색색의 인파가 마치 흐르는 꽃바다처럼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멀리 풍경을 바라보는 리브의 눈동자에는 도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녀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짝 눌러내리며,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에요, 지휘관님.

리브가 풍경을 감상하는 동안, 인간은 이 "기념품 제작기"의 작동법을 대충 살펴보았다.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제작기가 둘을 스캔해 특징을 잡아내고, 주변 환경과 결합해 어울리는 아바타 캐릭터를 디자인한 후, 초소형 3D 프린팅 기술로 배지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제작기의 조작 화면에는 스캔 상황을 볼 수 있는 미리보기 창이 있었다.

인간은 "기념품 제작기"를 앞의 돌 받침대에 안정적으로 놓은 후, 스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러자 리브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제작기의 렌즈를 바라보았다.

인간도 리브와 나란히 서서, 함께 스캔 미리보기 창을 보았다.

제작기

삐, 스캔 범위 내 대상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순간 멈칫한 인간은 무심코 리브를 바라보았다. 리브도 고개를 갸웃하며 똑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리브와 함께 제작기의 미리보기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금방 문제를 발견했다.

지휘관님, 저희 분명 2인 모드를 선택했잖아요. 근데 왜 미리보기 화면에는 인식 프레임이 하나밖에 없는 거죠?

특별 데이트 데이 커플 모드, 둘이서 함께 제작, 하나의 인식 프레임...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아마도 제작기의 스캔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렌즈 화면 속의 둘은 하나의 "전체 대상"으로 인식될 만큼 충분히 가까워야 할 것 같았다.

충분히... 가깝게...

표정이 갑자기 굳어진 리브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귓불까지 슬며시 붉어졌다.

그럼... 지휘관님, 한번 해볼까요...?

인간은 스캔을 다시 시작했고 리브와 함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엔 인식 프레임이 둘의 얼굴을 동시에 담을 수 있도록, 더욱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제작기

삐, 스캔 범위 내 대상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안 되나 봐요.

인간이 리브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자, 둘의 어깨가 살짝 닿았다.

속눈썹이 살짝 떨린 리브는 인간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제작기

삐, 스캔 범위 내 대상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

한 발짝 더 다가설지 망설이던 리브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결심한 듯 성큼 다가왔다. 둘은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고, 그녀의 이마가 인간의 관자놀이에 살짝 닿았다.

두 뺨이 닿는 순간, 부드러우면서도 뜨거운 감각이 전해졌다.

지, 지휘관님, 말씀하지 마세요! 이,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제작기

삐, 대상이 인식되었습니다! 특징 데이터 수집을 시작합니다.

데이터 수집 완료! 전용 배지 생성 중...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알림음이 울리자, 리브는 마치 감전된 것처럼, 아니면 용기가 다 소진된 것처럼 후다닥 한 발짝 물러섰다. 귀까지 빨개진 그녀는 인간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잠시 후, 작은 기계음과 함께 반짝이는 금속 배지 두 개가 제작기의 출력구에서 천천히 나왔다.

작고 정교한 배지에는 서로 기대어 있는 두 개의 아바타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리브를 나타내는 분홍 머리 캐릭터의 뺨에는 옅은 홍조가 떠 있었고, 살짝 고개를 돌려 옆의 캐릭터를 몰래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귀여웠다.

리브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천천히 다가와 배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배지 위에 꼭 붙어있는 두 아바타 캐릭터, 특히 홍조를 띤 분홍색 캐릭터를 본 리브는 방금 진정됐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이렇게... 선명하다니...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했지만, 리브는 배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손끝으로 아바타 캐릭터를 살짝 쓰다듬으며, 눈에는 신기함과 수줍음이 뒤섞여 있었다.

지휘관님, 이걸로 목걸이 펜던트 한 쌍을 만들어볼까요?

리브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드럽고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손안의 배지를 더 꽉 쥐었다.

네... 소중히 간직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