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니아 옛 저택 보수가 완료되었으니, 가문의 전통에 따라 "후계자"의 방에 본인의 사진을 걸어두어야 해요.
대모께서는 대자녀께서 바쁘다는 걸 아시고, 카타니아에서 가장 전문적인 촬영팀을 미리 섭외해 두셨어요.
대자녀께서 시간이 나실 때 미리 알려주시면, 두 분의 시간을 오래 뺏지 않도록 촬영을 최대한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거예요.
두 분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카타니아 자치위원회.
루시아와 함께 카타니아의 위기를 해결한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방금 루시아가 읽은 편지 내용이 바로 이 새로운 섬에서 보내온 정중한 의뢰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카타니아에 있을 때, 지휘관님과 영상은 많이 찍었지만, 정작 기념사진은 제대로 남기지 못했네요.
지휘관님, 방금 임무 일정표를 확인했는데요, 가장 가까운 휴가는...
특별 데이트 데이, 컨스텔레이션, 기념품 전시회...?
잦은 출근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지내다 보니, 어느새 둘은 특별 데이트 데이의 짧은 휴식을 맞이하게 됐다.
두 분, 이쪽을 봐주세요!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화려한 거리. 정오의 종소리가 울리자, 관광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맛있는 냄새를 따라 먹거리 코너로 몰려들었고, 그 덕분에 사진 찍기에 완벽한 배경이 남겨졌다.
이러면 될까요?
전문 촬영팀의 제안으로 둘은 카타니아 공식 석상에서 입었던 예복으로 갈아입었다.
미소를 유지해 주세요. 네, 루시아 님, 지금 딱 좋아요.
사진작가의 "칭찬"을 받은 루시아는 미소를 유지한 채, 지금 자신의 표정이 궁금한 듯 고개를 살짝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환한 미소와 마주하자, 루시아의 얼굴에 띤 미소도 자연스럽게 한층 더 깊어졌다.
일부러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루시아는 미소를 거두고 서로의 분위기를 완벽히 맞추려 애썼다.
자, 셋, 둘, 하나. 좋습니다! 그럼 포즈 한번 바꿔볼까요? 여러 컷 찍어볼게요.
지휘관님, 혹시 원하시는 포즈가 있으신가요?
지휘관은 스태프에게서 큰 장미 다발을 건네받아 높이 들어 올렸다.
지휘관님...?
살랑이는 바람에 붉은 꽃잎들이 유성처럼 둘의 시선 사이로 흩날렸다.
루시아는 지휘관의 표정을 바라보며 그 순간의 감정을 알아챈 듯했다. 살짝 미소 짓던 그녀는 지휘관과 손가락을 맞잡은 채, 카메라 렌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휘관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곧 적과 맞설 듯한 전투 자세를 취하며, 렌즈를 차갑게 응시했다.
그날도 이렇게 수많은 적과 맞서며 우리의 의식을 지켜냈었죠.
루시아의 손가락 사이로 불꽃이 피어오르고, 빛 무늬 코어에서 뻗어 나온 벚꽃 빛 칼날이 햇살 아래에서 차갑게 반짝였다.
렌즈 앞에서 전장의 신부와 대자녀는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냈고, 주변의 여유로운 도시 분위기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럼, 지휘관님, 좀 더 가까이 와주시겠어요?
루시아가 한 걸음 다가와 지휘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녀는 특별한 표정도, 복잡한 포즈도 없이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후 지휘관의 시선을 이끌어 함께 렌즈에 눈길을 돌렸다.
자, 셋, 둘, 하나. 네, 좋습니다! 촬영은 여기까지 할게요.
촬영을 마친 사진작가는 카메라 속 사진들을 확인하며 살짝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으음... 사진 장수는 충분한데, 장소가 조금 단조로운 게 아쉽네.
사진작가의 혼잣말을 듣자, 루시아는 지휘관이 옆으로 내려놓은 팔을 살며시 잡았다.
저기, 잠시만요.
네? 루시아 님, 무슨 일이신가요?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오늘 같은 기회는 흔치 않은 것 같아서요.
[player name] 님과 함께 더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
루시아는 지휘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자연스럽게 제안했다.
단순한 거리 풍경뿐만 아니라, 컨스텔레이션의 대극장, 예술관, 풍차 탑도 좋은 촬영 장소가 될 것 같아요.
물론 좋죠! 대자녀 님과 루시아 님의 모습을 기록하는 건 솔로조 실업의 영광이에요!
지휘관님은 어떠세요?
손바닥에서 전해진 익숙한 힘이 어느새 더 강해진 것 같았다.
그럼... 카타니아에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던 아쉬움을 오늘 푸는 걸로 할까요?
네...?
언제 어디서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지휘관님 곁에서 함께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휘관님과 함께 바보 개구리도 모으고, 천상곶에서 일출도 보고...
컨스텔레이션의 커플 할인 가게에도 가보고 싶어요.
행복한 상상이 머릿속에 퍼져나가면서, 루시아는 한 걸음 다가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그럼 오늘 남은 시간을 그때 의식의 연장으로 해요.
마음을 정한 둘을 보며, 사진작가도 다시 열정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그럼 두 분은 편하게 도시를 둘러보세요. 카메라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면 더욱 자연스러운 순간들을 담을 수 있거든요.
네, 가시죠.
따뜻한 손끝을 통해 서로의 마음이 전해졌고, 둘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멀리 이어졌다.
지휘관은 루시아의 손을 잡고, 꽃과 햇살이 어우러진 극장의 레드 카펫 위를 아이처럼 뛰어다녔다.
함께 꽃마차를 타고 거리를 구경했고, 내릴 때는 루시아의 손을 잡고 카타니아의 예법대로 손등에 입을 맞췄다.
로봇 악단의 흥겨운 연주 속에서 둘은 서로를 기쁘게 껴안으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마침내 황혼이 하늘을 물들일 무렵, 전시회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휘관은 루시아와 손을 잡은 채, 양옆으로 만개한 복숭아꽃을 따라 향기가 가득한 언덕길을 함께 걸었다.
언덕길 끝에 우뚝 솟은 컨스텔레이션 풍차 탑은 구름에 닿을 듯 높았고, 늦은 오후의 햇살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왼팔로 할인 가게에서 구한 바보 개구리 인형을 안은 루시아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음을 가볍게 옮겼다.
솔로조 님이 그러시는데, 오늘 멋진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대요.
전시회도 거의 끝나가는데, 지휘관님은 오늘 즐거우셨나요?
루시아의 얼굴에 수줍은 붉은 기운이 스쳤고, 맞잡은 손으로 그녀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정말 즐거웠어요.
지휘관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너무 빨리 지나가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지금은 짧아도, 우리에겐 아직 수많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player name] 님, 해가 지는 순간에 오늘의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요.
그 말의 의미를 곱씹는 사이, 루시아는 이미 지휘관의 왼손을 잡고 언덕길 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황혼이 드리운 금빛 비단 사이를 지나자, 온갖 소음이 멀어지고 세상은 고요해졌다.
둘은 환하게 웃으며, 과거와 미래의 모든 걱정을 모두 잊은 채 그 순간만을 만끽했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앞으로 달려, 이 세상에 짧지만 동화처럼 찬란한 뒷모습을 남겼다.
뒤따르던 카메라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가슴속 뜨거운 떨림만으로도 세월에 흔적을 새기기에 충분했다.
찬란한 순간, 그녀와 함께 문득 뒤돌아보며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을 비추는 기적이 이미 서로의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휘관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미래를 향해 주저 없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주저 없이 내일을 향해 달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