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이 환히 밤을 밝히는 컨스텔레이션 중심가. 그곳에서는 로봇 가판대 주인들이 윙윙거리는 기계음과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를 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판대마다 특이한 기계 부품, 손수 만든 공예품, 복원된 유물까지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다.
공기 중에는 은은한 오일 냄새와 에너지 액체의 달콤한 향이 섞여 있었고, 각양각색의 가판대들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스캔해 보니까, 이 시장의 에너지 활용 효율이 예상보다 17.3%나 높아요. 일부 가판대는 방어 구조도 축제 분위기에 맞게 잘 위장되어 있고요.
이상한가요? 저도 시장 구경하러 올 수 있잖아요.
효율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각 개체의 행동 패턴과 자원 교환 방식을 관찰하는 것 또한 데이터 수집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거든요. 게다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요.
기념일보다 더 중요한 건, 지휘관님께서 여기에 계시다는 거예요. 지난 특별 데이트 데이 때는 보고서 작성에 몰두하시느라, 간식도 누가 떠먹여 드려야 할 정도였잖아요. 설마 잊으신 건 아니겠죠?
리는 진지하면서도 무언가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리는 대답 대신, 광장 가장자리의 눈에 띄지 않는 가판대로 시선을 돌렸다. 그 가판대 주인은 여러 개의 구식 광학 렌즈와 금속 팔로 이루어진, 다소 투박한 모습의 로봇이었다.
아뇨. 일단 저를 따라오시죠.
리는 인간의 손목을 꽉 잡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자세히 보면, 늘 문제가 있던 그의 산열 장치에 다시 붉은빛이 돌고 있었다.
가보시면 압니다. 모처럼의 휴가인데, 시간을 그냥 보내면 아깝잖아요.
둘은 그 조용한 가판대 앞으로 다가갔다. 투박한 로봇 가판대 주인은 잠에서 깨어난 듯, 천천히 머리를 돌려 그들을 향했다.
어서 오세요. 저희 가판대는 등가 교환을 원칙으로 합니다. 고정밀 물품, 희귀 원소, 아니면... 흥미로운 데이터를 받습니다.
리가 한 걸음 다가가, 표면에 천연 결정 무늬가 새겨진 주먹만 한 푸른 금속 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자세히 보니, 기체 손끝에서 희미한 금색 데이터 스트림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건 안정화된 기억 합금 조각입니다. 탐측기의 코어 보호층에서 나온 것으로, 정보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캔으로는 쉽게 감지되지 않습니다.
음, 비표준 각인 흔적이 있네. 저장 구조는 안정적이고, 교란 저항성도 뛰어나.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위험성은 없어 보이는군...
가치를 알아보시는군요. 무엇과 교환하시겠습니까?
최적화된 통신기 코어랑 교환할게. 네 구식 광학 센서 어레이에 딱 맞을 거야. 대역폭과 교란 저항 능력을 37% 향상할 수 있고, 코어 연산 유닛의 안정성도 강화할 수 있어.
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로봇 가판대 주인의 렌즈가 빠르게 깜빡이며, 윙윙거리는 연산 소리를 냈다.
성... 성사! 교환이 성사되었습니다. 기억 합금을 가져가시죠.
로봇 가판대 주인은 로봇 팔을 뻗어 "허공 프리즘" 조각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 푸른 기억 합금 조각을 리 쪽으로 밀어주었다. 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리는 그 조각 안에 뭔가를 저장하는 듯하더니, 이내 인간에게 내밀었다.
금속 조각은 손안에서 은은하게 빛나며,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가판대 주인이 기능을 과장해서 말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황금시대 말기에 만들어진 이런 물건들은 지금 회수 경로가 거의 없어, 실용성보다 소장 가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제가 저장한 건... 아니, 그보다 먼저, 지휘관님이라면 뭘 저장하고 싶으세요?
그런 건 기록할 수 없어요. 이건 기껏해야...
그때 인간은 네온 빛으로 물든 밤하늘을 가리켰다. 공기 중에는 은은한 달콤한 향기가 감돌았고, 주변의 북적이는 상인들의 외침 소리가 손끝에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
리는 인간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평소보다 살짝 느린 말투로 말을 이었다.
이건 고작 몇 글자밖에 기록할 수 없어요. 하지만 중요한 기억이나 감정 같은 건, 시간과 재난에 침식되지 않도록 잘 보존해야 해요.
무심결에 너무 솔직하게 말했다고 판단했는지, 리는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어쨌든 소형 데이터 저장 장치이니, 일반적인 선물보다는... 전술적인 의미가 있을 거예요.
그 얘긴 나중에 하고요... 선물, 마음에 드시나요?
리는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인간의 손가락을 잡았다. 그리고 합금 조각을 손에 쥐며 물었다.
바로 그때, 옆에 "홀로그램 투영 폭죽"을 파는 가판대에서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 투영장비 하나가 과부하를 일으키더니, 커다란 분홍색 하트 모양의 이미지가 깜빡이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날카로운 소음이 울려 퍼졌다.
가판대 주인은 로봇 팔을 이용해 하늘로 "분출"되는 부품들을 잡으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금속판 하나가 이쪽으로 날아왔다.
지휘관님! 물러나세요!
리는 한 발짝 물러서며, 곁눈질로 뒤에 있는 인간을 보았다. 그러고는 인간을 감싸안았다.
금속판이 떨어지고 폭발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 커다란 소음 속에서 의도적으로 낮춘 목소리가 인간의 귓가로 스며들었다.
쨍그랑, 금속판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리는 인간의 머리를 감싸던 팔을 천천히 내렸다.
조금 전까지 "미쳐 날뛰던" 장비는 전력이 차단된 채, 흰 연기를 뿜으며 거리 위의 둘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쿨럭. 여기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줄은 몰랐네요.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들으셨나요?
리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거의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멀리 빛나는 등불과 시뮬레이션 된 별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귀 좀 가까이 대보세요.
원하신다면 몇 번이고 다시 말씀드릴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