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이벤트 스토리 / 인연의 악보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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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로운 자 인연의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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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밤거리, 컨스텔레이션의 관객들이 흩어지며 여기저기 작은 무리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지만, 분홍빛 머리카락을 지닌 구조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나직이 두 차례 이름을 불렀으나, 어둠 속엔 침묵만이 맴돌았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군중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듯했다.

이스마엘의 단말기로 신호를 보냈으나, 공연장의 소음 속에 연락은 닿지 않았다.

한정된 이벤트 구역을 돌아다니며 수색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온 길을 되짚으며 이스마엘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기로 마음먹었다.

화사한 꽃들이 피어난 길과 키 큰 풀이 늘어선 길... 화려한 꽃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쪽에선 컨스텔레이션 특제 과자, 맞은편에선 밀크티 맛 전해액이 진열되어 있었다. 달콤한 전해액 향이 감도는 거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미로 같은 골목을 빠져나와 이스마엘의 흔적을 좇다가, 마지막 모퉁이를 돌자 끝없는 푸른 물결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다.

그레이 레이븐.

분홍빛 머리의 구조체는 모퉁이 테이블에 자리잡고 있었고, 서비스 로봇이 마침 두 잔의 밀크티를 내오는 중이었다. 한 잔은 전해액이었다.

아니.

의도적으로 확인하거나 연산해 보진 않았어.

묘한 직감이 스쳐갔어... 이 시간, 이곳에서 마주칠 거란 걸.

그래,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네.

이벤트도 막바지인데,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어떨까?

그녀가 손을 내밀며 제안했다.

노을이 수평선 너머로 스러지고, 파도가 해안을 적시기 시작했다. 카페를 나선 발걸음은 자연스레 해변을 향했다.

응?

이스마엘이 순간 허리를 굽혀 모래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조개를 집어 올렸다.

난 이런 색이 정말 좋아.

어둠이 내려앉은 짙푸른 바닷가에 빛나는 건 손안의 연분홍빛 조개뿐이었다.

응... 노을 같지.

그녀는 섬세한 손길로 모래를 털어낸 조개를 하늘로 들어 올렸다. 마지막 노을빛이 껍데기에 스며드는 듯했다.

예전에... 내 고향에 잊히지 않는 풍경이 있었어.

거기서 마주한 노을은 지금도 가슴에 선명해.

분홍빛 머리카락을 지닌 구조체의 눈가에 미소가 맺히며, 옆자리의 지휘관을 향했다.

응, 까마득히 먼 곳이야...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함께 그 풍경을 나누고 싶어.

거기서... 마주한 노을은 지금도 가슴에 선명해.

앞선 말을 다시 속삭이며 조개를 매만지는 눈빛에는 아득한 향수가 깃들어 있었다.

당연히... 기회가 올 거야.

이스마엘은 조개를 살며시 주머니에 담고 수평선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수평선이 황혼의 붉은빛을 앗아갔다.

그래?

분홍빛 머리카락을 지닌 구조체의 입가에 신비가 어렸다. 돌아선 등 뒤로 손끝이 공중을 스쳤다.

"펑!"

터지는 폭음과 함께 깊어진 밤하늘에 오색찬란한 불꽃이 수를 놓았다.

이 해변에서 바라보는 불꽃이 가장 빛나 보인단 말이야.

오늘 밤의 축제는 이제부터야.

달빛이 내려앉은 해변에서 이른 봄바람을 맞으며, 이스마엘은 조용히 다가가 지휘관의 손끝을 감쌌다.

그렇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