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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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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티스 인연의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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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구조체를 따라잡으려 애쓰며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방금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무슨 도전이람! 이렇게 복잡한 지도는 읽을 수도 없는걸! 하지만 뭐 어때, 나도 마침 산에 오르고 싶었으니까!

너랑 같이 가면 더 재밌잖아!

지도가 안내하는 경로는 안전하고 순탄했지만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녹티스와 지휘관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빠른 지름길을 선택했다.

그 대가로 질척거리는 진흙탕에 발목이 깊이 파묻히며, 온몸으로 땅을 더듬어가야 하는 고난의 여정이 되었다.

이런 험로는 지휘관이 도저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닌데... 내가 속도를 좀 늦출까?

고개를 저어 괜찮다고 했다.

녹티스가 준 데이트 인연 초대권이 아직 주머니에 있었다. 예술 협회가 준비한 특별 미션으로, 지정된 장소까지 가면 특별한 우승 상품을 준다고 했다.

문제는 그 장소가 이 근처 산 정상이라는 거였다.

임무 때도 이런 산길은 많이 다녔지만, 오늘 길은 특히 험했다.

오늘만큼은 순수하게 즐기면서 자연 속에서 땀을 흘리고 싶었는데, 어느새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경쟁심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오호, 나랑 한판 붙어보겠다고?

좋아, 붙어보자! 내가 질 것 같아?

승부 얘기가 나오자 녹티스는 신이 난 듯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울창한 나뭇가지들이 더욱 촘촘해졌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시야를 가로막는 무성한 잎새들을 헤쳐나가야 했다.

구조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정확한 지도 판독이 관건이었다.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저 앞의 언덕만 넘어서면...

조심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어 중심이 흔들렸을 때, 녹티스가 아래에서 재빠르게 지휘관을 붙잡아주었다.

아찔한 순간에 가슴 속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위험이 지나갔다는 것을 실감하고서야 긴장이 풀려나갔다.

하하, 잘 지켜보고 있었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녹티스는 지휘관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옷에 흙만 좀 묻었다는 걸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그만 시합하자. 같이 도착하면, 둘 다 이긴 거로 하면 어때?

녹티스는 지휘관을 등으로 받아들인 채, 한 손으로는 앞을 가로막는 무성한 나뭇가지들을 헤쳐나갔다.

이게 더 편하네. 네가 또 다칠까 봐 걱정됐거든.

조심스레 녹티스의 등에 몸을 맡기니 따스한 체온이 전해왔다. 겉보기에는 서투른 듯 보이는 녹티스였지만, 예상 밖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자, 이제 높이 올라갔으니까 그 뭔가 대단하다는 우승 상품이 어디 있나 찾아봐.

더 높이 안아볼까? 아니면 몇 바퀴 더 돌아볼래?

아니, 그냥... 네가 헛고생한 것 같아서 그래.

헤헤, 걱정하지 마. 내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줄게.

시야가 넓어지니 길 찾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마침내 산 정상에 도착하자 컨스텔레이션이 한눈에 들어왔다.

녹티스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동안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을 만끽했다.

쉬운 길도 있었지만,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했다. 하지만 함께라면 못 갈 길도 없었다.

설마 이 풍경이 우승 상품은 아니겠지? 그럼 너무하잖아.

녹티스의 어깨를 다정히 두드린 후, 지도를 펼쳐 주변을 둘러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앙상한 고목 그루터기 위에서 예술 협회의 "특별 상품"을 발견했다.

아침 이슬이 영롱하게 맺힌 장미 다발이 포장지에 싸여 있었고, 그 한켠에 작은 쪽지가 매달려 있었다.

[발걸음이 닿는 길마다 꽃이 피어나고, 나란히 걸어갈 여정이 영원하기를.]

와... 예술 협회의 센스가 대단하군.

녹티스는 뭔가 떠올랐는지 머리카락만큼이나 빨개진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난, 난 이런 거 필요 없으니까... 너, 너 줄게.

야... 잘, 잘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