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이 이 도전 해보고 싶다고?
반즈가 카드에 적힌 규칙을 슥 보더니 지휘관을 쳐다봤다.
내가 그렇게 보였어? 서운하네.
농담이야. 신경 쓰지 마.
지휘관이 부탁하는 건 이유가 필요 없지.
그래. 네 뜻대로 하지.
"동문서답" 게임 시작해 볼까?
시작되면 정해진 시간 동안 모든 대화에 "엉뚱한 대답"을 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말을 안 걸면 문제가 없을 듯했다.
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 차징 팔콘의 반즈님도 계시네요.
역시 이런 축제에서는 지인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이 같이 계시다니, 혹시 그레이 레이븐이랑 차징 팔콘 사이에 비밀 작전이라도 짠 건가요?
[player name](이)가 어젯밤에 베개가 너무 딱딱해서 불편했대.
반즈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베개요? 그럼 임무는 아니네요. 혹시 새 베개 사러 같이 오신 건가요?
아! 얼마 전에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는 법"라는 말을 배웠는데, 지금 이 상황이랑 딱 맞네요.
역시 수석님이세요. 일상생활에서도 자원을 완벽하게 활용하시네요!
지휘관은 잘하는 게 그렇게 많은데, 나중에 나도 좀 가르쳐줄래?
지금 어디 가시려고요? 상점이요?
일찍 일어나서 만든 건데, 그걸 쓰레기통에 버렸더라고...
반즈의 말이 끝나자마자 앞에 있던 구조체 병사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곧 모든 걸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침밥이요? 근데 지금 점심시간인데요?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내시는 걸 보니, 지휘관님께서 배 많이 고프신가요? 그래서 점심은 좀 맛있는 걸로 드시려는 건가요?
대화가 되게 튀네요... 엘리트 소대는 다들 이렇게 딥하게 대화 나누시나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도 잘 따라가고 있죠! 헤헤, 어때요?
......
이 길 요즘 공사한다는데, 잡동사니들 때문에 많이 좁아졌어. 지금은 두 명밖에 못 지나갈 것 같네.
그래요? 전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근데 오늘 여기 진짜 사람이 꽤 많네요.
그러면 우리도 길 한가운데 서 있지 말고 좀 비켜주죠?
[player name], 점심 드신다면서요? 제 친구가 근처에서 식당하는데, 같이... 앗!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다른 구조체 병사한테 끌려갔다.
평소에도 말 많다고 했더니, 이제는 눈치까지 없어졌네.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레이 레이븐이랑 차징 팔콘 분들과 친해지려고 하는데...
친해지기는 무슨, 방해된다고 싫어하시는 거 못 느꼈어? 눈치 좀 챙겨.
게임 규칙의 제한만 아니었다면 목소리 좀 낮추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반즈는 동료에게 끌려가는 구조체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방금 아침밥 얘기한 거 있잖아. 진짜야? 아님 그냥 지어낸 거야?
지휘관은 반즈가 방금 했던 말에 대해 묻는 걸 알아차렸다. 이미 한 말이긴 하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은 거라... 규칙을 지킨 거라고 생각했다.
함정에 안 넘어가자, 반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살며시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뭐, 진짜든 아니든 상관없어.
지휘관의 "큰 문제"나 해결하러 가자.
쉿.
반즈는 입술에 검지를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도전 규칙 잊었어?
식당을 가도 좋고, 편한 베개를 찾으러 가도 좋아.
어쨌든,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곳이어야 해.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