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네가 말한 그 이벤트야?
카무가 앞에 놓인 헤드폰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정말 방음이 되는지 확인하는 듯했다.
"고요 속의 외침"... 고요와 외침이 어떻게 조합될 수 있는 거지? 이건 무슨 게임이야?
뭐 상관없어. 맞추면 먹자골목 VIP 할인권 준다며?
그럼 시작하자. 뭐 고민할 게 있나.
규칙에 따라 서로 번갈아 가면서 진행해야 했고, 카무가 먼저 헤드폰 쓰고 맞추겠다고 나섰다.
주최 측이 준비한 헤드폰 성능이 괜찮았다. 음악도 너무 크지 않으면서 방음도 완벽해서 외부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스태프가 손짓하면서 시작을 알렸다.
지휘관은 카무가 잘 맞출 수 있게 입 모양을 크게 만들며 천천히 말했다.
점심에 꽃집에 갈래?
지휘관은 고개를 막 저으면서 단어를 하나씩 또박또박 말해줬다.
꽃... 집에 갈래.
코치?
카무는 점차 포기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는 지휘관을 보며, 왜 저렇게 실망하는지 의아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한 문장만 맞추셔도 목표 달성이에요.
막히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지휘관은 그 조언을 재빨리 받아들였다.
소풍 갈 시간이야.
입 모양을 아무리 크게 해도 효과가 없자, 지휘관은 몸을 쓰기로 결심했다.
카무는 지휘관의 입 모양과 함께 시작된 손짓에 집중했다. 지휘관은 먼저 카무를 가리키고는, 가슴 앞에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동작을 했다.
음, 너 때문에 답답하다고?
이제는 옆에 있던 스태프마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카무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안내에 따라 헤드폰을 벗었다. 하지만 그의 단호한 눈빛을 보아하니 여기서 포기할 의향은 없어 보였다.
바꾸자. 이제 지휘관이 맞춰봐.
설마 하나도 못 맞추겠어?
지휘관은 스태프와 얘기하고 나서 카무랑 자리를 바꿨다.
첫 문장은 쉬워. 무조건 맞출 수 있을 거야.
잘 봐. "계속 네 곁에 있고 싶어."
카무가 손짓도 몇 개 더해가며 말했다.
있고 싶어...
이제 카무도 방금 지휘관의 심정을 이해한 듯 보였다.
패스.
배불러.
......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만 시간이 다 됐네요. 아쉽게도 두 분 다 도전에 실패하셨습니다.
규칙대로 둘은 어쩔 수 없이 그만해야 했다.
이런 걸로 뭘 알 수 있겠어?
그냥 게임일 뿐이야. 승패는 상관없어.
뭐가 아쉬워. 가자.
카무가 바로 앞에 있는 먹자골목 표지판을 가리켰다.
할인권 없어도 구경할 수 있잖아.
할인권 같은 건 상관없어. 지휘관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