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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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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인연의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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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라는 분이 뽑으신... 인연 초대권입니다.

스태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인연 초대권을 건넸다. 뒤집어보니, "도전, 해가 지기 전에 달빛 호수에 도착하기"라고 적혀 있었다.

달빛 호수? 컨스텔레이션의 관광지인 듯했다. 지도상으로는 멀지 않은 거리였다.

주위를 둘러봐도 루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먼저 목적지로 떠난 모양이다.

앞으로 가려는데 눈앞에 큰 산이 가로막고 있었고, 달빛 호수는 산 너머에 있었다.

호수에 가려면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듯한 거대한 산을 넘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산을 오르내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아니면...

달빛 호수로 가는 지름길이요? 이 터널로 가면 돼요.

산을 지키는 할아버지가 하품하며 옆에 있는 어두운 터널 입구를 가리켰다. 황혼의 햇살이 터널 입구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고, 주변의 잡초는 사람 허리까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에서 왠지 모를 섬뜩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이게 유일한 지름길이었다.

지휘관은 루나와의 약속이 신경 쓰여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나면서 발걸음이 점차 느려져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축축한 흙냄새가 진하게 밀려왔다.

터널 안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그 외에는 완벽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위치를 확인하려 했지만 단말기에서는 위치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휴대용 손전등을 켜봤지만, 빛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다 보니... 발걸음도 무감각해지고 생각도 둔해졌다.

이 길 끝에 정말 출구가 있을까, 진짜로 반대편으로 이어질까... 불안한 의문이 마음속을 스쳐 갔다.

상당히 멀리 걸어온 듯했고, 입구도 이미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이제는 전진이든 후퇴든 같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산신령도, 귀신도 없었다.

"도전"의 진정한 시련은 귀신과 마주하는 것이 아닌, 끝없이 이어지는 고독감이었다.

지휘관은 마음속 불안을 떨쳐내듯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로 그 순간, 앞쪽에서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소녀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찾았다.

……

오늘 밤 만남을 위해 특별히 새로운 코팅으로 바꾼 듯했다.

네 위치 신호가 오랫동안 끊겼던 거 몰랐어?

마지막으로 잡힌 게 이 폐터널 입구였거든.

반경 10km 안에서 신호가 안 잡히는 곳이 이 터널밖에 없는데, 여기 말고 어디 있겠어?

소녀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질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player name], 난 기다릴 수 있는데.

무슨 도전이야, 걔들 말대로 할 필요 없어. 차라리 산을 올라서 산꼭대기에서 만나도 됐잖아.

이런 위험한 터널을 선택하다니... 만약 안에 침식체라도 있었으면? 길을 잃거나 내가 널 찾지 못하면 어떡하려고?

자신이 흥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루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고개를 돌린 루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시선을 헤매던 지휘관은 그제야 루나의 몸에서 나는 빛의 정체를 알아챘다. 예전에 자신이 선물했던 랜턴이었다.

이 터널은 너무나도 좁고 길었다.

이곳에 오기까지 겪었던 고독과 어둠이 떠올랐다. 지휘관을 찾아 이곳까지 온 루나 역시 같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루나의 가냘픈 손목이 지휘관의 손아귀에서 잠시 저항하듯 움직이다가, 이내 힘이 빠진 듯 무력하게 멈춰졌다.

루나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말이 없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표정을 짐작할 수 없었다.

난 없어.

난 언니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어느 날부턴가 바보 같은 인간이 하나 더 생겼고.

어쨌든, 네가 생각한 것만큼 비참하진 않아.

근데 네 말을 듣고 어떤 이야기가 생각났어.

……

옛날에 가족이랑 헤어진 여자애가 있었는데, 우연히 어떤 쓰레기 처리장에 떨어지게 됐어.

루나는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처럼 담담한 어조였다.

그곳도 이 터널처럼 캄캄했어. 여기처럼 길었고, 끝이 보이지도 않았어.

"누군가 곁에 있었더라면, 등불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겠지.

루나는 잠시 멈추고 무언가를 건너뛰었다.

뭐, 어쨌든 이야기는 끝이 나고, 그 여자애도 결국 자랐어.

그때는 혼자밖에 없었으니까...

그 여자애는 소중한 사람이 자신처럼 같은 어둠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

이 소원 하나 때문에, 아무리 먼 길이라도...

루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마지막은 혼잣말처럼 들렸다.

말했잖아. 난 그런 적 없다고.

항의하듯 루나의 손이 살짝 움직였지만, 곧 다시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래?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랑 똑같네.

다 구제 불능한 바보 같아서.

루나의 얼굴은 여전히 옆으로 돌린 채였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슬며시 지휘관 손바닥을 타고 올라갔다.

자, 이제 가자.

우리 달빛 호수에 가기로 했잖아?

아무리 먼 길이라도, 누군가 곁에 있다면 더 이상 길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지휘관과 루나가 달빛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은은한 달빛이 호수 위에 비치고, 별들이 하늘 가득히 펼쳐져 있었다.

잔잔한 물결이 모래사장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먼 길을 달려온 둘에게 마치 아름다운 축복을 보내는 듯했다.

[player name], 늦은 건 어쨌든 벌을 받아야 하니까...

오늘 밤은 나랑 보내는 거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