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절반쯤 지났는데도 아직 아이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현장 관리를 하는 로봇한테 물어보니, 아이라를 마지막으로 본 건 준비 작업하는 방이었다고 했다.
평소처럼 어딘가에 숨어 장비 점검만 하느라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있을 것 같아, 지휘관은 아이라를 찾기로 했다.
지휘관? 날 찾고 있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서 아이라가 갑자기 고개를 내밀더니, 지휘관을 확 끌어당겼다.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나서야, 아이라가 자신을 필름이 가득한 암실로 끌고 들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좁은 방 안에는 햇빛 한 줄기도 들지 않았다. 천장에 달린 희미한 붉은 띠 조명만이 천천히 돌고 있어,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흠, 이건 "실버 프린트"라는 사진 현상 기술이야. 제대로 작동하는 장비 찾느라 꽤 돈을 썼다니까.
아이라가 평소처럼 밝게 웃으며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이벤트를 기억할 수 있게, 이렇게 사진을 액자에 담아서 선물하려고 해.
아이라는 잘라둔 필름 한 장을 지휘관에게 건네고 손전등을 켰다.
순간, 아무것도 없던 흰 벽 위로 번화가의 풍경이 불꽃처럼 눈부시게 펼쳐졌다.
길가의 만개한 꽃들, 웃고 떠드는 사람들, 그리고 공기 속 달콤한 향기까지... 모든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듯 생생했다.
축제에 있는 모든 사람이 즐거워 보였다.
어때, 의미 있고 꽤 괜찮지?
아이라가 손전등을 끄는 순간, 마법처럼 거리 풍경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원래 아름다움이란 늘 찰나처럼 스쳐가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 같은 존재가 필요한 거야. 이 추억들을 "멈춰서" 간직할 수 있게 말이야.
헤헤... 지휘관도 참, 여전히 성급하네.
아이라가 한 걸음 다가와 지휘관의 손을 잡고는, 암실 문을 열어 또 다른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VIP 손님을 위한 특별 체험은... 당연히 특별한 곳에 준비해 뒀지.
이번에 들어간 방에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필름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아이라의 손길이 곳곳에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시간 선대로 정렬된 필름들이 작은 관람 통로를 이루고 있었다.
예술 협회에서 아이라를 처음 만난 날, 아이라가 기획한 이벤트에 처음 참여한 날, 아이라와 처음으로 밸런타인데이를 보낸 날...
모든 순간이 작은 필름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사실... 편법을 조금 썼다고 해야 하나?
이건 전부 단말기에 저장된 일상 기록을 하나하나 옮겨서 만든 "시뮬레이션 필름"이야.
지휘관이랑 보낸 시간들,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워서... 이렇게라도 남기고 싶었어.
아이라는 옆에 선 지휘관의 팔을 끼더니, 지휘관의 손가락을 잡아 필름 위를 천천히 쓰다듬게 했다.
감광 염료의 특수한 결합 성질로 인해, 필름은 이미지 내용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현상되어 있었다.
일반 인화 사진의 매끄러운 질감과 달리, 필름마다 독특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울퉁불퉁하지?
이게 바로 빛과 그림자가 순간적으로 남긴 흔적이야.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에만 포착할 수 있는 온도라고.
아이라는 지휘관 어깨에 기대어, 지휘관의 손가락을 살며시 잡은 채 필름 위의 무늬를 함께 느꼈다.
지휘관의 귓가를 스친 분홍빛 머리카락에는 향기가 배어 있었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금은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진 필름들이지만, 앞으로는 [player name](와)과 함께한 모든 순간을 직접 담아낼 거야.
아이라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옆의 지휘관을 바라봤다. 분홍빛 눈동자는 순수해 보이면서도 묘하게 공격적인 느낌을 담고 있었고, 그녀의 숨결도 평소보다 조금 더 뜨거운 듯했다.
이 방의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었다.
지휘관, 앞으로도 이런 순간들을 전부 나랑 함께 보낼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