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했던 약속 아직 기억하고 있지?
이렇게 직구로 나오다니! 젠장...
음.
"레코드샵에서 연인을 위한 보물을 찾아보세요."
나도 궁금해.
근데 왜 같이 가야 하는지는 모르겠네... 어서 가자!
카레니나가 지휘관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앞장섰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 둘은 골목 안쪽에 있는 레코드샵 앞에 도착했다. 가게는 그리 크지 않았고, 쇼윈도에는 황금시대 밴드들의 포스터가 몇 장 붙어있었다.
상점가의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이곳은 좀 한적해 보였다. 아마도 가게 안의 어두컴컴한 분위기 때문인 듯했다.
컨스텔레이션은 전기세가 비싼가?
카레니나와 함께 문을 밀고 들어가자 맑은 차임벨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아무도 맞이해주지 않았고, 깜빡이는 백열등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카레니나는 레코드가 가득한 선반을 두드려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휘관은 선반에서 제일 눈에 띄는 레코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베스트셀러"라는 글자와 함께, 커버에는 익숙한 트윈테일 소녀가 네온사인 아래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카레니나가 지휘관이 든 레코드에 손을 뻗는 순간, 카운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와, 하, 하, 하.
?!
이런, 보물을 찾아내다니...!
한 로봇이 고개를 내밀더니, 강렬한 드럼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넌 또 뭐야?
나? 불꽃을 꿰뚫는 장의사이자, 어둠을 밝히는 번개... 어, 카레니나 누님!
고개를 내민 로봇은 방금 위치를 잘못 본 것 같았다. 카레니나와 지휘관을 보더니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
아! [player name]
키스크 친구야?
맞아요. 저는 켈리라고 해요. 선더 스파크의...
로봇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드러머죠.
저번에 그 주정뱅이 로봇이야?
술을 끊은 지 오래됐어요. 그래서 이렇게 가게도 차린 거고요. 이제 평범한 삶을 살려고요!
이런 조명에... 그리고 손님 대하는 태도를 봐서는 평범한 삶은 아닌 것 같은데?
왜냐하면...
켈리의 뒤에서 갑자기 무대에서나 볼 법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록스타는 일찍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록은 죽지 않아요.
레코드만 사면 보물을 얻을 수 있죠! 이렇게 좋은 프러포즈 선물이 또 어디 있겠어요?
뭐야, 그냥 할인 이벤트였어?
장사꾼이 봐도 인정할 만한 할인 이벤트라고요. 그리고 록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지 않나요? 제 새로운 이미지랑 딱 맞는 것 같은데요. 음...
지휘관, 우리 가자.
이건 다 컨스텔레이션에서 발견된 것들이에요. 다른 예술가들이랑 같이 복원 작업을 했고, 새로 발굴된 것도 있어요. 제가 재생해서 들려드릴 수 있어요.
켈리가 자신 머리 위에 달린 턴테이블 바늘을 카레니나와 지휘관에게 보여줬다.
지휘관은 선반에서 레코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앨범 커버는 주황빛 바탕 위로 짙은 바다색이 물들어 있었다.
지휘관 체면도 있으니, 좀 볼까...
카레니나는 말을 하면서 몸을 낮췄다.
어, <언더그라운드 벨벳>, <책 속의 총알>이잖아...
어? 이건 <화이트 앨범> 기념 판이잖아? 이걸 왜 맨 아래에 둔 거야!
아, 다 사고 싶네! 젠장...
입을 삐죽거린 카레니나는 선반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좀 더 봐도 괜찮지? 어차피 보물 찾으려고 하는 거잖아.
그렇게 카레니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앨범들을 계산했다.
이제 보물 줄 수 있지? 이거 때문에 이렇게 많이 샀는데.
켈리가 카운터 밑에서 한 쌍의 너트를 꺼냈다.
안쪽이 매우 매끄럽고 나사선도 없었다. 손에 대보니 그제야 이해가 갔다.
이봐! 이게 무슨 보물이야! 이거 그냥 반... 아니, 전혀 상관없잖아!
세계 엔지니어 연합을 대표해서 경고하는데, 그거 빼지 못할 수도 있어...
드러머가 악보 보듯이, 전 사람을 잘 본다고요!
켈리의 머리 위에서 어느새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뭐 하는 거야! 완전 애들이나 하는 짓이잖아.
으... 알았어. 그, 그럼 오늘 하루만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