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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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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카 인연의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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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님.

해 질 무렵, 파도가 잔잔히 밀려오는 컨스텔레이션 해변 정원에 비앙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앙카는 투명한 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금박지로 감싼 원뿔 모양의 무언가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비앙카는 지휘관에게 다가오며 상자를 열어, 그중 하나를 꺼내 포장을 벗겼다. 그리고 지휘관의 입가에 살며시 가져다 대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설렘 가득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반응할 틈도 없이, 비앙카는 가냘픈 손가락으로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무언가를 지휘관 입속에 살며시 넣었다.

살짝 쓴맛이 나는 껍질을 깨물자, 아마레또의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술이 든 초콜릿이었다.

지휘관이 술맛을 느끼고 표정이 살짝 변하자 비앙카는 미소를 지었다.

오후에 수제 디저트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봤어요. 지휘관님 취향에 맞게 레시피를 조금 바꿔봤는데... 어떠신가요?

지휘관의 대답을 듣자, 비앙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남은 초콜릿을 다 먹고 나자, 비앙카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데이트 인연 초대권을 꺼내 들었다.

아, 오는 길에 이걸 받았어요.

여기 보세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옛 등대 탐험하기"라고 적혀있네요.

비앙카가 보여준 인연 초대권에는 등대가 그려져 있었다. 마침 둘이 서 있는 곳에서도 그 등대가 보였고, 등대 불빛은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같이 가보실래요?

둘은 부두에서 작은 보트를 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대에 도착했다.

서늘한 바닷바람이 스치는 가운데, 아직 밤이 깊지 않아서인지 등대는 불빛 하나 밝히지 않고 있었다.

바닷바람에 닳고 녹슨 문을 밀어젖히자, 비앙카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조심스레 먼저 발을 들였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그녀는 안전하다는 듯 지휘관을 향해 손짓했다.

지휘관은 등대 안으로 들어섰다. 몇 걸음 가지도 못해 바람이 불어 철문이 쾅 하고 닫혔다.

갑작스러운 어둠에 앞이 보이지 않았고, 희미한 달빛만이 위쪽 구조를 어렴풋이 비추고 있었다.

비앙카

지휘관님!

어둠 속에서 비앙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어 매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비앙카를 찾아 헤매는 순간, 누군가가 불현듯 지휘관의 팔을 살며시 붙잡았다.

비앙카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휴우...

그리고 귓가로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손을 찾아 단단히 맞잡은 순간, 비앙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희미한 빛을 따라가다 보니 나선형 계단이 나타났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기 스위치를 찾아냈고, 스위치를 올리자 등대에 불이 들어왔다.

지휘관은 비앙카와 함께 등대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천천히 돌아가는 노란빛 속에서, 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다.

반짝이는 별 같네요.

외로운 별이 밤하늘에서 반짝이면서, 어둠 속에서 길 잃은 이들에게 방향을 알려주죠.

지휘관님처럼요.

비앙카가 지휘관을 바라보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휘관님과 함께... 이 빛을 전하고 싶어요. 더 많은 별이 어둠 속에서 빛날 수 있도록요.

비앙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둘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컨스텔레이션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짝이는 도시 상공에 화려한 불꽃이 터져 올랐다.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지만, 등대의 고요하고 따스한 빛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다.

등대는 조용히 밤하늘의 별들과 마주한 채, 침묵 속에서 은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태양의 그림자도 그 시선 속에 하나가 되어 녹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