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낯선 풍경을 보고서야 인파에 떠밀려 길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다. 축제 때는 항상 사람이 많다더니, 이제야 그 말이 실감 났다.
몇 걸음 가지 못해 인파에 막혀 섰다. 앞쪽의 인기 가판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망설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노란색 고리 하나가 굴러와 발치에 멈췄다. 주워서 살펴보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여기 여기!!!
고개를 들어보니 인파 한가운데서 익숙한 햇살 같은 미소가 보였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가판대 앞에서 카무이가 신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카무이는 너무 신이 났는지 기다리지 못하고, 지휘관이 망설이고 있는 사이 인파를 뚫고 지휘관의 앞으로 왔다.
역시 지휘관이었어! 거리가 있었지만 한눈에 알아봤다고!
특별 이벤트 축제 구경하러 왔다가, 재밌어 보이는 가판대가 있길래 와봤지. 그런데 지휘관을 만날 줄이야.
카무이가 말하며 옆으로 비켜서자 앞의 가판대가 보였다. 바닥에는 천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정교한 장신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중 몇 개에는 지휘관이 발견한 것과 동일한 노란 고리가 걸려 있었다.
황금시대 때 아주 유명했던 놀이야.
음, 생각해 보니까 그때는 이걸... "고리 던지기"라고 했어!
손에 든 고리를 앞으로 던져서 물건에 걸리면 그걸 가져갈 수 있어. 어때? 완전 이득이고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이 이야기를 하는 카무이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묻어났다.
가판대 앞에서 뭔가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게 말이야...
카무이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가판대 주인이 구조체가 이런 게임에 참여하는 건 반칙이라고 말했다고 해. 그래서 경품을 가린 뒤 순서도 모두 섞어 놓은 다음에야 고리를 던질 수 있게 했고 도전 횟수도 일반인의 절반으로 제한한다고 했어.
그새 새로운 이름도 지었더라고. "블라인드 고리 던지기"라고. 앞으로는 구조체한테는 이런 방식으로만 하게 할 거래.
괜찮아! 고리 던지기의 진짜 재미는 과정을 즐기는 거야. 뭘 얻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여기까지 온 김에 지휘관도 나와 같이 도전해 볼래? 나 예전에 이거 엄청나게 잘했어!
어차피 검은 천 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돼. 지휘관의 직감대로 골라봐!
어. 이런 건 믿는 사람한테 맡겨야 하잖아!
난 지휘관을 믿어.
카무이의 제안을 받아들인 지휘관은 가판대 주인의 허락을 받은 뒤, 둘이 함께 "고리 던지기" 도전을 시작했다.
첫 번째 고리... 지휘관은 어디를 "목표"로 하고 싶어?
바닥에 놓인 경품들을 빠르게 훑어보았지만, 눈에 띄는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목표를 정한 뒤 카무이에게 대략적인 위치를 설명했다. 카무이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인 뒤 고리를 던졌다.
예스!! 한 방에 성공!
카무이가 크게 웃으며 좋은 출발을 자축했다.
자, 그럼 다음은...
카무이와 호흡을 맞추며 몇 개의 경품을 더 맞추었다.
어. 내가?
카무이가 앞에 놓인 경품들을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바라보았다.
아, 생각났어! 이 세 개는 어떨까?
카무이가 세 경품의 위치를 가리켰다.
방금 깨달았는데, 이것들이랑 방금 우리가 맞춘 것들을 선으로 연결하면 하트 모양이 되거든!
어때? 꽤 센스 있지?
예상대로 카무이는 남은 세 번의 도전을 모두 성공으로 이끌었다. 주어진 기회를 다 사용하자 카무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판대 주인에게서 경품을 건네받았다.
당연하지! 이게 다 지휘관이 나한테 골라준 경품들이잖아. 안에 뭐가 들었는지 너무 궁금해!
가판대 주인이 "블라인드의 정신을 끝까지 지키자."면서 경품을 건네줄 때도 포장을 해줘서, 직접 풀어봐야 한다고 했다.
사장님이 그러시던데, 방금 우리가 너무 잘 맞고 재밌게 놀아서 구경하러 온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고. 다음에 또 놀러 오라고 하더라.
좋아! 그다음 기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가판대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 있어서, 카무이는 지휘관을 데리고 좀 떨어진 곳으로 왔다. 그런 뒤, 비어있는 장의자를 발견하고는 함께 앉아 경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휘관!! 빨리 와봐, 경품들 뭐가 있는지 한번 보자!
장의자의 빈자리가 경품들로 가득 찼고, 카무이는 그것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절판된 한정판 만화, 한정판 게임 카드 500장... 그리고 이 굿즈까지! 이 시리즈 중에서 이거 하나만 못 구했었는데, 고리 던지기에서 얻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카무이는 기쁜 마음으로 계속해서 경품들을 살피며, 그것들을 공평하게 나누려고 고민했다.
아니야. 그건 달라.
혼자서 도전하는 건 외롭잖아. 하지만 소중한 사람과 함께 승리를 거두면, 그 기쁨은 배가 돼!
이번 고리 던지기는 지휘관이랑 같이 했기 때문에 특별해진 거야.
그리고 이건 나 혼자만의 공이 아니라고. 이거 좀 봐봐.
말을 마친 카무이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밀었다. 자세히 보니 방금 전에 언급했던 2인용 게임 카트리지였다.
전에 우리가 엄청 찾아다녔는데도 못 구했던 게임이잖아. 여기서 구하다니!
역시 지휘관님이랑 있으면 늘 새로운 기쁨이 생긴다니까!
그러니까 다음에도 나와 같이 게임 하러 오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