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이벤트 스토리 / 행운의 까치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테디베어·미유 행운의 까치

>

컨스텔레이션 중앙 거리

단말기에 푸른빛 스크린이 투사돼 있었다. 그리고 스크린에는 테디베어와의 채팅창이 떠 있었다. 가장 최근 메시지는 테디베어가 보낸 "오후 3시, 늘 만나던 곳에서 봐요."였다.

시간을 확인하니 15:12이었다.

테디베어와는 서로 약속한 게 있었다. 10분 이상 늦은 이는 상대방의 요구 하나를 들어줘야 했다. 물론 상대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예외였다.

지난번엔 지휘관이 회의가 길어져서 늦었는데, 테디베어가 온갖 논리적 분석으로 회의가 길어져도 제시간에 올 수 있었다는 걸 증명해냈다. 그 결과...

반나절 동안 제 모델이 되어 주세요. 요즘 연구한 몇 가지 의상 조합이 있는데, 지휘관님이 입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이제 지휘관의 차례가 됐다.

익숙한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분홍 머리 구조체가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드디어 왔다. 테디베어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테디베어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기의 결백을 증명하려 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설명 속에는 궤변이 섞여 있을 거라 확신했다.

길이 막혀서 늦었어요.

이제 그 궤변을 찾아내서...

죄송해요.

……………………

?

반응이 너무 과하시네요.

그냥 오늘은 지휘관님과 이런 걸로 다투고 싶지 않아서요.

왠지 테디베어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들렸다.

한 번 맞춰보실래요?

맞추면 상품이 있고요. 틀리면 벌칙이 있어요.

음... 아마 기념일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에요.

테디베어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더니,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잇지 못하는 것 같았다.

테디베어는 고개를 숙이고 발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수줍어하는 것 같았다.

지휘관님.

테디베어는 한참 만에 고개를 들어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제가 모시고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고즈넉하고 서늘한 정원에는 푸른 식물이 무성했다. 정원 한가운데에는 고목이 우뚝 서 있었고, 노란 잎사귀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잎이 몇 장 떨어졌다.

손을 뻗어 떨어지는 잎사귀 한 장을 잡아보니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잎사귀 옆면에는 견우와 직녀 그리고 까치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잎사귀는 아니 이 나무 전체가 자연물이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예술품이었다.

수많은 연인들이 손을 맞잡고 산책하듯 걸어와 조용히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별 이벤트 까치 나무예요.

분위기에 젖은 듯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웠다.

지휘관님, 여기는 이번 특별 이벤트 축제에서 "데이트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라는 거 아셨어요?

전설에 따르면 이 나무 아래서 서로에게 진심을 전하는 연인은 까치의 축복을 받아 영원한 행복을 함께할 수 있다고 해요.

테디베어는 결심한 듯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휘관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이 장소, 이 분위기, 평소와는 다른 테디베어의 수줍어하는 모습...

설마?

지금은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려워서요.

테디베어가 주머니에서 음악 플레이어와 이어폰을 꺼내 정중히 지휘관에게 건넸다.

미리 녹음해뒀어요.

지휘관은 플레이어를 받아 들었다. 테디베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여기 있는 걸까?

이어폰을 귀에 꽂고 테디베어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그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고요하다가 이내 음악이 흘러나왔다.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곡은 맑고 깨끗했다.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은 멜로디에 점차 구룡의 전통 악기들이 어우러지며 음악은 고조되어 갔다.

현대와 전통의 조화는 네온으로 만들어진 까치가 하늘에 오작교를 놓고, 서로를 이해하는 두 사람이 다리 위에서 손을 맞잡는 것 같았다.

감정이 고조되며 클라이맥스로 향하던 순간, 폭발 직전에서 갑자기 멈추더니...

그대로 끝나버렸다.

끝난 건가?

더 이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끝난 것 같았다.

음, 그게 말이에요.

이번 특별 이벤트 축제 홍보 영상 보셨죠? 거기에 현대 악기와 구룡의 전통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배경음악이 있었는데, 저는 그게 무척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따라 해보려고 연습했는데, 핵심을 잡지 못하겠더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만든 것 중 최고 점수를 받은 게 방금 들으신 곡이에요.

얼핏 들으면 괜찮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영혼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테디베어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분석해 보니 이 곡조의 핵심은 "애착"이라는 분위기더라고요.

지휘관님이 저와 함께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면, 제가 이 곡을 더 잘 이해하고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그 고약한 미소가 분홍 머리 구조체의 얼굴로 돌아왔다.

어라~ 지휘관님, 방금 좀 긴장하신 것 같은데...

혹시, 뭔가 기대하고 계셨나요?

테디베어는 자신의 장난에 만족한 듯 즐겁게 웃었다.

그래도 꽤 도움이 됐어요. 흐흐~

바로 이런 느낌이에요. 음, 이 부분은 이렇게 바꾸면...

테디베어는 곡조를 흥얼거리며 단말기를 켰다. 홀로그램으로 악보를 불러와 일부분을 수정한 뒤, 음성 파일로 변환해 플레이어에 입력했다.

지휘관님, 다음 장소로 가시죠.

물론 끝난 게 아니죠.

테디베어가 유선 이어폰의 양쪽을 각자의 귀에 꽂아주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수정된 음악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아직 미완성이라 까치의 축복은 받을 수 없어요.

곡이 완성되면 다시 한번 와요.

그때는 제 마음속 소리를 제대로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