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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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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희염 행운의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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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중심 광장에서 진행된 공연은 몇 번째인지 모를 하품이 나온 뒤에야 막을 내렸다.

사회자의 건조한 커튼콜과 함께 배우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퇴장했다. 그리고 객석에서는 성의 없는 박수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출연료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고 하더니, 공연 전체가 너무 성의 없어 보였다.

관객들은 어떤 극적인 반전이라도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지만, 정말로 끝까지 대충 마무리되고 말았다.

마지막 대형 이벤트를 이렇게 마무리하다니 아쉬웠다. 다른 관람객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더 재미있게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속마음을 들은 것처럼, 거리의 네온사인이 갑자기 이상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자리를 뜨려던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쳐다보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해했다.

??

Hola amigo!

방송에서 뜻밖의 익숙한 인사가 들렸다. 그러면서 감정이 넘치는 목소리가 진행자의 기계적인 낭독을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

너희들과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오랜만이야!

막이 내리기 직전에 한 가지 물어볼게. 오늘 재미있었어? 만족했어?

작은 실수들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 안 좋을 수 있겠지만, 실망하지 마.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니까!

목록표에 있는 공연은 다 끝났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혹시 깜짝 공연인가?

관람객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일더니, 주변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이게 겉보기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지휘관은 구경하는 대신 거리 양쪽을 살피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당직 스태프를 찾았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이시죠?

지휘관을 알아본 직원이 불안한 기색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구역의 통신 시스템이 해킹당했어요. 안내방송에서 나오는 녹음을 끌 수가 없어요.

큰일이네요! 전에 본 영화와 똑같은 상황이에요. 누군가가 공연장 근처에 폭탄을 설치해 두고, 공연 시작 안내방송을 신호로 폭발시키려 할 거예요. 틀림없어요. 문제는 폭탄 위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상대방의 위치를 아세요?

풍차 꼭대기에 올라가 보니 예상했던 인물이 있었다.

승격자가 높은 곳 가장자리에 서서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돌아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날 찾아낼 거란 건 의심하지 않았지만, 궁금한 게 있어. 어떻게 내가 여기 있단 걸 알았어?

가장자리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이상한 네온 빛으로 반짝이는 구역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하하! 멋진 대답이야!

롤랑이 크게 박수를 쳤다.

긴장하지 마.

롤랑은 입 앞에서 과장된 미소를 손가락으로 그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마지막 공연 재미없었지?

오늘처럼 완벽한 날을 이대로 끝내긴 아쉽잖아.

그래서 마지막에 한 장면을 더 추가했어.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 말이야.

롤랑의 목소리가 의외로 점점 작아져서, 마지막엔 혼잣말처럼 들렸다.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은 롤랑은 다시 평소의 말투로 돌아왔다.

서프라이즈치고는 말이 좀 많았나?

공연 시작 인사를 하는 척하며, 어느새 왼손에 쥔 리모컨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오른손으론 눈을 가렸다.

조심해. 처음엔 좀 눈부실 거야.

눈부시다고?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롤랑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지휘관 옆에 나타났다.

그리고 갑자기 지휘관의 눈에 선글라스를 씌워졌다. 바로 그 순간, 롤랑이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순간 강렬한 빛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이봐! 하늘 좀 봐!

모두가 고개를 들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광활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형광빛을 내는 수많은 까치들이 우뚝 선 풍차 탑을 에워싸고 날았다. 그 순간 하늘에서 별빛이 쏟아지듯 반짝였다.

까치들이 점점 가까이 모여들더니, 서로의 몸을 맞대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오작교를 만들어냈다.

아래에 있던 관람객들은 물론, 질서 유지를 하던 당직자들조차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이 황홀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처음의 충격에서 벗어나 손을 뻗어 주위를 날아다니는 까치를 만져보려 했지만, 손이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투영인가?

하하! 내가 즉흥적으로 준비한 공연인데, 꽤 멋지지 않아?

롤랑은 지상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장치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보아, 이 공연의 진정한 관객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오작교는 서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만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잖아.

그럼, 이 다리가 사라지기 전에...

투영된 까치들이 날아올라 시야를 가렸다.

그 순간, 롤랑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

즐거운 특별 이벤트가 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