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텔레이션 거리 한편의 휴식 구역에 앉아 예술 협회에서 의뢰한 특별 이벤트 주제의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마침표를 하나 더 찍고 나니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 키보드 위에 올려둔 손가락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을 짜내보려 해도 백지상태였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몸을 뒤로 기대자 등은 자연스럽게 의자에 기대었고, 머리도 어딘가에 기대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리가 있었다.
길 건너편에서 음료를 사 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다.
쉬면서 드세요.
리가 방금 산 음료를 받은 지휘관은 그가 스크린 속 보고서를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제가 수집한 데이터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잠시만요. 제가 자세히 좀 볼게요.
리가 몸을 숙이고 왼팔을 뻗어 화면을 스크롤 했다.
이렇게 가까이 얼굴이 맞닿을 줄은 몰랐던지, 처음에는 리가 이쪽을 힐끔거리다가, 이내 보고서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석양빛이 리의 옆얼굴을 비추었고, 따뜻한 빛 속에서 그의 파란 눈동자가 더욱 빛났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방금 깨달았다는 듯 혹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리가 고개를 돌리자, 시선이 마주쳤다.
뭘 하시는 거죠?
리는 불편한 듯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먼저 시선을 돌렸다.
보고서 보세요.
리는 내용을 살펴보면서 중요한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이 부분들에 샘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작성해 보시고, 나중에 제가 보충하도록 하죠.
단말기를 건네받자, 리는 등나무 의자를 가져와 앉으며 들고 있던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제야 그가 포장된 작은 물건을 계속 들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방금 음료 살 때 점원이 이벤트가 있다면서... 둘이면 디저트를 무료로 준다고 해서요.
말하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바꾸는 듯했다.
테이블 위의 작은 포장을 보다가 다시 리를 쳐다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보고서는 다 쓰셨나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마지막 몇 줄이 좀처럼 써지지 않았다. 그리고 자꾸만 시선이 보고서와 예쁜 포장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리는 그 모습을 보고 살짝 고개를 저으며 포장을 열었다.
먼저 드시고 쓰시죠. 당분 섭취가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될 거예요.
포장 안을 보니 먹음직스러운 색깔의 사각형 디저트가 세 조각 쌓여 있었다.
그 외로 포장 상자 윗부분에... 어떤 글자가 적혀있는 것 같았다.
리도 그걸 발견하고는 상자 윗부분을 들어 올려 글자를 읽을 수 있게 했다.
알림: 상대방이 직접 먹여주면 더 맛있답니다.
……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지휘관님.
리가 말하며 디저트가 담긴 상자를 이쪽으로 밀었다.
…………
다 크신 분이... 혼자 드세요.
잠시 대치하다가, 리는 포기한 듯 한숨을 쉬고는 맨 위의 디저트를 집어 어색한 동작으로 지휘관의 입 앞으로 가져갔다.
음식의 맛은 저와의 접촉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하나 더 드시겠어요?
하나 더 드시겠어요?
이번에는 리의 동작이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지휘관이 디저트를 음미할 때마다 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 듯했다.
지휘관은 리가 마지막 조각을 집으려 할 때 그를 말렸다.
당분 섭취 덕분인지 영감이 다시 떠올라서 마지막 몇 줄을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보고서를 리에게 건네고 테이블을 보니 디저트가 아직 그대로였다.
구조체는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없으니, 지휘관님 드세요.
디저트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보고서에 열중하고 있는 리의 입가로 마지막 디저트를 가져갔다.
리는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장난치지 마세요."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잠시 대치하다가 리는 조심스럽게 한 입을 베어 물었다.
좀 느끼하네요.
아쉬운 마음으로 손을 거두려는데, 리가 당황한 듯 손을 들어 막았다.
안 먹는다고는 안 했어요.
말을 마치자마자 리는 남은 디저트를 빠르게 먹어치웠다.
………………
열량 자가 순환 시스템 때문입니다. 돌아가서 고장 진단과 점검을 한번 해봐야겠네요.
둘 다 잠시 말이 없었고, 잠시 후 리가 단말기를 건네주었다.
보고서 완성했습니다.
이제 돌아갈까요?
앞을 바라보니 해가 저물면서 거리 양옆으로 등불이 반짝였고, 관람객이 낮보다 훨씬 더 많아 보였다.
특별 이벤트 놀이공원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