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님!
어깨를 툭 치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리브가 분홍빛 장미 다발을 안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색과 어우러진 꽃들이 아침 햇살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길에서 꽃집이 있길래 조금 샀어요.
아, 그러고 보니...
리브는 단말기를 꺼내 포스터를 하나 띄웠다.
이쪽 공원에서 꽃 전시회를 한다고 하네요. 케이블카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는데, 그 후엔 걸어서 디저트 거리까지 갈 수 있어요.
리브는 진지한 표정으로 단말기의 메모를 훑어보며, 오늘을 위해 꽤 준비를 해온 듯했다.
리브가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천천히 승강장 쪽으로 걸어갔다.
……
맑은 소리와 함께 동전처럼 생긴 티켓 두 장이 발매기에서 떨어졌다.
이런 건 책에서만 봤어요.
황금시대 스타일인 것 같네요.
리브와 함께 케이블카에 올라 마주 보고 앉았다. 그리고 리브는 꽃다발을 창가에 기대어 놓았다.
케이블카 안이 그리 크진 않아서 5-6명 정도가 한계일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시간대엔 리브와 지휘관 외에는 다른 관람객이 없을 것 같았다.
잠시 후, 케이블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산책하듯 느긋한 속도로 출발했다.
와...
갑자기 들어온 아침 햇살에 눈이 적응되자, 컨스텔레이션의 다채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리브와 동시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건물들 사이로 고층 건물의 통유리창이 수면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수송기에서 봤을 때랑은 완전히 다르네요.
창가에 기대어 있는 리브의 모습이 유리창에 비쳤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에는 신기함과 함께 상상에 잠긴 듯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이제야 정말로 이 도시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손에 닿을 듯한 풍차가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케이블카는 천천히 건물들 사이를 지나 호수 위로 향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몇 척의 배가 호수를 건너고 있었고, 수면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는 운송 장비들의 경적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 안에서는 그 모든 소음이 차단된 듯했다.
황금시대 사람들에게는 그저 도시의 평범한 풍경이었겠죠?
리브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정말 아름다워요.
이런 날들이 일상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눈앞의 건물들이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고, 그라피티가 그려진 거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멀리 내다 보니 아직 개발되지 않은 산들이 엷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휘관님, 저기 보세요.
푸른 날개를 가진 새 떼가 날아가고 있었다.
새들의 영향이었는지, 케이블카가 갑자기 흔들리며 "끼익"하는 소리가 냈다.
?!
케이블카가 급정거로 인해 살짝 흔들리다가 균형을 되찾았다.
지휘관님!
리브는 조심스럽게 케이블카의 균형을 유지하며 지휘관에게 다가와 팔을 살짝 잡았다. 그리고 케이블카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을 새 소리가 오히려 긴장감을 더했다.
구, 구조 요청을 해야 할까요?
네. 필요할 경우, 제가 바로 구조 요청할게요!
새 떼가 짹짹거리며 케이블카 주위를 맴돌다가 한 바퀴 선회한 후 다시 멀리 날아갔다.
따스한 햇살 속에서 새들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갔다.
케이블카는 전진하면서 차츰 안정을 되찾았고, 처음에 걱정했던 위험도 일어나지 않았다.
리브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리브는 진지한 표정으로 케이블 줄을 확인하다가 잠시 후에야 긴장을 풀었다.
그제야 팔에 전해지는 감촉을 느꼈다.
리브가 팔을 잡은 채 놓는 것을 잊은 듯했다.
리브의 침묵은 이 상황을 모른다는 뜻이 아니었다. 옆의 소녀는 그저 살짝 힘을 뺄 뿐이었다.
리브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수줍음이 느껴졌다.
여정도 이제 후반에 접어들어 종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이대로 있어도 될까요?
리브는 창밖을 보는 척하며 무심한 듯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