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이벤트 스토리 / 행운의 까치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함영·단심 행운의 까치

>
전자음

음력 7월 7일, 배가 깊은 계곡을 지날 때였습니다. 순식간에 하늘빛이 변하고 사방이 어두워졌습니다. 바다 안개가 피어오르고, 하얀 안갯속에서 희미하게 무대가 떠올랐습니다.

이곳은 이미 수년간 황폐했고, 패하파들이 평지로 만들어 버렸는데, 이 무대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오늘, [player name](이)라는 서생이 금비녀의 인도를 따라 이곳을 찾아왔는데요.

몇 분 전, 함영의 초대로 이 야항선 전시관에 왔는데...

어서 오십시오! <금비녀와 무희> 리얼 방 탈출 게임이 새로 오픈했습니다! 짜릿한 스릴과 긴장감이 가득한 체험! 게다가 오늘은 특별히 무료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체험자님,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거절하지 마십시오. 이 금비녀 받으세요. 퀘스트용 아이템이긴 하지만 클리어하시면 무료로 드립니다!

특별 이벤트 선물로 딱입니다. 자 시간 없으니 스태프들 준비하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누군가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기계체의 말이 쉼표도 없이 귓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상대방의 강력한 추천에 못 이겨 <phonetic=어느새>정중하게</phonetic> 이 야항선 귀신의 집으로 밀려 들어왔다.

귓가에 고풍스러운 무곡이 울려 퍼졌다. 눈을 들어보니 어느새 앞은 인산인해였다. 무대 위 무희가 춤을 추며, 병풍에 우아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왠지 모르게 그 춤사위가 낯익었다.

북적이는 인파를 힘겹게 뚫고 나가자 무대 위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졌다. 병풍이 가리고 있긴 했지만, 춤사위를 보니 분명 그녀가 평소에 연습하던 춤이 맞았다.

대답이 없었다.

순식간에 춤과 노랫소리 그리고 환호성이 모두 사라졌다. 무희는 더 이상 춤추지 않았고, 인파도 잠잠해졌다. 이 세상에 자신만 남은 듯했다.

눈부신 흰빛이 지나간 후, 눈앞에 황폐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주변의 어둠 속에서 무대 저편에 따스한 형광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마치 앞으로 나아가라고 인도하는 것 같았다.

지휘관이 움직이지 않자 형광빛은 초조한 듯 연달아 두 번 깜빡였다. 지휘관을 무대로 이끌려는 의도를 전혀 감추지 않았다.

지시를 따라 앞으로 가니 형광빛이 깜빡임을 줄이며 안심이 되는 따스한 빛이 되었다.

무대에 오르자, 지금까지 인도하던 형광빛이 사라졌다. 대신 허리춤의 금비녀가 연신 반짝이기 시작했다. 깜빡이는 금비녀의 빛을 따라가 보니 어둠 속에 제단이 보였고, 거기엔 금비녀가 들어갈 것 같은 홈이 있었다.

"제단 앞에서 세 번 절하세요. 그리고 앞을 보지 마세요."

"금비녀의 주인은 인간 세상에서든 저승에서든 반드시 연인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대신...

"밀실이 좀 추울 수 있어서... 제단 옆에 따뜻한 담요를 준비해뒀어요. 먼저 걸치시고, 감기 들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깔끔한 글씨체가 주변의 음산한 분위기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추위 때문에 환각을 보는 건 아닌지 부적을 꼼꼼히 다시 읽어보았다.

???

후... 후...

하지만... 바람 속에 따뜻함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착각일까?

지휘관의 둔함에 답답했는지 목덜미에 닿는 바람이 더욱 따뜻해졌다.

바람이 불어오던 곳에 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차가운 바람 대신 그의 안정적이고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

저기!

지휘관을 만나서 기쁜 듯 함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일부러 몸을 부르르 떨자, 함영은 걱정스러운 듯 지휘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공포"를 달래주려 했다.

역시 저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건 잘 못하나 봐요. "무희" 역할을 제대로 못했네요.

함영은 아쉬운 듯 웃으며 다시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음... 그 이유를 알려면 <금비녀와 무희> 이야기의 배경을 아셔야 해요.

사실 이건 방 탈출로 포장된 2인 무대극이에요. 연인 사이인 서생과 무희가 함께 연기하는 거죠.

아뇨. 정반대예요. 무희의 장난은 사랑에서 비롯된 거예요.

아주 오래전, 서생과 무희는 야항선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어요. 지휘관님도 야항선에 오신 적이 있으시죠? 그곳 사람들이 마일리지를 위해 매일 고생하는 걸 보셨을 거예요.

무희는 밤낮없이 춤추다 발을 다쳤고, 연인을 돌보느라 고생하던 서생도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이 들고 말았죠.

둘의 마일리지가 계속 줄어들자, 무희는 이런 생활을 더는 이어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특별 이벤트 때, 무희는 가장 소중한 금비녀를 팔아서 암시장 사장에게 부탁했어요. 서생의 병을 고치고, 자신에 대한 기억도 지워달라고요. 그 후로 무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 금비녀가 암시장에서 돌고 돌아 우연히 서생의 손에 들어가게 됐어요.

어느 해의 특별 이벤트 날, 서생은 금비녀의 인도를 받아 처음 무희와 만났던 무대로 오게 됐죠.

그래서 무대에 무희의 영혼이 떠돈다고 해요. 연인을 만나지 못해 한이 맺혔다고요.

다시 만나면 한을 풀고 저승으로 가게 될 테고, 그때 서생도 함께했던 기억을 모두 되찾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 후 서생은 홀로 남은 생을 보내야 하니, 그건 또 다른 고통이 됐을 거예요.

그래서 온 힘을 다해 서생과의 만남을 막으려 했던 거죠.

계속 겁을 주려 해도 서생이 끈질기게 자신을 만나려 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에요.

몇 번이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의 연인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인파를 헤치고 실수로 잃어버린 금비녀를 돌려주려 했으니까요.

오늘 [player name]님이 그랬던 것처럼요.

함영은 이렇게 말하면서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의 온기가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있었다.

이야기 속 서생이든 지휘관이든, 각자의 "무희"를 위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그녀는 알고 있었어요. 서생을 막는다면, 그는 올해도,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과거에 매여 있는 채로 평생 둘이 처음 만난 이곳을 찾아올 것이라는 걸요.

연인의 외로움은 덜어줄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면 연인이 그리워할 권리마저 빼앗게 되는 거였죠. 그래서 결국 무희도 더 이상 막지 않고, 오히려 서생이 자신을 찾도록 이끌게 된 거예요.

[player name] 님.

함영은 지휘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숨결이 얼굴에 닿아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지휘관님을 만난 뒤에야 알았어요. 인간의 그리움이란 달콤한 두통 같은 거라는걸요. 괴롭지만 즐겁기도 하죠.

이별이든 사별이든, 견우와 직녀든, 무희와 서생이든, 그리움은 헤어진 이들의 마음속에 맴돌아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player name] 님, 오늘은 특별 이벤트 날이에요. 저는 이야기 속 무희일 뿐만 아니라,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여인이기도 한 것 같아요.

"빨리 만나고 싶다.",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너무 커서 서툴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대로 놀라게 하지도 못했나 봐요.

하지만... "연인과 다시 한번 포옹하는 것", 그게 아마도 저와 "무희"의 공통된 소원이었을 거예요.

눈빛만으로도 누군가를 안을 수 있다면, 지금 그녀의 품에 안겨 있을 것이다.

함영은 지휘관의 허리를 부드럽게, 하지만 단단히 끌어안았다.

함영이 부드럽게 허리를 감싸안자, 그녀의 몸이 기쁨에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살결을 통해 인공 심장의 시끄러운 진동이 전해졌고, 그녀의 온기가 천천히 몸속으로 스며들어 전시관의 한기를 몰아냈다.

[player name] 님, 특별 이벤트는 아직 길어요. 이렇게 만났으니 다른 곳에 가서 쉬었다 가시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