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고 컨스텔레이션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붐비는 인파 속에서 한 소녀가 열심히 고개를 내밀며 과장되게 양손을 흔들었다.
지휘관님, 이쪽이에요. 이쪽!
포뢰는 손을 흔들면서도 인파를 뚫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네온사인 불빛 아래에서 소녀의 얼굴은 흥분으로 발그레해져 있었다.
짜잔~ 부유 비행체 등산 대회예요!
말하면서 옆으로 비켜선 포뢰는 뒤쪽 참가 선수들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서핑보드처럼 생긴 부유 장치 위에 서서 "운송 장비"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었다.
규칙은 간단해요. 부유 비행체를 타고 산에 오르는 거예요. 컨스텔레이션에서 곧 불꽃놀이를 할 건데, 산 정상에 일찍 도착할수록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요.
그리고 특별 이벤트의 규칙으로, 비행체는 둘이 함께 타야 해요.
환하게 웃으며 지휘관의 손을 잡은 포뢰의 눈은 초승달처럼 휘어있었다.
갑자기 인파 속에서 놀란 함성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선수들이 조종하는 비행체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제가 방금 시험해 봤는데, 부유 비행체가 회선의 칼날이랑 비슷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운전 경험이 아주 많다고요!
이런 부유형 운송 장비는 자전거랑 비슷해서, 고속일 때가 더 안정적이고 저속일 때가 오히려 균형잡기 어려워요.
방금 선수들이 시험 주행하면서 속도가 좀 느려서 조종이 잘 안된 거예요.
정식 경기가 시작되면 다들 요령을 터득하게 될 거예요.
헤헤... 지휘관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쑥스럽네요. 시간 늦기 전에 우리도 준비해 볼까요?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들이 앞다투어 산 정상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포뢰는 서두르지 않고 부유 비행체를 조종하며 저녁 무렵의 산림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녔다.
음... 지휘관님, 불꽃놀이 구경하는 걸 걱정하시는 건가요?
사실 산꼭대기는 컨스텔레이션에서 높은 곳이라 정상 근처는 어디서나 불꽃놀이 보기 좋아요. 너무 서두르실 필요 없어요.
불꽃놀이 시작하기 전에만 도착하면 되니까, 지금 속도로도 충분해요.
정상에 도착할 시간은 여유로웠지만, 비행체는 저속일 때 오히려 조종하기 힘들었다.
다시 말해,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는 게 더 수월할 것 같았다.
흥흥, 회선의 칼날 베테랑인 제가 이 부유 비행체 정도쯤은 이미 완벽하게 마스터했죠! 고속이든 저속이든, 뭐든 문제없다고요!
저속을 택한 이유는 말이죠. 하아...
앞에 있던 포뢰가 기지개를 켜더니 이쪽으로 몸을 기대어 왔다.
자연스럽게 작은 체구를 받아낸 순간, 소녀의 체온이 점차 품 안을 채웠다.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면서 비행체가 뒤로 기울었고, 포뢰는 "으와!"하는 소리와 함께 지휘관의 품에 안겼다.
휴, 하마터면... 다행히 빨리 조정했네요.
지휘관님, 오늘 전 컨스텔레이션에서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환상 로봇 인상파의 잃어버린 그림도 찾아줬고, 초 현실 기계체 야수파의 새로운 색상 모듈도 테스트했고, 각 구역 손님들 안내하고 거리 치안도 유지하고...
모두가 저를 의지해 주는 게 정말 기뻐요. 용의 아이로서 이런 모습으로 지내온 지 정말 오래됐어요.
하지만 가끔은 저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요. 용의 아이가 모두에게 의지가 되는 것처럼, 그 사람은 제게도 그렇게 든든한 존재거든요.
품 안의 소녀가 조그마한 얼굴을 들어 미소 지으며 윙크했다.
포뢰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완전히 이쪽으로 몸을 기댔다.
포뢰는 몸을 완전히 기댈 수 있게 조금 앞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전에는 항상 바쁘게 지냈는데... 오늘은 특별 이벤트잖아요. 그것도 지휘관님과 함께하는 날이잖아요.
음... 제 작은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예전처럼 바쁘게 서두르지 않고, 지휘관님이랑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속도를 늦춘 거예요.
물론 불꽃놀이 시작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우리는...
등산 선수 대부분이 산 정상에 도착했기에, 대회 측은 축제를 앞당겨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5분 후 불꽃놀이를 시작할 예정이오니, 아직 정상에 도착하지 않은 선수들은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엣!! 갑자기 5분밖에 안 남은 거예요?!
방금 전까지 나른했던 소녀가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잡고 허리를 곧게 폈다.
좀 더 천천히 구경하고 싶었지만, 컨스텔레이션의 불꽃놀이는 지휘관님과 함께 봐야 하는 아름다운 장면이에요!
훗, 저만 믿으세요!
포뢰는 뒤돌아보지 않고 오른손을 힘차게 뻗어 뒤에 있는 지휘관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럼, 지휘관님, 저를 꽉 잡으세요. 이제 가속할 거예요!
부유 비행체의 엔진에서 굉음과 함께 불꽃이 뿜어져 나왔고,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선으로 변하며 모든 빛과 그림자를 뒤로 한 채 달려나갔다.
후~ 정상에 도착했어요! 지휘관님,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포뢰의 말이 끝나자마자 눈 부신 불빛이 하늘로 치솟았다. 끝없는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반짝이다가 빛을 모아 반짝이는 별들처럼 터져나갔다.
수많은 불꽃이 중력의 구속을 벗어나 뛰어오르고 터지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포뢰님이다! 포뢰님, 이쪽으로 오세요!
선수들은 포뢰가 도착하자 그녀와 지휘관을 위해 관람하기 좋은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불꽃놀이에 비친 포뢰의 얼굴은 더없이 밝고 찬란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컨스텔레이션의 번영한 모습과 불꽃놀이에 취한 참가자들의 모습 그리고...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그 눈동자에는 지휘관의 모습이 깊이 담겼다.
포뢰를 의지하는 사람들과 그녀가 의지하는 사람이 모두 곁에 있었다.
지휘관님... 감사해요.
포뢰가 다시 지휘관의 품 안으로 기대왔고, 긴장했던 몸이 점차 편안해지며 부드러워졌다.
컨스텔레이션의 불꽃놀이 정말 예쁘죠? 저기 보세요. 큰 판다랑 작은 판다 모양의 불꽃이에요!
포뢰는 말하면서 더욱 편하게 기대더니,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지휘관의 눈을 바라보았다.
내년 특별 이벤트에도 이렇게 지휘관님 곁에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