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막 밝아온 거리는 아직 시끄럽지 않았다. 아침 햇살이 산들바람 그리고 몇몇 관광객들과 함께 이 조용한 상가 거리에 생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허술하게 그려진 안내도를 손에 쥔 카무는 그 위에 휘갈겨 쓴 안내에 따라 계단식으로 이어진 골목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숨겨진 찻집을 찾고 있었다.
이 중식 찻집은 카무가 제안했고, 예약과 길 안내까지 직접 맡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로 미루어 보아, 이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상하네. 이쯤이면 벌써 도착했어야 했는데.
근데 왜... 갈수록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것 같지?
내가 찾을 수 있어.
이 시간에는 주변에 사람이 없을 거야.
으르렁~!
카무의 말에 대답하듯, 골목 깊숙한 곳에서 나무 팻말을 물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멍멍!
나무 팻말에는 "찻집에 가시려면 저를 따라오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저 녀석을 따라가볼까?
예상외로 그 강아지의 길 안내는 정확했다. 강아지는 능숙하게 그들을 좁은 골목길로 안내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찻집 입구에 도착했다.
찻집에 도착하자 강아지는 물고 있던 나무 팻말을 내려놓고 "끄응" 하고 한 번 짖더니 현관 옆에 앉았다.
그때 흰머리의 노인이 찻집 내부에서 나와 강아지를 대신해 그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죄송합니다. 몸이 불편하여 직접 마중 나가지 못하고 강아지를 보내드렸습니다. 오시는 길에 불편함은 없으셨습니까?
아니. 전혀. 그보다... 저 강아지 똑똑한데?
이게 바로... 전설의 파수견인가?
착각일 수도 있지만, 카무의 표정이 살짝... 들뜬 것 같았다.
이렇게 정확하게 길 안내하는 걸 보면, 분명 특별한 훈련을 받았을 거 같은데.
음... 평소에 어떤 훈련을 받는지 정말 궁금하네.
하하, 특별히 훈련시킨 건 아니고, 그저 일상적인 일을 조금 도와주게 했을 뿐입니다.
그럼, 두 분 천천히 쉬고 계세요. 전 카운터로 돌아가 있을 테니, 차 주문하실 때 찾아주십시오.
찻집 주인이 자리를 비우자 카무는 쪼그리고 앉았다. 강아지도 그의 의도를 알았는지 순순히, 하지만 자랑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카무는 자연스럽게 강아지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쓰다듬었고, 이어서 귀, 목, 발까지...
어느새 시간이 5분이나 흘러갔다.
앗!
카무는 뒤에 누군가 서 있다는 걸 갑자기 떠올린 듯 황급히 일어섰다.
흠, 난 이 강아지의 행동 모드를 관찰해서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분석하느라 시간을 사용한 거야.
이건 나중에 우리가 지표면의 동물들을 다루고 길들일 때 중요한 참고가 될 거라고.
응.
카무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갑자기 인간의 손을 잡고는 함께 강아지 앞에 나란히 앉았다.
너도 한 번 해봐.
거절할 수 없을 것 같은 단호한 말투였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만 하면 돼. 강아지가 거부하지 않을 거야.
임무 예습인데 지휘관이 빠질 수는 없잖아.
카무의 말대로 강아지의 따뜻한 머리에 손을 올리자, 부드럽고 섬세한 감촉이 순식간에 손바닥을 감쌌다.
쓰다듬고, 문지르고, 잡아보고... 이렇게 생기 넘치는 작은 생명체를 직접 만지니 신기하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침 햇살이 나란히 앉은 우리 둘을 비추었고, 카무의 옆얼굴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빛 무늬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카무는 햇살이 찾아온 것도 모른 채, 인간의 손동작을 유심히 관찰하며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
그래. 이제... 귀 뒤를 살살 긁어줘.
그 정도 힘이 딱 좋아. 동물이 편안함을 느낄 때 저런 표정을 짓거든.
그 말을 하면서 카무의 얼굴에는 본인도 모르는 미소가 어렸다.
지휘관, 동물과 잘 지내는 것 같네.
나?
이 말을 듣자 카무는 순간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냥...
이번에는 변명거리를 찾지 못했는지, 몇 초간 고민하다가 결국 인정했다.
쿨럭, 사실 예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어.
그러니까... 내가 인간이었을 때 말이야.
그때는 강아지 한 마리가 현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
하지만 그건 지표면의 전쟁터를 떠돌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허덕이던 내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어.
지금?
카무의 손이 멈췄다.
혹시 그 말은...
우리가 같이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는 거야?
……
카무는 눈을 감았다. 상상을 하는 것 같기도, 고민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의 대화 분위기가 변한 걸 알아챈 듯, 현관에 엎드려 있던 강아지도 조용히 귀를 내리더니 한쪽 구석에 웅크린 채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니. 지휘관. 방금 결심했어. 난 반려기계체 펫 같은 건 필요 없어.
카무가 보라색 눈동자를 다시 뜨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모든 게 끝난 다음, 우리 같이 지상에서 진짜 강아지를 키우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진짜 "파수견"만이 우리 가족이 될 자격이 있을 것 같아.
지휘관. 듣기로는... 오늘이 약속하기 가장 좋은 날이라고 하더군.
카무는 옆 사람의 손목을 살며시 잡았다. 인간이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의 힘으로, 부드럽지만 확실하게 손바닥에 보이지 않는 자국을 새겼다.
약속할게. 그날이 오면, 우리 둘만의 강아지를 함께 고르러 가자.
그리고... 그때가 되면, 쿨럭쿨럭...
카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말투만큼은 여전히 확고했다.
그때는... 너도 내 가족이 되어줘.
거절은 안 돼. 이건 방금 전에 지휘관이 나와 약속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