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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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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심홍수영 행운의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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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단말기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내용물은 좌표 하나뿐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말투로 봐서는 분명 그녀의 메일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평소의 "여기서 기다릴게."와는 달리, 이번에는 "빨리 와."라는 다급한 말투였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그녀가 말한 위치에 도착하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골목이었다. 시끌벅적한 기념일 분위기는 거리 저편에 남아있었고, 이곳에는 한여름 오후의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똑... 똑...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알파가 열린 가게 문에 기대어 서서 짙은 갈색 문짝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알파의 어깨는 살짝 처져있었고, 평소와 달리 표정도 다소 침울했다. 전체적으로 뭔가 미묘하게 지친 것 같았다.

알파는 지휘관을 향해 손가락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코팅을 파는 가게인 듯했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곳곳의 작은 디테일에서 주인의 노력과 애정이 느껴졌다.

알파

발밑 조심해. 넘어지지 말고.

알파의 경고에 시선을 벽면 선반에서 아래로 옮겼다.

앞에서 본 모습과는 반대로, 바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인체 모형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고, 일부는 부러져 있기까지 했다. 각양각색의 인조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서로 뒤 엉켜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어떤 혼란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알파는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의 장애물들을 건너 난장판 한가운데로 간 뒤, 몸을 숙여 뭔가를 잡아들었다.

일어선 알파의 오른손에는 흰 고양이 한 마리가 목덜미를 잡힌 채 축 늘어져 있었고, 고양이 입에는 살찐 쥐 한 마리가 물려 있었다.

범인 잡았다.

고양이, 쥐, 난장판이 된 현장...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바닥에 쓰러진 진열품을 일으켜 세우며, 그 위에 전시된 인조 머리카락의 가격표를 살펴보니 예상보다 긴 숫자가 적혀있었다.

알파는 한숨을 쉬며 손에 들고 있던 흰 고양이를 던져버렸다.

지금 나한텐 그 정도의 블랙카드가 없어. 그러니 대신 결제해 줘. 나중에 신세 갚을게.

알파가 막 대답하려는 찰나, 뭔가를 발견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할머니 한 분이 가게 문 앞에 서 계셨다.

할머니는 처음에 가게가 엉망이 된 걸 보고도 별 반응이 없으시다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발견하고는 놀랐다.

어머나! 이게 왜 바닥에 있는 거야!

할머니는 급하게 달려와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주워 담으셨다. 그러고는 이쪽을 바라보시며 나무라는 듯하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잠깐 아는 사람이랑 이야기하러 갔다 온 사이에... 젊은이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알파와 함께 할머니를 도와 어질러진 가게를 간단히 정리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우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답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간부터는 이쪽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고 알파의 등 뒤로 늘어진 긴 머리카락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할머니가 손을 뻗어 알파의 앞으로 늘어진 긴 머리카락 끝을 살짝 잡았다.

머릿결이 정말 좋구나.

알파는 본능적으로 일어나려 했지만, 할머니에게 악의가 없다고 느꼈는지 결국 그대로 앉아있었다.

정말 좋은 머리카락이야. 구조체의 머리카락을 많이 봐왔고 만들어도 봤지만, 이렇게 질 좋고 예쁜 건 처음 보네.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는 거야?

그런 거 없어. 그냥 평소대로 씻기만 해.

알파는 할머니의 손에서 머리카락을 살며시 빼냈다.

배상에 대해서...

이렇게 좋은 머리를 제대로 관리도 안 한다니 정말 아깝군. 이런 훌륭한 머리카락을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쉽네.

이렇게 하자. 머리 관리를 한 번 해줄 테니, 보상은 그걸로 하면 어떻겠니?

다른 선택지는 없나? 블랙카드라든가?

관리를 안 하겠다면, 그 긴 머리카락을 잘라서 배상을 대신하는 것도 괜찮아.

할머니는 자비로운 표정과 목소리로 무시무시한 말을 했다.

알파가 이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며 "가만히 보고만 있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알파의 곤란한 모습에 묘한 감정이 일었다.

……

이쪽으로 오렴.

이제 보니 가게 안쪽에는 구조체를 위한 장비들이 있었다.

정말 귀찮네.

알파는 한숨을 쉬며 머리끈을 풀자, 묶여있던 긴 머리가 흘러내렸다.

알파는 침대 가장자리에 기대어 앉아 흰 매트리스에 양손을 짚었다. 그리고 에어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차가운 바람에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이 나부꼈고, 붉은 그러데이션의 머리끝이 공기 중에서 춤을 추었다.

풀어헤친 긴 머리가 그녀의 날카로운 분위기를 조금 가려서인지, 지금의 알파는 평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이쪽만 보지 말고, 시간 있으면 할머니 좀 도와드려.

쓰러진 진열품 때문에 할머니가 물건을 꺼내기 불편해 보여서, 필요한 병들을 정리해서 세발 침대 옆 손이 닿기 쉬운 곳에 놓았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 할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깜빡했네. 잠깐 물건 가지러 왔다가 전해줘야 하는 게 있었는데.

젊은이, 구조체 머리 관리해 본 경험 있나?

음... 일단 내 설명 좀 들어보게.

할머니는 병들의 사용 순서와 방법을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일반인이라면 복잡하게 느낄 만한 내용이었지만, 평소 복잡한 작전을 다루는 지휘관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진지하게 경청하다 보니 금방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나머지를 부탁하마.

내가 좀 있다 올 건데,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보아하니 젊은이가 영리하고 꼼꼼해 보여서 믿음이 가.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좋은 머리를 어떻게 맡길 수 있겠나?

알파를 바라보니, 준비를 마친 그녀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알파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결국 할머니는 몇 가지 당부를 더 하고는 가게를 나갔고, 나머지는 지휘관이 직접 하게 되었다.

우선 빗질로 정리하고, 미온수로 적신 다음, 전용 샴푸를 발라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알파는 계속 눈을 뜨고 있었다. 솔직히 그렇게 쳐다보고 있으니 마음이 불편해서 동작이 자연스레 조심스러워지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그게 아니라...

알파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다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알파는 처음과 달리 긴장이 풀린 듯했고, 그녀 나름대로 협조하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던 동작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졌고, 누구도 서두르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제 머리를 말리기만 하면 끝날 것 같았다.

……

알파는 흰 매트리스 위에 앉아 있었고, 젖은 긴 머리카락이 등을 따라 흘러내렸다. 지휘관은 조심스럽게 드라이기를 들고 있었고, 그 사이 이 소동의 주범인 흰 고양이는 당당히 알파의 다리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알파가 고양이의 턱을 손가락으로 긁어주자, 고양이는 편안한 듯 골골하는 소리를 냈다.

알파가 살짝 웃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관리가 끝나고 할머니를 도와 가게 정리를 마친 뒤, 떠나기 전에 배상을 해드릴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고 있을 때 할머니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사실 그 쥐가 매일 물건을 갉아먹어서 골치 아팠는데, 고양이가 잡아줘서 오히려 도움이 됐다네. 보상 같은 건 생각하지 말게.

결국 다 이놈 때문이네.

알파는 자기 머리카락을 노리며 깡충거리는 고양이를 살짝 잡아 이쪽으로 던졌다. 그러자 고양이는 지휘관의 품에 안기게 됐다.

이번엔 내가 신세를 졌네. 도움이 필요한 게 있다면 말해.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