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텔레이션의 상점가 양쪽에는 다양한 색깔의 과일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루시아는 그 사이에 서 있다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지휘관과 눈이 마주쳤다.
지휘관님, 오셨어요?
루시아는 지휘관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그때 미풍이 둘 사이로 불어와 앞으로 살짝 스쳐 지나갔다.
"딸랑딸랑..."
과일 가게 앞 맑은 풍경소리가 새로운 손님을 반기는 듯했다.
지휘관님, 과일 좀 골라볼까요?
과일 가게에 들어서자 향긋한 과일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눈앞에는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가득했고, 시식대에는 잘 씻은 과일들이 물기를 머금은 채 반짝이고 있었다.
요즘 정말 바쁘시잖아요. 신선한 과일로 영양 보충도 좀 하세요.
과일 진열대를 지나가는데 모양도 예쁘고 색도 선명한 딸기가 눈에 들어왔다.
루시아는 지휘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포크로 시식용 딸기를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이 딸기 괜찮아 보이는데, 한번 드셔보실래요?
새콤달콤한 맛이 혀끝에서 터졌다. 그러면서 신선한 과일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루시아가 가까이 다가와 딸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씹는 동안 진홍빛 눈동자는 더욱 반짝였다.
정말 맛있네요. 지휘관님. 두 상자 정도 사서 리브랑 리에게도 줄까요?
딸기 두 상자를 시작으로 오늘의 쇼핑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둘은 알록달록한 과일들의 환영을 받으며 함께 걸었다.
기념일 분위기가 한창이라 사방에 특별 이벤트 관련 문구들이 보였고, 연인들이 오가며 즐거운 분위기에 젖어있었다.
계산대 앞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루시아와 함께 줄 끝에 서있는데, 옆에 임시로 설치된 이벤트 구역이 시선을 끌었다.
"특별 이벤트 달콤 챌린지"?
루시아가 의아한 듯 이벤트 이름을 읽는 동안, 구역 중앙에서는 한 커플이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는 담당 스태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핑크색 상품권을 건넸다.
두 분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념하는 선물입니다. 이 상품권으로 수령처에서 과일나무 묘목 하나를 받아 가실 수 있습니다. 그럼, 두 분의 사랑처럼 나무도 튼튼히 자라나길 바랍니다!
어떤 단어가 루시아의 관심을 끌었는지, 그녀가 눈길을 돌렸다.
과일나무 묘목이라... 아, 저기 있네요.
루시아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보니, 이벤트 구역 뒤편에 과일나무 묘목들이 줄지어 서 있으면서 작은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방금 전 그 커플이 과일나무 묘목을 받아 가며 웃으면서 떠나자, 가려져 있던 홍보 문구가 보였다.
그럼, 우리도 참여해 볼까요, 지휘관님?
괜찮아요. 온실 구역에 관리를 맡기면 되죠.
그러면 내년에 다시 이곳에 와서 우리만의 과일을 수확할 수 있을 거예요.
말하는 동안 또 다른 사람들이 이벤트 구역으로 올라갔다. 스태프의 환영 인사에 루시아의 주의가 그쪽으로 향했다.
루시아는 무대 위 사람들의 행동을 주시하며 손으로 뭔가를 살짝 흉내 내는 듯했다.
이번 무대의 커플은 남자가 여자를 공주님처럼 안아 드는 포즈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셔터가 눌리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뺨에 사랑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스태프가 상품권을 건네주었다.
두 분의 달콤한 사랑을 증명하는 증표입니다. 여기 있는 과일나무 묘목 한 그루를 받아 가세요. 축복합니다!
자, 다음으로 참여하실 커플은... 두 분이신가요?
달콤한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실지 정하셨나요? 준비되시면 중앙으로 나와주세요.
지휘관님,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루시아가 잠시 고민하더니 뭔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같았다.
갑자기 심장이 빨라졌고, 루시아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졌다.
긴장된 마음을 안고 이벤트 구역 중앙으로 나가자, 조명 아래에서 루시아가 지휘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루시아는 부드럽게 지휘관의 손을 들어 올려 손등에 입맞춤을 했다.
지휘관님...
루시아의 목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손등에 닿는 입술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졌고, 은은한 과일 향기가 달콤한 순간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녀는 진홍빛 눈동자로 천천히 올려다보며, 지휘관에게 진심 어린 감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루시아가 전해준 달콤함은 그녀만의 뜨거운 진심이었다.
……
"딸랑딸랑..."
과일 가게 앞 풍령이 흔들리며 소리를 냈고, 햇살은 거리의 모든 것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루시아는 한 손으로는 과일나무 묘목을 안고, 다른 손으로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시원한 공기는 그늘 속에 머물렀고, 그녀는 과일을 든 지휘관과 함께 여름날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가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 있었고, 하늘은 맑고 푸르렀으며 바람은 상쾌하게 불어왔다.
눈부신 햇살 아래, 두 손을 다시 한번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