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됐든, 지금 해결해야 할 일부터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필요한 조개를 다 모은 뒤, 바닷가에 앉아 함영이 팔찌를 만드는 걸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함영은 팔찌의 반을 완성했다.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제가 혼자 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도와주시고...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요?
지휘관의 말이 맞았다. 낙신의 춤이든 팔찌든, 함영은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을 실망시키고,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두려웠다.
함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다시 버려질 것만 같았다.
혹시 자신이 지휘관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나약한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폐가 되지는 않을까?
이대로라면 또다시 고민의 늪에 빠질 것 같았다.
춤의 감정과 동기, 동기...
서둘러 만족스러운 답을 찾으려 했지만, 많은 일이 그렇듯 급할수록 더욱 어긋나기 마련이었다.
함영의 기분이 여전히 좋지 않아 보여서, 그녀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제안했다.
괜찮... 으세요? 제가 지휘관님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은 것 같아요. 이미 늦었는데, 지휘관님께서 피곤하시다면... 쉬셔도 괜찮아요.
함영은 마음속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휘관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에 한 번 더 확인했다.
함영은 이것이 말로 표현하지 않은 배려와 관심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둘은 지나온 길을 따라 다시 걸었다. 해변에는 그들이 남긴 발자국이 파도에 씻기지 않은 채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지나가는 풍경은 같았지만, 방금은 조개를 줍느라 바빠서 주변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겨를이 없었다.
"강과 하늘이 한 색으로 물들어 티끌 하나 없이 맑고, 텅 빈 하늘엔 외롭게 달이 떠 있네."
바다와 달빛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풍경을 바라본 함영이 떠올릴 수 있었던 유일한 구절이었다.
시구 속 풍경은 아름답지만, 달의 고독함을 감출 순 없었다. 높은 곳이 춥다는 말처럼, 높은 자리에 있으면 혼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달랐다.
함영은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긴 밤, 달빛 아래 맑은 바람을 느끼며 물처럼 투명한 이 순간을 함께할 인간이 곁에 있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단말기를 꺼내 부드럽고 경쾌한 음악을 틀었다.
음악의 리듬에 맞춰 걸음을 옮기자 발걸음이 더욱 여유로워졌다. 둘은 천천히 걸으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고, 함영은 잠시나마 마음속 근심과 고민을 잊은 듯했다.
그렇게 좀 지난 후, 함영이 잠시 쉬자고 제안했고, 둘은 바다를 향해 모래사장에 앉아 저 멀리에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음악에서는 별과 달에 관한 가사가 흘러나왔고, 그들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요즘 날씨가 맑아서, 고개를 들자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한 하늘이 펼쳐졌다.
"수많은 별들이 물거울 위로 내려앉아, 달빛과 어우러져 날개옷이 되었네."
함영은 그 가사를 읊으며 먼 곳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기억 속 깊이 묻어두었던 과거가 떠올랐지만, 큰 슬픔은 없었고 마음은 평온했다.
지나간 일들은 연기처럼 흩어졌고, 떠나간 영혼들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지만, 그 감정에 빠져들진 않았다.
모든 풍경에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곁의 인간과 이 순간의 감정과 풍경이 모두 그녀에게 여전히 미래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오늘 밤의 풍경과 빛나는 별하늘이… 정말 아름답네요.
이는 단순히 야경을 칭찬하는 것이 아닌, 눈앞의 인간에게서 느끼는 안도감이기도 했다.
함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설의 내용을 최대한 살려서 표현하고 싶어서요.
지휘관의 말을 들은 함영이 담담히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지금 한번 춰볼까요?
이건... 지휘관님만을 위한 특별 공연이에요.
말을 마친 함영이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갔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가에 선 함영의 발아래 맑은 물이 거울처럼 반짝이며 빛을 냈다.
음악이 함영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꽃에 불을 지핀 걸까? 그녀는 자신의 몸이 날아오르는 새처럼 자유롭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모든 것이 그녀만의 무대가 되었고, 달빛은 어둠의 막처럼 쏟아져 내렸으며, 수면에 반사된 빛은 함영의 몸을 비추어 무용복이 되었다.
맑은 그림자처럼 움직일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음악이 계속되는 동안 함영은 춤의 즐거움에 빠져있었다. 관객은 단 한 명뿐이었지만,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춤을 추며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담아내려 했다.
함영의 동작들은 본능적이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어느새 한 곡을 춤으로 완성해 냈다.
음악이 끝나고 함영이 마지막 동작을 멈추자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녀는 천천히 유일한 관객을 향해 돌아섰다.
신이 돌아보는 것처럼, 한 번의 눈길에 산과 바다가 평화로워 보였다.
그때 경쾌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까지 춤에 깊이 빠져있던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함영의 마음속엔 갑작스러운 긴장감이 스며들었다.
지나치게 흥에 취해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지휘관님... 제가 이상해 보이진 않나요?
함영이 망설이며 물었다. 풍경과 음악에 감화되었다 해도,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휘관이 이 춤을 좋아할까? 왜인지 그녀의 머릿속엔 이 생각만이 남아있었다.
그 말을 듣고 함영의 마음은 다시금 가벼워졌다. 그녀는 모래사장 쪽으로 몇 걸음을 내디디며 자연스럽게 지휘관과 함께 해변을 따라 산책을 이어갔다.
함영이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 듯했다.
방금 춤이 지휘관님의 기억 속에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녀에겐 말하지 않은 속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달빛 아래서는 다른 어떤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휘관의 인정이야말로 그녀에게 의미 있는 확신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함영은 문득, 이것이 자신이 계속 찾았던 그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함영은 전보다 더 명확한 생각이 든 것 같았지만, 아직 확신하지는 못했다.
지휘관님, 방금 전 춤이... 제가 올바르게 해석하고 표현한 걸까요?
이 말을 듣고 함영의 마음이 흔들렸다. 방금 전 자신이 느꼈던 감정, 바로 누군가를 위해 춤추고 싶었던 그 강렬한 충동이 다시금 떠올랐다.
말이 끝나자마자 바닷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이 흩날리면서 시야를 살짝 가렸다.
맑은 노랫소리 같은 바람이 멈추고 시야가 다시 선명해졌을 때, 어느새 그들은 해변의 반대편에 와 있었다.
이곳은 포뢰가 캠프파이어 축제를 열기로 한 장소였다. 연료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시험하기 위해 모두가 떠난 후에도 모닥불을 꺼뜨리지 않았기에, 아직도 타오르고 있었다.
둘은 모닥불 앞으로 걸어갔다.
함영의 앞에 조개 팔찌 하나가 나타났다. 그녀가 방금 만든 것과는 다른 모양이었다.
복잡한 디자인 없이 조개들을 단순히 연결한 것뿐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급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이건...
앞에서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뒤에서는 달이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달빛이 안쪽으로 다가와 가장 밝은 빛으로 이곳을 비추니 은빛을 두른 듯했다.
함영은 팔찌가 자신의 눈에 비친 모습을 직접 볼 순 없었지만, 분명 가장 특별한 풍경일 거라 생각했다.
일렁이는 불빛은 도시의 등불처럼 보였다가, 때로는 밤하늘을 수놓는 찬란한 불꽃처럼 보였다. 다시 바라보니, 구룡의 시문 속에 나오는 한 해 원석의 밤을 떠올리게 하는 듯했다.
등불이 어슴푸레한 가운데, 그 사람은 이곳에 와 있었다. 눈앞에, 마음속에, 그리고 바로 곁에.
갈매기 한 마리가 해변에 앉았다. 눈앞의 인간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새가 놀라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천천히 손을 뻗어 갈매기의 깃털을 쓰다듬었다.
고요한 밤하늘 아래, 인간과 새는 그렇게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가벼운 기쁨과 담담한 행복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눈앞의 인간이 아름다운 풍경과 즐거움을 기꺼이 나누어 주었고, 함영은 이 모든 것을 눈에 담았지만, 마음속엔 오직 그 인간의 미소만이 가득했다.
"당신이 다리 위에서 풍경을 볼 때, 풍경을 보는 사람은 다리 위에서 당신을 보고 있네."
오늘 밤, 함영의 머릿속에는 이런 시구들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이런 상황이 자신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것도 일종의 발전일까?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함영은 낙신의 감정을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조금 전, 지휘관에게 휴식을 권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이성적으로는 제멋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부족했다. 오늘 밤 함께한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즐거움에 젖어 있었다.
밤이 더 길어졌으면 했고, 차라리 해가 뜨지 않기를 바랐다. 어느새 함영은 탐욕스러워져 있었다.
이것이 "애착"이라는 감정일까?
무의식적인 의존, 나약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갈망을 부정할 수 없었다. 더 깊은 인연을, 더 오랜 동행을 원했다.
이젠 함영도 "탐닉"이라는 감정을 품게 된 것이었다.
그럼, 낙신도 이랬을까? 낙수에서의 만남이 애착을 불러일으켜서 낙신의 춤을 추게 된 것일까?
함영은 이렇게 답을 찾아보려 했으나, 아직은 만족스러운 답이 아닌 듯했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함영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눈앞의 인간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는데도 그만 생각에 빠져 대답도 못 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낙신의 춤에 대해서... 제 나름의 생각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
낙신의 춤의.. 영혼이요?
놀고 있던 갈매기가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함영의 팔찌에서 반짝이는 빛이 새의 눈길을 끌었는지, 그녀 앞으로 날아와 멈춰 섰다.
함영은 쪼그려 앉아 부드럽게 갈매기의 깃털을 쓰다듬으며, 방금 전 대화를 떠올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지휘관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계체도 감정이 담긴 춤을 출 수 있을까요?
기계체가... 기계적인 움직임을 넘어, 인간이나 동물처럼 영혼이 담긴 춤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감정처럼, "영혼"이란 단어는 함영에게 있어 사치스러운 말처럼 들렸다.
눈앞의 인간도, 손끝으로 쓰다듬었던 갈매기도, 바다에서 보았던 모든 생명체들도 저마다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함영이 태어날 때부터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기계체가 영혼을 가질 수 있을까? 함영은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기계체는 계산과 모방은 잘할 수 있어도,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만큼은 천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이 세상엔 단순한 모방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어쩌면 그동안의 불안과 혼란은 함영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잠재의식 속에서 함영은 "감정"이란 것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단정 지어버렸다.
기계체가 정말 인간과 같은 감성과 이해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의문이며,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난제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정"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이는 인간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기계체도 정의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만으로 감성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처럼 울고 웃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하지만, 이 질문의 답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누군가가 자신의 웃음과 눈물을 알아봐 주고, 그것을 마음에 담아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감정"이란, 서로가 주고받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함영은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아득한 전설 속에서 선인의 그림자를 찾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 휘말려 자신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가치"를 인정받음으로써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데 익숙해진 함영은 그 가치를 실현하지 못할 때면 자신의 존재 가치마저 의심하게 되었다.
이는 기계체가 제작될 때부터 따르는 실용성 중심의 원칙으로, 쉽게 바꿀 수 없는 고착화된 논리였다.
그것은 습관이자 족쇄였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버려지게 될 거야." 이것이 함영을 불안과 두려움에 떨게 만든 근원이었다.
마침내 누군가 함영에게 쓸모 있는 "의미"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고,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타인의 동행을 얻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알려주었다.
천 년 전 전설 속에서, 지나가던 왕후가 길 잃은 낙신에게 놀라운 만남을 선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누군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소용돌이치는 물결 속에서 그녀를 이끌어 준 것이다.
창작의 본질은 이해와 표현에 있다. 서로 다른 버전의 춤은 결국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낙신"의 모습이었다.
사랑에 빠진 이는 연인을 보았고, 야심가는 이상을 보았다.
거울처럼,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다른 모습이 비치는 법이었다.
모든 이가 낙신을 통해 들여다본 건, 사실 그들이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함영은? 그녀가 물의 거울을 통해 들여다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제... 제가 춤을 추고 싶은 이유와 그 속의 감정을 찾은 것 같아요.
다른 이들의 눈에는 조식이 낙신에게 있어 연인일 수도, 인생의 벗일 수도 있겠지만, 제게 있어서는...
그녀의 "신생"이에요.
찬란한 신이 되기 전에, 낙신도 깊은 진흙탕에 빠져있었다.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고, 감금당했으며, 그녀가 가는 길에는 온통 진흙과 가시뿐이었다. 피골이 상할 때까지 걸어서야 비로소 신으로 모셔지게 됐다.
고귀한 신의 자리에 올랐다 한들 무슨 소용이었을까? 갇혀 지내는 동안 그녀는 결국 그 경계를 한 걸음도 넘어서지 못했다.
그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들의 만남은 너무나 짧았고, 그 찬란한 순간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그녀의 과거를 알지 못했고, 미래에도 함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침내,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조식과 낙신, 그것은 그가 그녀에게 보여준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의 등장과 그가 남긴 시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자아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은 함영에게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감정이었다.
함영은 이 춤에 대한 자신의 답이자, 그녀가 바라본 낙신의 "감정"을 보여주었다.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어쩌면 이는 아주 단순한 일일지도 모른다.
함영은 그 신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녀 자신의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단지 한 사람을 만났기에, 그를 위해 춤추고 싶었다. 돌아갈 길이 어디인지는 상관없었다.
그저 이 사람에게 이 춤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이제는 더 이상 방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휘관님께서 곁에 있어 주시니, 제가 모든 감성과 감정을 이해하기에 충분해요.
황초 3년, 낙수 강가에서 낙신은 자신만의 "신생"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함영 역시 자신의 희망을 만난 것이다.
그녀는 마침내 춤을 바치고 싶은 그 사람을 찾았다.
이런 생각이 들자, 함영은 자기 머리를 풀고 멀리 비치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이는 그녀가 곧 물에 들어가 춤을 추겠다는 신호였다.
낙신의 춤을 어떻게 해석할지 결정했어요. 지휘관님, 이 춤의 첫 번째 관객이 되어 주시겠어요?
낙신의 춤은 물속에서 공연해야 해요. 관객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갈 순 없지만, 영상을 투영할 수 있는 장치를 바닷속에 설치해 뒀어요. 부디 편하게 감상해 주시면 돼요.
다만 한 가지... 일종의 의식 같은 건데요. 지휘관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제 작은 욕심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옛 기록에 따르면, 조식은 원래 물을 거울삼아 자기 모습을 비춰보려 했다가, 홀연히 물속에서 솟아오르는 낙신을 마주쳤다고 한다.
그리고 서로 스치는 순간, 한눈에 반하게 되었다.
함영은 전설 속 장면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싶다며, 마지막 물 밖으로 나오는 동작을 할 때 지휘관에게 수면 근처에서 감상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중에서 물가로 나오는 순간은 함영에게 있어 낙신의 신생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휘관이 자신의 "탈바꿈"의 순간을 직접 봐주기를 바랐다.
함영은 방금 받은 조개 팔찌를 이미 손목에 차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조개가 바닷바람에 스치며 맑은 소리를 내었고, 그것은 고대 전설 속 어떤 우아한 노래 같았다.
단말기에서 춤을 위한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낙신부(洛神賦)>를 편곡한 노래 가사였다.
한 글자 한 글자, 차분히 이어졌다.
황초 3년, 낙수를 건너니
바위 옆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네.
놀란 기러기처럼 아름답건만
저편은 보이지 않는구나.
낙수의 신, 이름하여 복비.
늪에 갇혀 낙수에 잠긴 몸이
깊은 심해 속으로 빠져드는 듯하네.
신이라 한들 의지할 곳 하나 없구나.
때로는 새 노래를 흥얼거리며, 꿈결 같은 부름을 전하니
마른 나무에 봄이 찾아오듯, 구름 걷히고 달빛이 스며드는 듯하네.
은하수가 쏟아져 내려와 작은 위안이 되어주었건만, 한밤의 빛나는 꿈처럼 이룰 수 없는 바람이었구나.
순간의 꿈이 깨어나듯, 구름처럼 사라져 가는 시간 속에서
스친 인연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노래가 끝나면 모두가 흩어지리.
악몽이 얽혀들어 허상과 교차하니
새벽 전 어둠이 가장 깊다지만,
덧없는 인생에서 어찌 사랑과 미움을 논하리.
한번 잃고 다시 찾은 인연,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산에는 부소가 있고 강가에는 연꽃이 있으니
마음에 빛이 있거든 어둠을 말하지 마오.
그리운 그 사람은 물가의 누각에 서서
별빛 담은 눈동자로 나를 보네.
거슬러 올라 손을 맞잡고, 서리 내린 새벽까지 함께하며
긴 강물에 마음을 맡기니 그리움에 돌아갈 줄 모르네.
강 건너 저편의 그대를 그리며 밥조차 잊은 이 마음으로
바람 쫓고 달을 좇아 이별하지 않기를 구하노라.
"놀란 기러기처럼 날렵하고, 노니는 용처럼 아름답네."
마지막 구절까지 노래가 울려 퍼지며 가슴을 울렸다. 수면에 비친 달빛이 때마침 그녀의 눈에 비쳤다.
오랫동안 심연에 갇혀있던 신은 새로운 자아를 찾았을까? 답은 이미 명백했다.
해류가 시야의 모든 것을 일그러뜨렸지만, 수면 위로 나오면 모든 것이 선명해지는 법이다. 물 밖으로 나오는 그 순간, 함영의 눈에 비친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선명해졌다.
함영은 자신과 마주 보는 그 눈동자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
남을 거울삼아 자신을 비춰보니, 그제야 마음속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물을 마시면 그 차갑고 따뜻함을 오직 마신 사람만이 아는 것처럼, 바닷물에 몸을 담그듯 각자의 마음속엔 서로 다른 깊이가 있는 법이었다.
"처음 만난 것 같지만, 오래전부터 알았던 것 같구나."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녀는 과거의 자신에게 한마디를 전하고 싶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험난하더라도, 미래는 반드시 찾아온다고. 언젠가는 그 길의 끝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바다는 맑고 투명했고, 둘 사이의 거리는 서로의 눈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맑은 거울처럼, 그녀가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쏟아지는 은하수였다. 그리고 한 줄기 빛나는 물결이 되어, 푸른 물결 한가운데로 흘러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