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이 차가운 기운을 품은 채 바다 특유의 짭짤한 향과 뒤섞여 불어왔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에는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최근 떠도는 무서운 소문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갑자기 음산하고 차가워지는 바닷바람을 만나면 반드시 조심하셔야 해요!
갑자기 차가워지는 바닷바람은 바다 요괴가 잠에서 깨어나는 신호예요. 바다 요괴가 깊은 바닷속에서 올라와 마주치는 모든 생물을 잔인하게 잡아먹는다니까요!
그, 그건 중요하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바다 요괴를 잡지 못하면, 다들 소문 때문에 무서워서 나오지도 못할 거예요. 그럼, 캠프파이어 콘서트도 제대로 못 하게 될 거라고요! 으앙앙.
포뢰는 일부러 있지도 않은 "눈물"을 닦아내는 척하며, 자신을 더 불쌍하게 보이려 연기했다.
지나가다가 호기심에 포뢰의 이야기를 들어준 게 실수였다. 지금까지 이 기묘한 "바다 요괴 소문"은 벌써 다섯 번째 버전이었다.
그 전전 버전은 물귀신이 사람 심장이나 눈을 도려낸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지만, 잘 기억나지 않았다.
지휘관님, 제발요!! 이 일을 밝혀서 모두가 안심할 수 있게만 해주세요.
포뢰의 부탁을 받아들인 후, 야심한 밤 인적이 끊긴 시간에 소문 속의 바다 요괴가 나타난다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문에 따르면, 바다 요괴는 달빛을 따라 육지로 올라와 끔찍한 살육을 벌인다고 했다.
적막한 해변에는 바람 소리만 들렸고, 발걸음 소리가 가벼웠음에도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러다 바닷바람마저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바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서 분위기가 괴상해졌다.
심리적인 것이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스치자마자, 멀지 않은 곳의 얕은 바다가 "대답"이라도 하는 듯 움직임을 보였다.
바닷물 아래에서 뭔가가 요동치는 것 같았고, 가까이 가자 소리도 들렸다. 귀를 기울여 보니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곡조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포뢰가 들려준 소문 중 가장 기괴했던 버전이 갑자기 떠올랐다.
바다 요괴의 "사냥"은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먼저 노랫소리로 인간의 정신을 홀린다고 했다.
사냥감이 정신을 잃고 바다로 끌려들어 가면, 바다 요괴가 재빨리 솟구쳐 올라와 목을 물어뜯은 뒤, 찢어진 시체를 바다로 끌고 가서 제사의 춤을 추고 나눠 먹는다고 했다.
방금 들린 희미한 선율이... 무슨 고대 의식의 반주처럼 들렸다.
본능적으로 휴대용 가방에 손을 넣어 더듬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이럴 때는 무기부터 확보해 최소한의 자기방어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가락에 닿는 감촉이 이상했고, 그 "무기"를 꺼내 확인하는 순간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어떤 총기류도 없었다. 대신 거대한 소라 껍데기가 달빛 아래서 반짝거렸다.
방금 포뢰와 이야기할 때 수납 가방을 옆에 뒀었는데, 그때 그녀의 물건들과 섞인 것 같았다. 아마도 급하게 떠나면서 확인하지 못해 잘못 가져간 것 같았다.
단순히 소라 껍데기로는 "바다 요괴"를 물리칠 수 없었기에 이곳을 벗어나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물속의 생물이 떠나려는 걸 알아챈 건지 아니면 때마침 육지로 올라오려던 참이었는지, 뒤에서 무언가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다시 불면서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
왜 여기에...
순간 뒤에 있는 "바다 요괴"가 말을 하는 이유를 생각하지도 않고 본능적으로 앞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두 걸음도 채 떼기 전에 모래 속에 숨어있던 돌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player name] 님!! 조심하세요!!
앞으로 곤두박질칠 뻔한 순간, 누군가가 재빨리 손을 뻗어 붙잡아주었다. 익숙한 목소리와 본능적인 신뢰감에 긴장이 풀렸다.
뒤를 돌아보니 무서운 바다 요괴가 아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더 선명하게 그리고 크게 느껴졌다.
본인도 모르고 있었겠지만, 그 외침에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
아래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이라 넘어져도 크게 다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본능적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달빛이 바닷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바다나 별하늘을 등지고 있어서 빛이 비칠 리 없는데도, 마주 보는 그 눈동자에 모든 반짝이는 빛이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함영이었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가득했고, 지휘관을 잡은 손에도 그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
짧은 침묵 후, 함영은 자신이 너무 긴장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제야 천천히 손을 놓았다. 그리고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급박함이 스쳐 지나갔다.
죄송해요. 급한 상황이라 제가 당황을 해서 그만 실례를...
지휘관의 말에 함영의 표정에서 당황과 죄책감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하지만 얼굴의 수줍음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고, 볼에는 여전히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함영을 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청순하고 아름다웠다.
방수 소재의 옷이었음에도 방금 바다에서 나온 탓에 옷자락 끝에는 물이 묻어 있었다. 그 물기가 물방울이 되어 하나둘 바다로 떨어지며 맑고 영롱한 소리를 냈다.
깊은 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에서 물 위로 조용히 피어난 연꽃과도 같았다.
지휘관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여기 계신 거예요?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함영이 물었다.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있으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처리해야 할 만큼 급한 일인가요?
바다 요괴에 대한 무서운 소문들을 함영에게 들려주었다. 그녀는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본 적이 없는 듯했다.
그런 거였군요. 제가 밤에 새로운 춤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걸 봤던 것 같아요.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아서 생긴 오해인 것 같네요.
그런데 지휘관님도 바다 요괴의 전설을 믿으시다니 의외네요.
이상한 음악이요?
"낙수의 신, 이름하여 복비(宓妃)"였나요? 제가 춤 연습할 때 틀었던 음악일 거예요.
함영이 살짝 웃으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네.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예요. 구룡의 기록에 나오는 "낙신(洛神)"이라는 신과 관련된 이야기죠.
"놀란 기러기처럼 날렵하고, 노니는 용처럼 아름답네"라는 구절은 조식(曹植)이라는 시인이 쓴 거예요.
기록에 따르면 조식은 왕족이었지만 폄적을 당해 낙수 강가에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낙신을 만났대요.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음이 통했고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었지만, 인간과 신의 길이 달라 함께할 수 없었죠. 그 후 조식은 그 특별한 만남을 기념하며 <낙신부(洛神賦)>라는 글을 남겼다고 해요.
후대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감동해서 낙신의 춤을 만들었다고 해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춤은 전해지지 않고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고 하네요.
지휘관님도 유유와 같은 반응이시네요. 그녀도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전설 속 춤을 직접 보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하지만 기록이 추상적이고 파편화되어 전해져서, 대부분 동작은 무용수들이 새로 구성해야 했고, 이로 인해 낙신의 춤을 정확히 재현하기가 어려워졌어요.
괜찮아요.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함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달빛이 환히 비추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를테면... 기록에는 "발걸음은 가되 마음은 머무르고, 그리움을 남기어 상상하며, 돌아보아 시름을 품네"라는 문구만 있을 뿐, 구체적인 동작에 대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아요.
하지만 "돌아보아 시름을 품네"라는 감정을 묘사하는 춤사위는 여러 가지가 있죠. 이렇게요.
함영이 발끝으로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팔을 들어 춤을 추며, 얼굴을 반쯤 돌린 채 그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이렇게도 할 수 있고요.
함영은 다시 팔을 들어 올린 뒤 제자리에서 몇 번 돌더니, 고개를 숙였다가 눈을 들어 한번 쳐다보았다.
이렇게 무용수에게 충분한 창작의 여지를 준 덕분에, 후대는 낙신의 춤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까지도 하나로 통일된 버전이 없답니다.
함영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그, 바다 요괴에 대한 조사는... 캠프파이어 콘서트 때문에 유유가 부탁한 건가요?
그렇군요. 역시 시간이 부족하네요.
함영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에게 무슨 고민이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연습하고 있던 이유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네. 아직 유유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가장 기대하는 축제에서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었거든요.
글쎄요. "구성"까지만 완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완벽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요.
지휘관님이시라면 당연히 보여드릴 수 있죠.
함영이 좀 더 넓은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얕은 물가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전체 춤의 일부에 불과했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전에 봤던 함영의 춤과는 어딘가 달랐고,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곡을 다 듣고도 그것이 슬픈 곡인지 즐거운 곡인지 모르는 것처럼, 시를 전부 읽고도 시인이 찬양하려던 것인지, 비판하려던 것인지 헷갈리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춤이 끝나고 느낀 것을 전하자, 함영은 별로 놀라지 않는 듯했다.
함영이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지휘관님. 그 감각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겁니다.
이번 춤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제가 무용수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춤의 동기와 감정이요.
관련된 모든 기록을 조사하고,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적절한 동작으로 개선했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낙신의 춤이 아니라고 느껴져요.
<낙신부(洛神賦)>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죠. 어떤 사람들은 조식과 낙신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다고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낙신을 작가가 자신의 이상을 형상화한 존재로 해석하기도 해요. 또 단순히 꿈속의 이야기이었다는 해석도 있어요.
무용수로서 감정과 동기의 이해는 전체 춤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춤을 추는가, 이상과 신념을 위해 춤을 추는가... 그것에 따라 춤의 표현이 달라집니다.
낙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영혼이 담긴 낙신의 춤을 만들어낼 수가 없는 거죠.
게다가 캠프파이어 콘서트가 얼마 남지 않아서, 여유를 두고 생각할 시간도 없어요.
마음 써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까요.
감정은 인간의 천부적인 능력이지만, 기계체는 이걸 가지고 있지 않아요.
제가 기계체라서 낙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해봤어요.
저는 유유를 실망시켜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녀를 기대하고 있는 춤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것 같은데, 어젯밤 연습 중에 그녀가 준 팔찌까지 잃어버려서 아직까지 찾지도 못했어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는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겠죠?
바닷바람은 좀 전과 비슷한 온도였지만, 바위에 부딪히며 이상하게 쓸쓸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낮은 신음 소리는 몇 걸음 가지 못해 사라져 버렸고,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았다.
꼼꼼히 찾아봤지만 팔찌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물속에서 연습하다가 해류에 휩쓸려 멀리 떠내려간 것 같아요.
새로운 팔찌요?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해결책인 것 같았는지, 함영은 곧바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침 물이 빠지는 시간이라 둘은 함께 해변을 따라 걸으며 새 팔찌를 만들 조개껍데기를 모았다.
함영의 대답이 없자 지휘관은 뒤를 돌아봤다. 함영은 눈썹을 찌푸린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고, 지휘관이 멈춰 선 것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죄송해요. 방금... 저한테 말씀하신 건가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함영은 자기 행동에 죄책감을 느꼈다. 지휘관은 친절하게 도와주려 하는데, 자신은 걱정에 빠져 가장 중요한 사람을 신경 쓰지 못했다.
지휘관은 긴장한 듯한 함영을 보며 모래사장에서 조개를 주워 들고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저는...
함영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와 같은 말을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걱정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녀가 늘 지켜온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휘관 앞에서는... "약해져서" 예전처럼 고민을 숨길 수가 없었다.
조금 걱정이 됩니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요?
사과의 의미로 새 팔찌를 준다 해도, 이전 팔찌와는 완전히 다른 거잖아요. 잃어버린 건 영영 돌아오지 않을 텐데...
이런 걸 유유에게 돌려주어도 괜찮을까요?
둘은 함께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순백의 달빛이 몸 위로 쏟아져 내려와 얇은 비단처럼 감싸안았다. 마치 성스러운 의식처럼 느껴졌고, 함영은 손을 뻗어 달빛을 어루만지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휘관님과 함께 있으면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하늘의 달에서 시선을 내려 함영과 마주 보았다.
말을 마치고 방금 주운 조개를 함영의 손에 건네준 지휘관은 계속해서 조개를 모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
함영은 손 위에 놓인 조개를 바라보며 살며시 손을 움켜쥐었다. 조개에는 인간의 체온이 조금 남아있었다. 뜨겁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미련을 느끼기에 충분한 온기였다.
지휘관이 방금 한 말을 들은 함영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기쁨이 솟아올랐다. 누군가에게 소중히 여겨진다는 느낌이 이토록 특별할 줄은 몰랐다.
아직도 이것이 최선의 해결책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안정감과 용기가 생겼다.
팔찌 문제는 일단 이렇게 해결하기로 했다. 나중에 유유에게 정중히 사과도 하고, 지금은 최선을 다해 보상하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문제는...
함영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춤을 떠올렸다.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실망감이 다시 차올랐다. 대체 무엇을 위해 춤을 춰야 하는 걸까?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니 조바심이 났다. 함영은 오래된 전설의 답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고, 잘못된 해답을 제시하여 모든 것이 헛되어질까 봐 두려워했다.
춤추는 동기를 끝내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실망하지는 않을까? 고요한 바닷바람만이 함영의 물음에 답할 뿐, 누구도 그녀를 대신해 선택해 줄 수 없었다.
이 문제의 답은 함영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