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들은 여기에 두시면 돼요.
음료수 한잔 드시면서 쉬었다 가시죠?
공중 정원 지휘관님께서 이런 캠프파이어 축제 준비까지 도와주시고 정말 감사해요.
지휘관은 얼음이 동동 띄워진 음료를 받고는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켰다. 달콤한 청량감이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날려버렸다.
요즘 시내가 엄청 활기차죠? 작년 낙원 축제가 성공적이어서 그런지, 올해도 다들 이 기간에 푹 쉬고 싶어 하더라고요.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럴 때라도 실컷 즐겨야죠.
거리에도 노점상이 많이 늘어났는데, 구경하기 좋더군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즐겁게 지내세요.
상대방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본 지휘관은 조용히 의자에서 쉬고 있었다. 그러다 뒤에서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휘관님?
뒤돌아보니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비앙카였다.
정말 한동안 뵈지 못했네요.
네.
비앙카는 자연스럽게 지휘관의 옆자리에 앉아 근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그렇게 바쁘지 않아서, 많은 정화 부대 대원들도 이곳으로 휴가를 오더라고요.
이틀 동안 저녁마다 모래사장에서 캠프파이어 축제가 열릴 예정이래요. 주최자는 구룡의 포뢰라고 하던데요.
비앙카는 살짝 흘러내린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근처에 공연도 예정돼 있어서 캠프파이어 콘서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내일 밤엔 야외에서 영화도 상영한대요.
그런데 캠프파이어 축제 장소와는 좀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수염"이라는 분이 주최하는데, 그분이 직접 찍은 영화도 상영한다나 봐요.
케르베로스 소대가 임무 중에 만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죄송해요. 제 얘기만 했네요. 지휘관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지휘관님, 요즘 생명의 별에는 들어가지 않으시죠?
다행이네요. 저는 지휘관님께서 건강을 좀 더 챙기셨으면 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다른 대원들은요?
요즘 컨스텔레이션에 도시 전설이 몇 개 돌고 있긴 해요.
깊은 밤마다 바닷가에 그림자가 나타난다는 소문도 있고, 새벽 세 시 사거리에 신비한 기계체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또 어떤 성에서 신비로운 노랫소리가 들린다는 소문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냥 재미있어서 말씀드린 거예요.
과거에도 도시 전설을 소재로 삼은 영화 중에 명작이 많았잖아요.
영화가 도시 전설의 출처가 된 경우도 있고요.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함께 잔잔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다 근처에서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소리에 대화가 잠시 끊겼다.
컵 속 음료는 이미 다 마셨고, 다 녹은 얼음이 흐르는 소리만 남아있었다.
띠... 띠...
비앙카가 단말기에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지휘관님. 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뵐게요. 지휘관님!
비앙카가 자리를 떴다.
단말기의 시간을 확인하니 루시아와 리브가 곧 컨스텔레이션에 도착할 시간이었다.
지휘관은 일어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중 나가는 방향으로 두 개의 길이 있었다. 상업 거리를 지나거나 또는 거주지를 지나야 했다.
상업 거리에 도착하니 양쪽으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고, 노점상들도 많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게 앞에서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 [player name].
창위는 쓴웃음을 지었다.
일하는 중이야. 나도 휴가 중이었으면 좋겠지만, 역시 난 일하지 않고선 못 사는 팔자인가 봐.
요즘 컨스텔레이션이 많이 발전했어. 그래서 여기 정착하러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열차로도 많은 사람들이 컨스텔레이션으로 오더라고.
이번에는 여기 상업 발전 상황이 어떤지 조사하러 왔어. 자밀라가 이곳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싶어 하거든.
내 생각에는 많은 사람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은 것 같아.
이것도 다 지휘관이 고생한 덕분이지.
혼자 쇼핑하는 거야? 같이 가지 않...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창위의 말을 끊었다.
창위, 저쪽 상인과의 협력 건으로 같이...
[player name] 님, 여기서 뵐 줄은 몰랐네요.
오랜만입니다. 아딜레를 대신해 안부 전합니다.
나중에 시간 되시면, 아딜레에 들러주세요.
창위는 "봤지? 내가 말했잖아."라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일거리가 생겼네. 저쪽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난 당분간 여기 있을 거 같아. 그러니 다음에 같이 놀자!
지휘관님!
거주지 거리로 들어서자마자 누군가가 지휘관을 불렀다.
뒤돌아보니 멀리서 파란 머리의 구조체가 달려오고 있었다.
지휘관님을 여기서 뵐 줄은 몰랐어요!
휴가 오신 거예요? 지휘관님.
공중 정원 쪽에서는 에코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저는 이곳저곳 다니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러다 레나 언니가 예전에 임무 수행했던 도시라고 해서 구경 와봤죠.
니콜라 사령관님께서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얼마 전에는 공중 정원의 집행 부대 정식 대원으로 들어오지 않겠냐고 제안도 해주셨어요.
저는...
아직 고민 중이에요. 감사원 쪽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지휘관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지휘관님, 어디 가시는 길이에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 대원들이요?
그럼, 지휘관님, 저 대신 안부 좀 전해주세요.
그럼, 더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에코는 오른손을 들어 손목의 단말기를 가리켰다.
제가 최근에 시를 좀 썼는데요.
쿨럭쿨럭, 아무튼 자주 연락드릴게요!
상대와 헤어진 지휘관은 예정대로 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대원들이 한참 기다리고 있었다.
……
그러니까 그 도시 전설이 진짜였다는 거예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라니요?
맞아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모래사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러자 짭조름한 저녁 바닷바람이 여름 내음을 실어 왔다.
저녁 식사 후 산책 나온 가족처럼 때때로 웃음소리가 피어올랐다.
단서를 따라가 보니 새벽 세 시 사거리에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는 그 신비한 기계체를 찾을 수 있었어요.
진짜로 소원을 다 들어주나요?
그건 아니었어요. 알고 보니 평범한 집사 기계체이었더군요.
논리 회로에 오류가 생겨서 새벽 세 시만 되면 작동하기 시작했던 거였어요.
그리고 어김없이 사거리로 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소문이 돌았던 거군요.
그럼, 오후에 그 로봇을 도와주러 가신 건가요?
네. 제가 수리를 좀 해줬어요.
하지만 각성 로봇이다 보니 완벽한 수리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옆에서 걷고 있는 대원을 바라보는 지휘관의 오른쪽 바다에서는 갈매기 소리가 들려왔고, 왼쪽 모래사장에서는 누군가 모닥불을 피우는 데 성공했는지 사람들의 기쁜 환호성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순간, 모래사장의 인간들은 "여름"이라는 단어가 실체가 되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 같았다.
셋은 대화를 멈추고 지휘관을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도 이런 여름을 함께 보내게 될 거예요.